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프러시아에서는 국가 재정 이유로 귀족층에게만 로스팅할 수 있는 권한을 허가했습니다. 일반 서민층은 밀거래를 통해 커피를 볶아 마셨고, 커피 향을 찾아내 단속하는 직업이 바로 '커피 스니퍼'였습니다. 그 뜻을 재해석해, 좋은 커피를 찾아 소개해 주는 커피 스니퍼의 역할이란 의미로 쓰이게 되었고, 우리는 좋은 커피를 찾아낸 사람들과 향을 소개합니다.
ㅣ바리스타 일을 해오셨고, 그전에는 다양한 경험이 있으신 걸로 알고 있어요. 이 일을 시작한 계기가 있으실까요?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직종에서 근무했었어요. 길거리 장사도 해보고요. 그때 확실히 '나는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하는구나' 느꼈던 것 같아요. 이 일로 돈도 벌어봤지만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은 너무 추워서 내가 평생 업으로 삼을 수 있는 일인가. 미래의 가치가 있는 일인가 질문을 던져봤을 때 어렵겠더라고요. 그래서 기술이라도 배워야겠다 생각했어요.(웃음) 사람 만나는 일이 뭐가 있을까. 남 등쳐먹지 말고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 그중 술집을 운영해 보고 싶었는데 술을 즐겨하지는 않아서 제외하고 찾다 보니 '커피더라고요.
ㅣ대부분 바리스타 업을 하고 계시면 창업이 목표이지만 그 과정이 쉽진 않잖아요. 결정적인 이유가 있으셨나요?
맞습니다. 개인적으로 코로나가 빨리 끝날 줄 알았는데 그 기간이 생각보다 심하더라고요. 세 곳에서 정리해고를 당했어요. 다음 직장을 구해도 언제 해고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게 다가왔고 그때 안 되겠다. 남 탓하지 말고 차라리 부딪혀 보자. 마음을 먹은 거죠. 결과적으로 매장을 꾸려 보니까 그때 무지했던 나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에 창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ㅣ오히려 가장 힘든 순간 '포기해야겠다'가 아닌 부딪혀 보기를 선택하셨어요. 결과도 중요하지만, 경험으로 얻을 수 있는 것 또한 분명 존재하잖아요.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리키커피숍. 준비하시면서 가장 신경 쓰신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예산이었고요.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돈을 엑셀 파일로 정리해 놓은 다음 자리를 알아봤어요. 가지고 있는 선에서 꾸려야 했고, 첫 창업이다 보니 두려움도 있었기 때문에 월세는 무조건 100만 원 미만인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야 하니까요.(웃음) 다음으로 중요했던 부분은 파사드였어요. 사진에 담길 때 이곳이 먹히냐, 안 먹히냐 하고요. 어리숙했지만 복합적으로 본 것 같아요. 인테리어 비용도 최소화하고 싶어서 이 공간을 그냥 둬야겠다는 생각도 가장 컸었고요. 동남아 여행을 좋아하는데 그 느낌을 카페에 녹여보고 싶었어요. 대부분 우리나라 인테리어 건축물 감성이 한국적이거나 일본 감성이 묻어 있어서 다가가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뼈대는 건들 수 없으니, 내부적으로 '최대한 살려보자' 했지만 막상 하고 보니 저만의 스타일이 된 것 같아요.
ㅣ아이러니하게도 공간을 준비하실 땐 어르신들께 훈수를 들으셨지만, 지금은 창업을 꿈꾸시는 분들의 방문이 많다 들었어요.
