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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희 Aug 18. 2023

지그재그는 여성 패션 플랫폼이 아닙니다.(1)

[프로덕트 역기획]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으로의 변신

스타트업에서 PM으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부족하다.'였다. PM은 고객의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결정하는 책임이 따르는 직무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유능하지 못한 내 자신이 밉고, 답답한 순간이 정말 많았다. 실패에 좌절할 때마다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은 '처음인데 어떻게 잘해!', '충분히 잘하고 있어.' 등의 따뜻한 말로 아낌없는 위로를 건넸지만,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과 함께하기 때문에 나의 부족함이 민폐가 되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다. 병아리 PM 생존기,, 와 같은 회고는 이후에 다른 글로 작성하도록 하고, 결론적으로 취업준비생으로 돌아온 지금은 그동안 조금이라도 쌓았던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역기획을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역기획 만으로 PM에게 필요한 역량을 전부 쌓을 수는 없지만, 내 관점에서 프로덕트를 분석하고,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이 쌓이다 보면 결국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그재그, 나만의 스타일을 발견하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역기획 첫 프로덕트는 지그재그로 선정했다. 이유는 내가 지그재그의 충성고객이기 때문이다. 옷장에 있는 옷들 중 80% 이상 지그재그에서 구매했을 정도다. 첫 시작인 만큼 내가 잘 알고, 좋아하는 프로덕트를 요리조리 뜯어보고자 한다.

지그재그는 '동대문에서 옷을 떼어다 파는 온라인 쇼핑몰이 수천 개 있는데 소비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자신의 취향에 맞는 쇼핑몰을 찾아갈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고, 그 결과 수 천 개에 달하는 동대문 의류 쇼핑몰과 고객을 연결해주는 쇼핑몰 북마크(즐겨찾기) 앱으로 탄생하였다. 혁신적인 성장과 함께 2019년 Z결제 도입, 2021년 카카오 인수 등의 다양한 변화를 거치면서 지그재그는 AI 기반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패션 플랫폼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고유의 정체성을 확고히 구축하고 있다.


지그재그의 정체성

2022년 대대적인 BI 리뉴얼을 마친 지그재그는 컨텐츠와 사용자의 연결을 편리하게 하겠다는 미션을 바탕에 두고, 무한한 콘텐츠 안에서 개인화된 서비스를 통해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발견하도록 돕겠다는 브랜드 비전을 밝혔다. 코어 밸류는 유저 중심, 발견, 다양함, 큐레이션, 개인화라는 키워드를 꼽았다. 개인별 상품 추천을 통해 빠르게 구입할 수 있는 툴 역할을 넘어서 고객 스스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발견하는 놀이터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즉, 여성 패션 플랫폼에서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단행했다. 그렇다면 지그재그의 변신은 성공했을까 ?

리뉴얼된 지그재그의 BI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은 성공, 반은 미지수' 라고 표현하고 싶다.


콘텐츠커머스 전략은 미지수

BI 리뉴얼과 함께 매거진 형식으로 스타일을 제안하는 콘텐츠 전용 탭 '발견'을 출시했다. 상품 개인화 추천뿐 아니라 '나다운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여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의 정체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 지그재그

그러나 현재 지그재그에서 '발견' 탭은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예전처럼 '카테고리' 탭이 돌아왔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콘텐츠커머스가 새로운 핵심 서비스가 되기를 기대했지만, 그만큼 효과가 부족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지그재그뿐 아니라 많은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콘텐츠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는 곳은 드물다. 콘텐츠커머스가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를 다음과 같이 추측해 보았다.


첫째, 대부분 고객의 주 목적은 '상품 탐색과 구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상품 퀄리티, 개인화 추천 등 만족스러운 쇼핑 경험을 위한 요소들이 충족되어 있다면 콘텐츠를 활용한 큐레이션 서비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둘째, 타겟 유저층이 1020세대일 경우, 숏폼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서 매거진 형식의 콘텐츠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홈 화면에 '스타일링', '에픽', '매거진' 메뉴가 존재하는 것을 봤을 때, 콘텐츠커머스 확장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해당 전략의 성과는 아직 미지수라고 표현하였다.


브랜드캠페인 전략은 성공

브랜드캠페인이란 브랜드가 지닌 철학이나 가치관을 바탕으로 브랜드에 대한 단기적인 홍보 활동을 뜻하는데, 장기적인 고객의 구매를 유도해야 되기 때문에 명확한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그재그는 2021년 배우 윤여정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며 큰 화제를 모았다. '니들 맘대로 사세요' 라는 메시지와 함께 강렬한 인상을 남겨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고, 이를 통해 지그재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출처 : 지그재그


그리고 올해 선보인 새로운 브랜드캠페인 역시 지그재그 다웠다. 각자의 분야에서 뚜렷한 개성으로 사랑받고 있는 6명의 모델들과 함께 진행한 광고는 '제가 알아서 살게요'라는 대표 카피를 통해 각자의 스타일을 존중하고, 추구하는 지그재그의 정체성을 또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출처 : 지그재그

광고뿐 아니라 2023 브랜드 캠페인의 일환으로, 최근 진행한 첫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에서는 핵심 서비스인 직진배송과 자체 결제 시스템인 Z결제를 통해 고객들에게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색다른 쇼핑 경험을 제공하였다. 약 4만 명의 사람들이 방문했고, 운영 기간 동안 Z결제 거래액은 전월 동기간 대비 18% 증가, 신규 가입자 역시 21%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브랜드캠페인 전략은 지그재그의 정체성을 한 층 더 탄탄하게 만들었다. 캠페인의 효과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결론적으로는 그에 맞는 서비스가 뒷받침되어야 오랫동안,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고객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발견하고,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서비스적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탐색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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