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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돌돌 Mar 16. 2021

의원면직하고 싶어요

너희가 공무원을 아느냐



공직 생활 3년 차인 Y 씨, 공무원 의원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공직 업무가 힘들거나 사람과 관계가 맞지 않는 것도 아니다. 공무원 일 자체에 흥미가 없다 보니까 꾸역꾸역 하루하루를 타성적으로 살아가는 본인이 싫었다. 의원면직하는 것이 잘하는 것일까.           




먼저 의원면직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자.      


첫 번째가 업무에 대한 회의감이다. 어렵게 공무원 시험에 합격을 하고도 전문성이 결여된 등초본을 떼어주는 업무를 담당하거나, 단순히 주차 단속을 하다 보면 자존감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반복적인 단순 업무가 회의감을 몰고 오고 결국 의원면직을 생각하게 된다.      


나도 공무원 임용되고 3년 차에 회의감이 가장 컸던 것 같다. 매번 반복되는 단순 업무에 내가 설 자리가 없어 보였다. 집과 직장을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에 대한 회의감도 들면서 그 당시 심각하게 의원면직을 고민했었다.      


두 번째 의원면직의 이유로는 민원에 대한 스트레스다. 민원은 다양하게 공무원을 괴롭힌다. 불친절하다고 막연히 화를 내는 진상 민원도 있고, 보상을 노리고 삽이나 도끼로 위협하는 악성 민원도 있다. 법적인 절차에 하자가 없더라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불편한 민원, 심지어 그럴듯한 논리를 앞세워 행정소송을 거는 지능 민원도 있다.    

  

얼마 전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시 7급 공무원의 1년간 처리 민원이 6천 건이었다고 한다. 경력이 많지 않은 직원으로서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지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다고 극단적 선택이 최선이었나를 생각하면 의구심이 들고 그저 안타까움을 자아낼 뿐이다.        


나 역시도 과거에 많은 민원을 상대했었다. 민원인은 내가 처리한 기술기준 업무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자체 감사관실과 감사원에다가 민원을 넣었다. 해결이 되지 않자 청와대에 민원을 넣었고 그것도 해결되지 않자 청사 앞에서 두 달간 1인 시위까지 벌이기도 했다. 


민원인은 아침부터 사무실에 찾아와서 내게 육두문자를 쓰기도 했고 칼로 찔러 죽이겠다며 협박을 하기도 했다. 사실 아침부터 민원인한테 욕지거리를 들으면 그날 하루는 우울하고 손에 일이 잡히지 않는다.  

    

세 번째가 직장 내 괴롭힘이다. 선배나 상관은 많은 경험을 무기로 은밀하고도 치밀하게 후배를 괴롭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괴롭히는 이유도 다양하다.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으면 그것을 핑계삼아 선배로서 이정표를 제시해주기는 커녕 경험을 이용해 후배를 괴롭히는데 악용한다.      


공문서 하나 가지고 수십 번 뜯어고쳐가면서 괴롭히기도 하고, 능글능글한 웃음을 입가에 지으면서 업무마다 그럴듯한 경험적 논리를 앞세워 후배를 괴롭히기도 한다. 경험이 없는 사회적 약자인 후배한테 멘털 갑인 못된 선배의 괴롭힘은 정작 곤욕이고 빠져나가기 힘들다.      


일부 직원은 괴롭힘에 대해 기관장이나 노조를 통해서 해결 방법을 모색하지만 그것도 쉽게 실타래가 풀리지 않는다. 감사실에 의뢰를 해도 가재는 게 편이라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오히려 역으로 감사의 타깃이 되는 경우도 있다. 결국 몸부림치면 칠수록 처절한 좌절감과 실망감을 맛볼 뿐이다.   

   

그렇다면 적성에 맞지 않아 의원면직을 하려는 후배 공무원들한테 나는 어떤 조언과 위로를 해줄 수 있을까.      


먼저 나는 공직 생활을 코끼리에 비유하고 싶다. 마치 개미가 코끼리의 다리를 만지고 코끼리에 대해서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격이다. 본인이 알고 있는 공직은 극히 일부분이다. 공직은 기관별로 환경이 다양하다. 마치 만화경 같다. 국가직과 지방직, 행정직과 기술직, 기관마다의 특성, 업무 환경, 또 어떤 직원과 근무하느냐에 따라 100% 근무여건이 달라진다.      


나는 공직이 막연히 적성이 안 맞거나 스트레스를 이유로 의원면직하는 쪽을 택하기보다는 먼저 다른 방법을 강구해볼 것을 추천한다. 첫 번째가 공무원으로 누릴 수 있는 휴직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서, 자녀가 있다면 육아휴직을 고려해보고, 배움에 대한 열망 있다면 유학휴직을 고민해보는 것도 괜찮다. 이것저것 다 싫으면 병가 휴직을 내는 것도 괜찮다. 휴직의 경우에는 50퍼센트의 봉급을 받을 수 있다. 그 봉급을 받으면서 1년이나 2년 쉬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그렇게 휴직을 하고 복귀를 하면 사무실의 분위기는 변화된 양상을 가져왔을 것이다. 과장이나 계장, 직원이 바뀌었을 것이고 그만큼 사무실 분위기도 달라졌을 것이다. 어쩌면 다른 사무실로 발령받아 본인한테 새로운 업무가 맡겨질 수도 있다. 새로운 업무가 주어지면 새로운 분위기에서 새롭게 적응하면 된다.  

   

그런데 부서의 분위기상 또는어떠한 사정으로 도저히 휴직을 낼 수 없는 직원이 있을 것이다. 그때는 인사교류를 추천한다. 인사혁신처 나라일터를 통해 다른 정부기관으로 인사발령받는 방법이다. 공무원의 장점 중의 하나가 인사교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나 역시도 인사교류를 통해 국방부, 방위사업청, 국민안전처, 보건복지부에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국방부에서 표준규격 관련 업무를 했고, 방위사업청에서는 감사관실 업무와 원가회계업무를 경험했다. 특히 원가회계업무는 장기간 대기업에 파견근무를 하면서 업체의 생리와 분식회계 등 재무제표의 허와 실에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소방청에서는 기술기준을 담당하면서 많은 언론보도에 대응했으며 중앙소방학교에서는 소방법 등 다양한 과목을 맡아 강의를 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어쩌면 조직을 옮겼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나는 인사교류를 통해 조직을 옮긴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인사교류를 통해 가지 못할 정부부처가 거의 없고 운이 좋으면 내가 원하는 지역에서 근무할 수도 있다. 인사혁신처 나라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라. 얼마나 많은 공무원들이 인사교류 대상자를 눈을 뜨고 찾고 있는지 쉽게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공직에 회의를 느껴 의원면직할 생각이 들 때는 과감하게 조직을 옮겨보자.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조직이 내 적성에 맞지 않으면 또 다른 조직을 찾아서 가면 된다. 세상이 넓은 것만큼 공직 세계도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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