맞아요. 욕을 많이 먹었어요.(웃음) 동네에 어르신 분들이 많이 계세요. 인테리어 진행하는 동안 계단도 높고 간판이나 공간이 깨끗하게 보이지 않으니 지저분하다, 이게 맞냐 걱정 어린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속상하더라고요. 한편으로 확신도 들었어요. 이분들이 이렇게 생각하신다면 내가 가야 할 길을 잘 가고 있구나 하고요. 지금은 어르신 분들도 자주 이용해 주시고, 말씀하신 것처럼 창업을 꿈꾸시는 분들이 많이 찾아와 주세요. 편하게 언제든 오시라고 꼭 적어주셨으면 해요! 평일에 방문해 주시면 더욱 감사드리겠습니다.(웃음)
ㅣ알겠습니다.(웃음)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먼저 창업한 경험자로서 해주실 조언이 있으신가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었어요. 굳이 말하자면! 저도 예산을 정하고 시작했지만 예산을 정해 놓아도 생각과 다르게, 많은 일의 발생으로 지출이 생길 수밖에 없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 창업이 처음이었고, 당연히 되어 있을 줄 알았던 부분이 안 되어 있는 경우엔 '내가 하면 되겠지' 하는 마인드였는데 생각 이상으로 지출이 생기다 보니 타격이 크더라고요. 계획대로 될 수도 있지만 변수가 많다는 점과 내가 책정해 놓은 부동산 가격에서 오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3개월 이상은 직접 발로 뛰는 게 좋은 것 같다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직도 부동산 하시는 분들은 온라인 세대가 아닌 분들이 많기 때문에 꽤 괜찮은 매물들을 찾을 수 있거든요. 정말 많이 알아보시라, 겨울은 추우니까 봄, 여름, 가을 중으로. 그 정도인 것 같습니다!
ㅣ매장에 들어서면 인테리어 소품들도 돋보이지만, 단연 얼굴 사진이 아닐까 해요. 걸어 놓은 이유가 있으신가요?
어릴 때 시장 가면 대부분 어르신들이 얼굴 걸고 장사하시잖아요. 그게 신뢰이고요. 그래서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가 첫 번째 이유였어요.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이곳에서 '나'라는 사람의 공간을 알릴 수 있는 수단, 아이템을 고민하다 여러 요소 중 사진을 생각했고요. 증명사진은 부담스러울 테니 재미있는 사진을 걸어 보자! 된 거죠.(웃음) 재미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로우키 사장님이 말씀하셨는데 호스피 탈리티의 여러 요소 중 엔터테인먼트가 있고, 이미 커피 사장님이 말씀하신 일상 속의 비일상. 저 사진 자체가 비일상인 것 같아서요.(웃음) 리키커피숍에 방문해 주시는 분들이 경험해 보셨으면 하는 요소들은 넣게 되었어요. 저 사진에 붙어 있는 게 인스타 필터 스티커들이거든요. 사용하기 위해 저작권도 알아보고 제작한 외국인과 DM도 해보고요.(웃음) 시드가 없는 상태에서 손님들께 보여드리고 싶은 수단인 거죠.
ㅣ디자인에도 진심 같으시지만, 음료와 베이킹에도 진심이신 것 같아요. 종류가 다양하고 흔하지 않은 메뉴라 납품을 받으신 줄 알았어요. 공간적으로 베이킹이 가능할까요?
아유, 납품은 안 돼요. 직원일 때 여러 업체에서 납품을 받아봤는데 맛의 한계와 금액의 한계가 분명하더라고요. 일단 저는 쇼케이스가 없기 때문에 매장 형태에 맞게 디저트를 맞춰야 했어요. 베이킹은 평일 한가한 시간을 틈내서 하고요. '안 되면 되게 하라.' 주의입니다.(웃음) 주변에 베이킹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자문도 구하고, 매장에서 매달 한 번씩 팝업을 진행하는데 그때 전문가분이 오시면 넌지시 여쭤봐요. 알려주시면 또 해보기도 하고요. '토르타카프레세'는 이탈리아 케이크인데 서울에서 저만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원래 퍼석한 식감의 디저트인데 손님들이 좋아하실지 의문이 들어서요. 저만의 스타일로 변형하게 되었어요.
ㅣ공간과 상황에 맞게 음료와 디저트를 최적화하신 거네요! 로스팅도 그렇고요. 로스팅을 해야겠다 생각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1인 매장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웃음) 보시는 것처럼 공간이 협소하기도 하고, 시드가 부족해서 고민 도중에 지인이 매장 로스터기를 흔쾌히 빌려주셔서 사용했는데 피해를 드리는 것 같더라고요. 알아보니 로스터기를 공유해 주는 오피스 공간도 있다는 사실을 접하게 돼서 일정한 돈을 지불하고 로스팅을 하고 있습니다. 납품을 받아도 되지만 제 가치관과 맞지 않기 때문에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원두며 디저트며 그 외에도 제 손과 입을 거치지 않으면 진정성이 없는 것 같다는 멍청한 고집이 있어서요.(웃음) 직접 해야만 몸도 마음도 편한 것 같아요.
