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추석 하면 저는 결혼 후 첫 추석을 보낼 때 겪은 두 가지 일화가 생각납니다.
첫 번째 일화는 추석 하루 전 차례음식을 하기 위해 시가에 갔는데, 시어머니께서 전을 부치고 계시는 시누이 옆에서 돕고 있는 제게 "잘 보고 다음부터 네가 전을 부쳐야 한다"며 말씀하시는 순간 당황스럽고 압박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시누이가 추석음식 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에 고마워해야 한다"라는 말씀에 '왜 시가 명절음식을 하는데 시누이는 돕는다라고 표현하시고 시누이께 제가 뭘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가족구성원은 모두 동등한 것인데? 다 같이 명절음식을 하는 것인데 무슨 말씀이시지?' 이상했습니다. 없었던 반감이 생겼고 편을 가를 필요가 없는데 편을 가르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시가 가족분들은 같은 피가 흐르는 조상님과 어려서부터 뵌 할머니, 할아버지 차례상 이 실 텐데 얼굴도 못 뵌 며느리보다 시누이가 더 주도적 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굳이 시누이와 며느리를 다르게 생각하시는 걸까요? 다 같이 명절음식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시는 것이 어려운 것일까요? 무엇을 위해 이런 말씀을 하셨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두 번째 일화는 추석당일 아침 차례상을 차리고 차례를 지내고 식사하고 치우고 이제 저의 본가를 가야 하는데 본가에 가라는 말씀을 안 해주시고 시가에 다녀오신 시누이와 이른 저녁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 당황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시어머니께 "아버지께서 기다리고 계셔서 가봐야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드리고 혹시나 마음 상하실까 봐 "본가에 갔다 다시 오겠습니다" 말씀드리니 그제야 표정이 좋아지셨습니다. 이후로 당연하듯이 본가에 갔다 다시 시가에 가는 것이 규칙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이번 추석도 시어머니께서 "갔다가 다시 올 거지?"라고 말씀하시는데 차마 "아니요 본가에 갔다 집에 가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지 못하고 본가에 갔다 다시 시가에 갔습니다. 시가에 다녀오신 시누이를 포함하여 시가 식구들 모두 저녁을 먹는데 밥이 잘 넘어가지 않고 너무 피곤해서 눈도 침침하고 어떤 대화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좋지 않아 차라리 설거지하면서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명절에 가족 모두 모여 얼굴 보고 안부를 묻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명절이 나쁜 것이 아닙니다. 다만, 관습이라는 이유로 동등한 가족구성원으로 서로 존중하지 않는다면 불화가 생길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관습에 따르면 며느리가 시어머니, 시누이를 잘 모시는 것이 맞지만 서로 동등한 가족구성윈으로 존중하는 것을 바탕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가와 본가가 다르지 않고 가족 구성원 모두 동등한 것입니다. 본가에 가면 특권이 생기는 걸까요? 본가에서 명절음식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요? 나의 조상님이며 어려서부터 뵌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한 것이기도 한 것인데 오히려 얼굴도 못 뵌 사위나 며느리가 같이 하는 것 또한 고마운 것 아닐까요? 시가에서든 본가에서든 서로 동등한 가족구성원으로 존중하며, 명절음식 다 같이 하고, 안부를 묻고 소통하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관습이라는 것도 시대에 따라 변화해 온 것일 텐데.. 시어머니 따님이신 시누이도 시가에서 서로 동등한 가족구성원으로 존중하고 존중받길 바라실 텐데.. 답답함이 커지면서 견디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습니다.
시가에서 보내는 모든 시간이 힘든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가족관계는 가족 구성원 모두 동등하며 서로 존중해야만 한다는 것을 가족 모두가 공감하여 실천해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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