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둥글게둥글게 Oct 27. 2022

엄마의 말투

아들은 장난감 전화기로 역할놀이를 하곤 한다.

1인 多역을 맡아 통화를 주고받는데, 내용은 대충 로봇들의 작전회의다.

자세히 귀 기울여 듣지는 않지만 항상 상황이 긴박한 것은 느껴진다.

그날도 그랬다. 마치 입시학원에서 연기 연습하듯

캐릭터에 몰두해 핏대를 세우며 대화하고 있었다.

슬슬 내용이 궁금하던 차에 귀에 탁 붙는 말.

"네네." X2

뭐라고 말했는지 분명히 들었지만 물었다.

"응? 방금 뭐라고 했어?"

배실배실 웃으며 아들은

"나 엄마 같지?"     

그러게 정말 나 같네.     

통화하면서 상대방의 말에 수긍할 때

꼭 '네네'를 두어 번 반복하는 그 말투, 그 목소리, 그 억양.

곰곰 생각해보니 아들은 엄마의 말투를 많이 닮았다.      


그때마다 신기해서 기록해본 말들은 이렇다.      

"당최 이건 왜 그러는 거야?"

"어머머머."

"끝내준다."

"어서 마음의 준비를 해."

"왕치사하다. 정말."

"아무래도.~~하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러면 혼날 줄 알아↗"

위급상황에 발생하는 크레셴도가 기호까지 똑같다.    

 

역시 자식은 부모의 거울.

우리 집에 내가 한 명 더 있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는 울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