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연습 기록 01
1. 왜 하필 바이올린이었을까?
어릴 때부터 악기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6년 내내 피아노 학원을 다닌 건 실력이 그다지 늘지 않아도 악기를 연주하는 게 좋아서였다. 제대로 된 악기는 피아노 외에 배워본 적이 없지만 학교에서 음악시간에 사용하는 악기들도 좋아했다.
점점 커가면서는 관악기 보다는 현악기가 더 좋았다. 관악기의 소리가 싫다기 보단 연주 방법이 내 취향이 아니었다. 부는 모양새에 크게 흥미가 없다고 해야 하나.
반대로 현악기는 활을 사용하는 게 재밌어 보였다. 손가락으로 건반을 누르는 건 해봤으니 활을 사용해서 소리를 내는 걸 나도 해보고 싶었다. 활을 들고 현을 스윽 켰을 때 어떤 느낌인지가 굉장히 궁금했다.
아무튼 그래서 한번쯤 바이올린을 배워보고 싶었는데 피아노와 달리 우선 악기가 필요하다는 게 진입장벽이 있었다. 피아노는 학원에 가면 당연히 있지만 바이올린은 개인 장비가 꼭 필요한 느낌? 그래서 악기 구매 비용 + 학원 등록 비용 때문에 망설여졌다.
그런데 최근에야 악기를 빌려주는 학원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검색을 하다보니 지점이 여러 개인 학원이 있었으나 집과 좀 멀어서 고민이 됐다. 바이올린은 제대로 소리가 나고 익숙해지는 데까지 오래 걸린다는데 학원이 멀면 연습을 많이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집 근처 학원을 알아보는데 개인 악기가 필요한 경우가 더 많았다. 그래서 그냥 하나 살까 고민이 됐다. 어차피 초보자가 비싼 악기를 살 필요도 없고 연습용 악기는 생각보다 가격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배워보니 나랑 안 맞을 경우에 바이올린은 그냥 애물단지가 되어버리는 거라 그보다는 악기를 빌려주는 학원을 찾고 싶었다. 내가 이 나이에 전공을 할 것도 아니고 예전부터 배워보고 싶었던 걸 반드시 경험해서 털어내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빌려주는 쪽을 택했다. 다행히 버스를 타고 갈만한 거리에 성인 취미 학원이 있었고 상담 등록을 했다.
2. 학원을 등록하다.
사실 상담 신청도 고민을 많이 했다. 최근 직장을 다시 구하는 중이라 뭔가 취업에만 전념을 해야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24시간 취업 준비만 할 것도 아니고 이때 아니면 언제 배워보겠나 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금전적으로 그나마 괜찮았던 적은 올해가 처음이라 더 놓치면 안 될 것 같았다.
우선 최대한 가벼운 마음을 먹었다. 상담만 해보자. 그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고 누가 날 평가할 일도 아니니까. 나는 새로운 것을 도전할 때 생각과 겁이 너무 많다. 누가 뭐라하는 것도 아닌데 머릿속에서 이미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보통 좋은 쪽은 아니다. 그래서 마음을 다독이는 것부터가 가장 필요했다.
걱정과 달리 상담은 너무 좋았다. 설명을 들을수록 더 등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한 달만 배워보자 생각했기 때문에 크게 부담이 될 것도 없었다. 다행히 선생님도 한 달을 권유해 주셨다. 그래서 더 가벼운 마음으로 등록했다.
나는 고민이 많고 실행력은 뒤쳐지는 사람이라 큰 결심이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시간 낭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런데 결심과 결정 뒤 이렇게까지 설렜던 적이 최근에 있었나 싶다. 벌써부터 첫 수업이 너무 기다려진다. 오랜 시간 고민했던 걸 드디어 해볼 수 있게 되었단 사실 자체가 기쁘다.
괜히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한 달은 바이올린이 어떤 악기인지 잘 알아가보고자 한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고 나는 취미로 하는 거니까. 뭐든 어렵게 생각하는 버릇이 있는터라 이번엔 정말 가볍게 새로운 취미가 되는 정도로 생각하고 배워보고 싶다.
정말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