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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돌돌 Aug 22. 2023

유유한 안덕계곡을 지나 산방굴사를 향해(제주 3일 차)

제주를 읽다

5시에 일어나서 기지개를 활착 켰다. 정갈한 침대는 충분한 숙면을 유도했다. 이래서 수면을 보약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아침 6시 17분. 싱크대 쪽으로 보이는 창가에는 붉은 햇무리가 동쪽하늘을 물들이고 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멋진 장관이다.  

펜션 숙소에서 찍은 사진 


오늘은 안덕계곡 여행하는 날이다. 제주도 계곡 중 가장 아름다운 계곡이 안덕계곡이라고 한다. 병풍처럼 펼쳐진 기암절벽이 압권이고 유유히 흐르는 맑은 물이 운치를 더한다. 계곡 양쪽 언덕 기슭마다 희귀한 식물들이 많이 서식한다는 안덕계곡. 내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자, 출발이다.  


안덕계곡은 TV방송에 나오는 것을 보고 제주도 저렇게 멋진 계곡이 있었구나 하면서 감탄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감탄한 곳을 이번에 직접 가보게 되었다. 안덕계곡은 생태탐방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아래로 내려가자 마치 햇살이 화살처럼 내려와 꽂힌다. 쏟아져 내려오는 햇살이 눈에 부시다.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어제 내린 소나기로 인해 계곡물이 약간 혼탁했다. 하지만 수직으로 장쾌하게 쏟아지는 햇살이 이색적인 조형을 자아내고 있다. 


기암절벽 사이로 데크 길이 조성되어 있다. 마치 하늘로 오르는 길 같았다. 나는 한발 한발 내딛으면서 숲캉스를 즐긴다. 계곡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중에 하나가 시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바다를 좋아하는 것은 추억을 생각하는 것이고 산을 좋아하면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산을 좋아하니까 나이를 먹은 것일까. 사실 나는 어려서부터 산이 좋았다.  


데크를 올라서자 병풍처럼 둘러쳐진진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기암절벽이 아래로 펼쳐졌다. 제주도는 화산으로 인한 주상절리가 참으로 많이 있다. 그리고 그것들의 바위와 숲의 조화롤 영화롭게 만들었다. 안덕계곡은 기암절벽 아래로 펼쳐진 계곡이 압권이다.


안덕계곡에서 마을로 진입하자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빽빽한 햇살을 가리고 있었다. 저 느티나무 아래에 있는 평상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어깨를 다독여 주며 쉬게 했을까. 느티나무 한 구루가 그 마을 전체를 평상 부린다는 말이 있다. 느티나무는 단순히 그늘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그 마을을 지키는 성황당이며 수호신이다.


오늘은 산방산에 위치한 산방굴사를 가기로 했다. 산방굴사는 산방산 자연굴에 있는 절이다. 불상이 모셔져 있기 때문에 산방굴사라는 이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고려시대 혜일법사가 수도했고 산방덕의 전설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산방덕은 인간으로 화현(化現)해서 총각과 결혼을 했는데 미모를 탐한 주관이라는 직에 있는 자가 남편을 멀리 귀향을 보냈다. 산방덕은 인간세계에 내려온 것을 한탄하며 산방굴에 스스로 들어가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산방굴사 밑으로 떨어지는 약수가 산방덕의 눈물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산방산 정경


산방굴사 가기 위해서는 보문사의 절을 지나야 했다. 섬돌에는 이름 모를 이쁜 꽃이 피어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생명은 고결하면서 질기다는 것을 아름답게 피어서 보여주고 있었다.   


보문사 담장에는 능소화꽃이 활짝 피었다. 시인이 제일 좋아하는 능소화 꽃이다. 능소화 꽃에는 구중궁궐 안에 왕에게 버림받은 빈이 쓸쓸히 죽어 담벼락에 능소화로 피어났다는 전설이 있다. 


산방굴사 가는 길에는 용머리해안이 그림처럼 펼쳐져있다. 구름과 바다의 경계가 선명하다. 아름답다 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산방굴사는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온몸이 흥건한 물주머니가 되었을 때 마침내 산방굴사에 도착했다. 경내에는 불경소리가 낮게 떠다녔다. 


저녁은 또다시 횟집에 가서 무늬오징어회를 주문했다. 제주도에서 회를 실컷 먹기로 했다. 그것도 고급한 회로 말이다. 무늬오징어는 많이 잡히지 않고 빨리 죽어서 고가에 거래된다. 4만원짜리 회지만 1인분 수준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감성돔이나 돌돔, 배도라치 회에 전혀 밀리지 않는 정작 신이 내린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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