ㅣ리키 커피숍이 추구하는 맛과 향을 소개해 주세요.
싱글은 밝고 적당한 배전도를 좋아하고, 블렌드는 누구나 마시기 편안한 맛을 지향해요. 도징량도 많이 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연하다고 할 수 있지
만 결과적으로는 마시기 편안한 맛을 추구합니다. 개인적으로 네추럴이 가지고 있는 자연의 향을 좋아해서 라인업에 꼭 넣는 편이고요. 리키커피숍에 오시는 일반 손님들께선 가향 커피나 특색있는 커피를 좋아하시기 때문에 꾸준히 준비하고 있어요. 나라와 산지, 가공법을 번갈아 가며 매번 다양한 원두 맛을 보여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ㅣ핸드 드립의 매력은 뭘까요?
1차원적으로는 나와 커피가 숨을 쉬며 대화하는 매력, 다차원적으로는 핸드 드립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공간, 음악, 사람, 호스피탈리티, 커피가 담기는 컵까지 모두가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고, 똑같은 공간은 없기에 이 부분이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ㅣ로고가 바뀌셨죠. 조금씩 리브랜딩을 준비 중이신데 전과 후 주점을 두신 부분이나 어떤 변화의 모습을 계획 중이실까요.
지금 0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요.(웃음) 지금은 스텝 바이 스텝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차근차근 나아가다 보면 뭔가 멋진 구색이 갖춰질 것 같고요. 전에는 꿈을 이루는 단계였고, 지금은 꿈을 이뤘으니, 앞으로는 '리키'를 브랜드화해 볼까? 라는 작은 수준의 단계입니다. 자그마하게 굿즈들을 만들어 보고, 꾸준히 다양한 곳들과 팝업하면서 오시는 분들께 재미있는 경험을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ㅣ앞으로의 리키커피숍
공항동에 리키커피숍을 준비하면서 과연 나라는 사람이 먹힐까? 라는 의문과 꿈을 가지고 열었어요.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고요. 그만큼 많은 것들을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조금은 더디다는 생각을 해요. 늘 스스로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조금씩 성장하려는 모습을 보여드릴 테고 노력 중이니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ㅣ무엇이든 추천해 주세요!
로우키 카페! 공간도 좋지만, 공간에서 손님을 대하는 사장님의 마인드가 정말 멋있으시더라고요. 예전에 같이 일하는 동료와 대표님과 로우키 로스터리를 방문했는데 비싼 메뉴를 시키기 어렵잖아요. 거기다 같이 간 친구가 먹지 않겠다고 해서 2잔을 시켰어요. 비싼 브루잉이 있어서 궁금하기도 했는데 고민하는 모습을 보셨는지 먹어보라며 건네주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커피를 한다면 저런 사람이 돼야지 다짐했던 기억이 있어요.
또 하나는 벽면에 보이는 글을 써놓은 사진이 있는데 사람들이 굉장히 재밌게 봐주세요. 저도 그냥 생각한 게 아니라 종로에 '노멀사이클코페'라는 카페가 있어요. 그곳에서 영감을 받았는데요. 사장님도 재미있으시고, 거기 가시면 사장님이 메뉴를 멋있게 해놓기보다 손 글씨로 적어 놓으세요. 그 공간과 굉장히 잘 어울리거든요. 그 글씨가 모나지 않고 색도 넣으시면서 붙여 놓으셨는데 그 하나하나가 제 매장을 디자인하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그래서 추천하는 곳은 로우키, 노멀사이클코페 그리고 커피스니퍼.. 이 세 곳을 추천 드립니다. 솔직히 카페는 좋은 곳이 너무 많아서요.(웃음) 아! 로스팅 하고 싶으시다면 '리브레 서적'은 모두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