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직업이란 무엇일까

또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by 브랜디액션
평생 직업이란 무엇일까


1.

어렵게 들어간 대기업에 사표를 내밀었던 쾌감을 잊지 못한다. 잘 모르겠다. 왜 묘한 쾌감이 들었는지는. 어렵게 취업문을 뚫거나, 오랫동안 원했던 타이틀을 달고 난 뒤 찾아오는 기이한 공허함이 있다. 사람들은 이를 '배부른 투정'이나 '번아웃'이라는 단어로 쉽게 퉁치려 한다. 하지만 매일 아침 출근길에 느껴지는 찝찝함은 도무지 피로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우리는 평생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교육을 받았고, 그 궤도를 충실히 따르며 산다. 그리고 정작 그 자리에 앉으면 배가 부른 탓인지 비로소 나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하게 되는 듯 하다. 결정적으로 그 때의 느낌은 확실히 충만함과는 거리가 멀다.



2.

이런 찝찝한 느낌은 우리가 직(職)과 업(業)을 동일시하는 데서 출발한다. 사회는 우리에게 늘 명사형의 '직'을 요구한다. 대기업 대리, 공무원, 개발자, 변호사. 우리는 이 사회적 좌표 하나를 획득하는 것이 곧 인생의 목적이자 자아실현이라고 믿도록 훈련받았다. 번듯한 명함에 박힌 세 글자가 나의 쓸모를 증명하고, 내 삶의 불안함을 막아줄 것이라는 순진하고도 강력한 믿음이다.



3.

하지만 직과 업은 질적으로 전혀 다른 개념이다. 직은 타인이 만들어둔 빈자리를 임대하는 것이고, 업은 내가 창출하는 고유한 가치다. 직은 조직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 다른 부품으로 대체될 수 있지만, 개인의 고유한 업은 사전적 의미로 대체 불가능하다. 진짜 문제는 우리가 때때로 사회가 주조해 둔 직의 틀에 나를 욱여넣기 위해, 내 안에서 꿈틀거리는 고유한 업의 가능성을 스스로 잘라낸다는 데 있다. 안정적인 명사를 얻는 대가로, 자신만의 동사를 거세하는 것이다. 그것은 사실 타인의 욕망을 내 것인 양 연기하는 기만적 행동에 가깝다.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이를 두고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표현했다.



4.

그렇다면 대체 불가능한 나만의 고유한 업은 어디서 올까. 트렌디한 유망 직종? MBTI? 업의 뿌리는 나의 가장 내밀하고 때로는 불온한 '욕망'에 있는 것 같다. 나는 주로 어떤 무능에 유독 분노하는지, 어떤 종류의 고통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지, 남들은 무심히 넘기는 어떤 디테일에 집착하는지. 이것이 고유한 욕망이다. 보통 직업과 커리어를 고민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재능과 강점은 하늘에서 무작위로 떨어지는 선물이 아니다. 그저 욕망에서 비롯된 행동일 뿐. 그래서 행동의 시작은 언제나 내면의 (불온한) 욕망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나만의 고유한 업을 찾을 때, 나의 욕망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는 온전한 방향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5.

삶에서 회사 이름과 직급을 지우고, 그 모든 껍데기가 날아간 자리에 남는 고유한 동사, 그것이 진짜 나의 고유한 ‘업’이라고 생각한다. 직과 지위를 구걸하는 삶은 결국 유효기간이 끝난다. 다가올 AI 시대에는 수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바뀌고 대체된다. 직은 잃어도 업이 있는 자는 무너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인생을 걸고 찾아야 할 것은 새로운 출근지가 아니라, 사회적 체면 때문에 깊숙이 억눌러두었던 내 욕망의 진짜 이름이다.



스크린샷 2026-03-19 오전 10.00.10.png 그래서 나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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