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7
여름휴가로 제주도를 다녀왔다.
간만에 바다 수영도 하고, 흑돼지도 실컷 먹고,
해안도로를 달리며 푸른색을 내 눈에 가득 담았다.
바다를 한껏 누리니 내 몸이 시렸나,
여행이 끝나갈 즈음 감기가 찾아왔다.
그을린 피부는 제주 바다의 황금빛 모래사장을,
때 묻은 선글라스엔 거뭇한 현무암이,
감기를 앓고 있는 내 몸은 시원한 파도를 가져왔나 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여행에서
그 사랑을 의심하기도
때론 그저 바라보기도
그러다 한없이 더 사랑하게 되는
그런 여행.
추억을 먹고사는 나는,
제주도에서
3박 4일의 다채로운 반찬을 얻었다.
여행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했던가.
즐거움 속에서도 난감한 일들이,
행복 속에서도 당연함으로 무뎌지는 순간이,
좋은 걸 보고도 내 몸의 짜증이 더 신경 쓰이는
그런 불완전함 속에서
여전히 내게
다정한 말과 시선을 아끼지 않는 그 사람.
여행 막판
감기를 앓는 내내 정신없었던 내가,
이제야
감기가 점점 잦아들면서
정신이 차려져 되돌아보니
그 짧은 3박 4일 동안
점점
받았던 배려를 당연히 여기고
아름다운 바다에 감사하지 못하고
누리는 시간 속에 여유를 잃는
그러한 내 모습이 적잖은 충격이었다.
‘아파서, 피곤해서 그럴 수 있지.’
라는 핑계는
나에겐 정말 핑계가 될 뿐이다.
앞으로 더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사는 걸 잊지 않기로
스스로 약속해놓고,
이 짧은 여행에서 바로 어기다니.
이렇게 쉽게 물들어 가다니.
옆에 있는 사랑스러운 사람
더 사랑해 주지는 못할망정
벌써 내 안락함만 생각하다니.
사람들은 결혼 상대를 알아볼 때
‘이 사람이 나에게 적합한 대상인가?’를
고민하라고 한다.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감기를 얻으면서
‘나는 준비된 사람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나 자신에게 다시 한번
제대로 묻고 싶다.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는,
당장의 피로보다 더 큰 힘이 되는 존재를 인지하는,
나는,
그러한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