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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돌돌 Sep 06. 2023

제주의 폭포는 하늘이 내렸다(제주 7일 차)

천제연, 천지연, 정방폭포를 가다


오늘은 제주 3대 폭포를 여행하기로 했다. 제주 3대 폭포는 중문단지에 있는 천제연(天帝淵). 서귀포에 있는 천지연(天地淵) 폭포와 정방(正房) 폭포다. 


천지연 폭포는 하늘과 땅이 만난다는 뜻이고 천제연 폭포는 하늘의 왕이라는 뜻이다. 밤마다 옥황상제를 모시는 칠선녀가 폭포에 내려와서 목욕하며 놀다가 올라간다 하여 천제연폭포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천제연 입장료는 2,500원이었다. 입구에 문화관관해설사의 집이 있었다. 안타깝게 도 혼자 왔기에 신청할 수 없었다. 천제연은 제1폭포에서 제3폭포까지 3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천천히 숲 속의 계단 아래로 내려가기로 한다. 


제1폭포에 도달했다. 짙은 에메랄드빛 물색이다. 물색이 짙다는 것은 그만큼 수심이 깊다는 것이다.  무려 수심의 깊이가 21m나 된다고 한다. 폭포 높이 22m와 비슷하다. 폭포 옆의 주상절리의 암벽이 황홀하다.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관광객들이 연신 핸드폰 카메라를 눌러 댄다. 


아쉬운 것은 폭포 위로 보이는 고가도로였다. 흉물스러운 고가도로는 수려한 장관을 반감하고 있었다. 고가가 없었다면 정작 더 멋진 비경이었을 텐데 다소 아쉬운 장면이다. 


제2폭포로 향했다. 경사가 가팔랐지만 숲 속에 데크 계단을 설치해 놓아 불편함은 없었다. 그래도 비가 와서 미끄러움에 조심히 내려가야 한다. 녹음이 짙게 드리워진 심산유곡의 숲길이 아래로 펼쳐졌다.  


어느덧 물소리가 교향곡처럼 장엄하게 울려 퍼진다. 아래쪽으로 물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아래의 계단만 내려가면 폭포가 나올 것이다. 


10여 분 만에 제2 폭포에 도착했다. 내려오는 길은 내내 트래킹 하는 기분이었다. 제1폭 포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인위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제1폭포가 쪽빛 물색과 주상절리의 영화로운 조화를 이루었다면 제2 폭포는 힘차게 쏟아지는 물줄기가 매력 포인트다. 얼마나 폭포가 거셌는지 내려치는 물보라가 관람데크까지 날아와 흩날렸다. 


제3 폭포 가는 길에 아치형 선임교가 위용을 자랑했다. 선임교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선임은 신선에 오른다는 한자어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신비로움'이라는 제주 방언이라고 한다. 역시 섣부른 단언은 금물이다. 아래로 펼쳐진 계곡이 마치 아마존의 원시림 같다.


선임교를 건너자 천제루라는 누각이 주변 경관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누각의 올라 절정에 다다르면 사방이 탁 트인 풍광과 수려한 숲, 거친 바다의 숨소리까지 모든 것을 한눈에 엿볼 수 있다. 여행을 오면 누각에 올라 볼 것을 추천한다. 


제3폭포 내려가는 길이다. 여기도 계단이 많이 있다. 하지만 숲이 내어 준 길은 고단한 여정을 잊게 한다. 게다가 짙은 녹음은 한 여름의 염천을 막아준다.  


드디어 제3폭포에 다다랐다. 눈앞에 펼쳐진 그림 같은 폭포에는 거대한 물줄기가 끊임없이 내려와 연못으로 뛰어든다. 영화로운 조물주의 솜씨다. 천제연계곡은 천연의 난대림을 이루고 있어서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이라고 한다. 천제연 폭포는 단애(斷崖,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와 그 밑의 점토층 사이에서 용출수가 쏟아져 나와 항시 맑은 물이 흐른다. 


천제연 폭포를 탐방하고 올라왔을 때 게릴라성 소나기가 내렸다. 제주는 언제든지 소나기와 만날 수 있기에 우산을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천지연 폭포를 향했다. 바다가 훤히 보이는 서귀포 언덕을 내려가자 천지연을 알리는 주차장이 나왔다. 무인발매기에서 2,000원을 주고 입장표를 구매했다.  


