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생활이 끝나고 성숙해지는 결혼생활이 시작되려 큰 진통을 겪는 것 같습니다.
배우자와 제가 그리는 결혼생활이 비슷하면 좋을 텐데 참 다른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결혼은 독립에 가까워 주체적이길 바라는데 남편이 생각하는 결혼은 연합에 가까워 소속되는 것을 바라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독립적인 결혼생활에 대해 대화를 하게 되면 가족과 연을 끊으라는 것이냐며 극단적이고 감정적적인 대화로 종결되는데 이분법 적인 대화를 하려는 게 아니고 정도에 차이인 것인데.. 지금까지 감정소모적인 대화를 너무 많이 해서 극단적으로 되는 것 같습니다.
배우자와 배우자 가족의 가치관을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서로 다른 가치관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결국 공정하고 공평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해결책인데.. 남편과 시가분들이 시스템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시는데 제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공정하고 공평한 시스템은 회의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시가에 모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시가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하시지만 매번 반복되는 명절, 제사, 기념일, 모임 이어도 한 번쯤은 한분 한분씩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시어머님은 명절에 어떤 것을 가장 중요시하시는지? 어떤 명절을 보내고 싶으신지? 차례상 음식을 유동적으로 하는 건 어떠신지? 김장의 양을 넉넉하게 하기보다 필요한 만큼만 조금 모자란 듯하게 하는 건 어떠신지?" 또 시누이분들, 남편, 저 모두의 의견을 취합하여 최대한 전체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명절, 제사, 기념일, 모임에 적용하면 좋지 않을까.. 회의를 통해 정해졌어도 실행해 보니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다시 회의를 통해 수정가능하니 서로 감정적으로 부딪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런데.. 저의 에너지가 고갈되었습니다. 회의를 진행할 양식을 프린트해 시가에 가져가 시도해보려 했으나 번번이 다시 가져왔습니다. 시가의 가족분 수가 많고 각자 사정들이 다양하고 회의를 진행할 정신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다시 차근차근 생각해 보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할 수 없는 것을 끙끙 고민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 집중해야 살아갈 에너지를 보존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남편과 합의한 것을 이행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니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회의하는 시스템은 언젠가 때가 오면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막막하지만 우리 부부가 성숙해지는 결혼생활로 잘 넘어갈 수 있도록 노력이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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