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노력 1

by 내향 수달이

설날 연휴 무사히 마치신 모든 부부님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는,

시가에 가기 전 항상 각오를 합니다.

'더 이상 또 무슨 일이 있을까.'

'오늘도 잘 참아 내야겠구나.'


그런데 이번 설날은..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고

잠을 못 잘 정도로

맘고생이 심했습니다.


#1.

설 전날

시가에 모여 음식을 하고 있는데

시누이께서 한 말씀입니다.

"다들 명절은 원래 힘들다는 거 알지?

당연히 명절은 힘든 거야."

며느리라고는 저 한 명 있었고

여자들만 있는 집단에 오래 있어본 경험으로

올케인 저에게 하시는 말씀인 것을 알아차렸고

역시나 저를 보시더니 말씀을 이어가셨습니다.

"OO아, 너 결혼 몇 년 차지?"

저와 다른 가치관을 갖고 계신 시누이 분이셔서

계속 참고 있는 부분이 많았던 터라

그 순간,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섰고 저는

뇌를 거치지 않고 대답을 하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섭게 왜 그러시는 거세요!!"


시누이께서 웃으시며

"말투가 원래 그렇다"

"직장에서 교육을 시키시는데

교육받는 밑에 직원이 자신을 무서워하기도 했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시누이께서는

저가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것을 추측하시고

(저의 생각을 물어보거나 경청하신 적이 없으십니다.)

불합리한 것이 아니라

원래 당연히 명절은 힘든 것이라며

올케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 같습니다.


가족문화는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원래 당연히 명절은 힘들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모든 가족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여(=회의)

가족문화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리고

가족모임은 직장과 다릅니다.

시누이와 올케의 관계는

직급 있는 직장의 상하관계가 아닙니다.

서로 동등한 위치의 가족관계입니다.


저는 시누이께 예의 있게 대하고

존중하며 화목한 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시누이께서 올케를

상하관계로 인식하신다면

저는 납득할 수 없기 때문에

화목한 관계를 지속할 수 없습니다.


#2.

저는 명절 전날 시가에서 같이 음식을 만들고

당일날 차례를 지내고 저의 본가에 갔다

시가 가족분들과 저녁을 먹기 위해

다시 시가에 갑니다.

저녁을 먹기 위해 시가에 다시 가야 하는 것에

불편한 내색을 해도

시가 가족분들은 저녁을 먹어야만 하듯이

말씀하십니다.


이번 설날 차례를 지낸 후

친척분들 모두 모인 자리에서

시어머니께서는

"며느리가 본가에 갔다 저녁 먹으러

다시 시가에 온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말씀에 친척분이

"거리가 가까우니 그럴 수 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대수롭지 않은 듯이.


본가와 시가의 거리가

차 타고 30분 정도의 거리라도

저는 다시 시가에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본가에 있을 때 시가 저녁시간에 맞춰

가야 하는 압박을 느낍니다.

저녁을 먹으려고 해도

배가 불러 먹고 싶지 않고

다들 드시고 계시는데 혼자

방에 들어가 있을 수 없고

치우시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고

난감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맞춘 이유는,

저의 노력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셔서

배려를 조금씩 해주시겠지..

그래서 시가문화가 좀 더

공정하고 공평하게

서열을 두지 않고

조금씩이나마 나아지겠지..라고

희망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의 내용과 같이

친척분들 앞에서 당당히 말씀하시고

친척분은 동조하시고..

당연하게 생각하시는 모습들을 보면서

정말 힘들게 인내한 지금까지 저의 노력이

오히려 시가문화를 더 고착화하게

만든 꼴이 되어버린..

헛된 노력이 되어버렸다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앞으로 시가문화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결단을 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가문화가 조금씩이라도 변화하길

간절하게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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