매표소 옆에는 문화해설사 사무실이 있었다. 혹시나 해서 빼꼼히 문을 열고 들어가 문화해설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몇 명인지 묻지도 않고 가능하다며 해설사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천지연 폭포는 1인이 와도 문화해설을 해준다고 한다. 문화해설사를 통해 알토란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아래의 정낭은 제주의 아름다운 풍습과 문화를 나타낸다고 한다. 정낭은 집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긴 나무에 돌기둥 구멍에 걸어 사람의 부재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나무 하나는 잠시 외출 중이고 나무 두 개는 저녁에 오겠다는 것이다. 나무 세 개는 며칠간 집에 오지 않으니 돌아가서 기다라라는 의미다. 


거지가 없고 도둑이 없고 대문이 없는 제주만의 3 무 미풍양속이라고 안내하고 있지만 문화해설사의 생각은 달랐다. 적어도 도둑이 없었던 것은 그 당시 다 같이 가난했기 때문에 도둑이 들어도 가져갈 것이 없었다고 한다. 


천지연에 많이 서식하고 있는 돈나무다. 제주 방언으로는 똥낭이라고 하는데 똥나무라는 뜻이다. 돈나무는 잎을 비비거나 가지를 꺾으면 악취가 풍기고 특히 뿌리껍질에서는 더 심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똥파리를 많이 꼬이게 하는 나무이나 봄에 피는 하얀 꽃에서는 상금 한 향기가 난다고 한다. 


천지연 미소바위라고 하는데 미소는 보이지 않았다. 적절한 물의 수위와 이끼가 끼었을 때 그 미소바위의 형체를 드러내는 것 같다. 수원에서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사진을 찍었는데 우연히도 사람의 형상이 찍혔고 윤여일 교감이 그것을 제보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의 미소는 볼 수 없었다.  


문화해설사는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미소바위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사람의 미소가 고스란히 도드라졌다. 심오함의 극치였다.


드디어 천지연 폭포에 도착했다. 경관이 수려하고 역사유적이 많아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기암절벽이 절경이고 아열대성과 난대성의 상록수가 우거져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고 한다. 평일임에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었다. 


세로로 찍은 천지연 사진이다. 위용한 물줄기의 도도함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짙은 녹음아래 균질한 쪽빛의 물빛이 천지연 폭포를 더 짙고 깊게 드러낸다.  짙은 쪽빛이 수심의 깊이를 가늠하게 한다. 마치 원형극장의 무대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천지연 폭포가 관객을 가득 매은 이쪽을 보고 수직으로 장쾌하게 물줄기를 쏟아 내는 것 같다.  특히 연못에는 1m 이상 된 무태장어가 서식해서 천연기념물 제27호로 지정받고 있다고 한다. 


다음은 정방폭포를 찾았다. 문화해설사는 천지연에서 해안가의 비경 따라 걸어서 30분이면 정방목포에 도착한다고 했다. 정방폭포에 인근에 있었다. 도착하자 소나기가 양철지붕을 세게 때리듯 쏟아졌다. 폭포에서 올라오는 관광객들은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물에 빠진 생쥐꼴이었다. 나도 10분 먼저 도착했으면 저렇게 다 젖어야 했을 것이다. 


비가 그친 후 탐방하기 시작한다. 정방폭포는 제주 10경 중의 하나라고 한다. 천지연 폭포와 천제연 폭포와는달리 정방폭포는 주상절리의 해안절벽에서 20m 아래로 폭포가 떨어지고 있다. 2011년도에 갔을 때는 둥글 둥굴 한 돌들이 많아 그 위에서 앉아 사진을 찍었었다. 태풍의 영향이었을까. 사라져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해녀들이 텐트를 쳐놓고 뿔소라와 해삼, 멍게를 팔고 있는 장면이다. 제주도에서는 관광지자마 해녀의 집이 있다. 성산포와, 우도, 용머리해안에도 해녀의 집이 있었다. 2만 원이면 해산물을 먹을 수 있다. 문득 이생진의 '그리운 성산포'시가 떠오른다. 


나는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2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곯았다. 술에 취한 섬, 바다를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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