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말 못 하는 분노, 설움
나의 결혼 이야기
어디에도 말 못 하는 분노, 설움이 생겼습니다..
가족, 친척, 친구, 동료들이 결혼 전 축하해 주며 현실적인 걱정스러운 부분도 같이 물어봐 주었습니다. "홀 시어머니에 시누이가 많은데 내향적인 네 성격에 버틸 수 있겠어?", "남편이 중재 잘해주면 가능할 것 같은데 확실히 네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있는 분이야?" 최악의 시나리오를 알려주며 가능할 것 같은지 신중하게 생각해 보라는 말들에 겉으로는 "응응 괜찮아 다 좋은 분들이시고 남편이 잘할 거야." 답변했지만 속으로는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왜 뜯어말리지 않았냐고 뭐라 하지 마~"라는 말에 "당연하지 내가 선택한 책임은 내가 져야지~" 답했습니다. 그런데 남편과 갈등이 생긴 지금.. 누구에게도 심정을 토로하지 못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처음부터 분노, 설움이 생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남편의 가족은 가족 수가 많다 보니 당연하게도 가족 모임이 많았습니다. 가족 단체 톡방이 있어 수시로 일상을 공유하시는데 가족구성원마다 생기는 작은 이벤트들도 모두 모이시고 명절, 제사, 어버이날, 가족생일 등등 기념일날 외에도 이유 없이 모두 모이는 것이 당연한 것 같았습니다. 저의 본가의 경우는 사람 수도 적고 톡이나 전화로 안부를 묻고 어떤 일이 있거나 기념일이거나 할 때 모두 모이다 보니 우리 집이 화목하지 않은 걸까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친해지시려고 그런가 보다 생각이 들어 본가보다도 더 자주 뵙고 시간도 길게 보내서 밤늦게 집에 도착하면 몸이 아플 정도로 에너지를 다 쓰고 왔습니다. 제 노력을 좋게 봐주셔서 며느리 잘 들어왔다는 칭찬을 해주셨는데 칭찬이 너무 부담스러웠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본가에서도 가족, 친척이 오랜 시간 같이 있다 보면 이런저런 일로 서로 감정이 좋지 않을 때가 있는데 시가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람 사는 것 다 똑같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 시간 있다 보니 저도 참아야 하는 부분이 늘어났습니다. 한 번은 남편에게 "내가 내향적이다 보니까 대화를 몇 시간이고 하기 힘드네. 시가에서 대화 좀 많이 참여해 줘"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부엌에서 대화하는 저를 발견했는지 부엌으로 들어와 대화에 끼려고 하니 "남자가 부엌에서 여자들이 하는 대화에 끼는 거 아니야"라고 하셨습니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당황했습니다. 또 "성균관에서 차례상 간소화 하라고 전을 빼라며? 전 부치기 귀찮은가 보지? 상이 왜 이렇게 비어 보여?", "본가에 들렀다가 다시와~" 등등 이런 가치관 차이가 있는 일이 종종 생기는데 집에 도착해서 그 상황 관련하여 대화하면 남편은 가치관 차이로 힘들다는 것을 공감해 주기보다는 가족의 화목을 위해서는 제가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동일한 시간과 장소에 같이 있으며 겪은 상황인데 받아들이는 차이가 왜 이렇게 큰지.. 환장할 대화가 반복되었습니다.
"가족을 나쁘게 말하지 않으면 좋겠다" VS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설명한 것",
"모임 주체자가 아니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VS "최대한 모두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참아야 할 정도인가? 모임 할 때만 참으면 된다" VS "가치관을 어디까지 내려놔야 하나? 모임은 계속된다"
제가 유일하게 토로할 수 있는 남편이 저를 공감하려 하지 않고 듣기 싫어하다 못해 스트레스라고 하는 남편을 보며 설움이 쌓이다 결국 분노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지옥 같은 현 상황에 글을 쓰면서 정리를 해보기 시작했습니다..
(다음글은 최대한 감정적인 부분은 제외한 원인 분석과 해결방안에 대한 내용입니다.)
사진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