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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 Jul 17. 2024

나는 '영케어러'였다

저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어느 날 방송을 보다 영케어러(Young Carer) 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미래를 포기한 채 아픈 가족을 간병하는 청소년이나 청년을 뜻한다고 합니다. 인터뷰를 보는데 말 한마디 한마디 표정만 봐도 제가 겪은 그대로였습니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의 세상도 간병하는 힘듦이 계속되는 것을 알게 되니 이 세상이 너무 암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저와 다르게 지금의 청소년과 청년들은 자신의 삶을 찾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지금 30대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께서 뇌출혈로 쓰러지시고 10년이 넘도록 병석에서 많은 고생 하시다 돌아가셨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가족 모두 간병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어머니가 보고 싶은 건지 가끔씩 예전 어머니를 간병하는 꿈을 꿉니다. 꿈에서 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알아차리지 못하더라고요. 꿈을 깨고 나서야 '아 맞다 돌아가셨지..'하고 깨닫습니다. 어머니께서 급작스럽게 쓰러지셨을 때. 정말 나쁜 일은 한꺼번에 찾아오는 건지. 하필이면 IMF사태 때 집안 경제사정이 매우 좋지 못한 때였습니다. 수술비, 입원비, 간병비.. 큰돈이 계속 필요했습니다. 저는 아직 초등학생이었고.. 아버지께서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그래도 친척분들이 소식을 듣고 바로 오셔서 이럴수록 힘내라 밥도 사주시고 격려해 주시며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어두웠던 저는 담임선생님 덕분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변 이웃분들까지 알게 모르게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한국은 2023년 기준 합계출산율 0.72명이고 2024년 기준 중위연령 46.1세이며,

2025년부터는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여 국민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이라고 합니다.

제가 겪은 어린 자녀가 부모를 간병하는 경우, 노인이 노인을 간병해야 하는 경우, 1인 가구가 많아지고 있어 본인이 아플 때나 노쇠하여 본인의 힘으로 일상적인 신체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일 때 최악의 경우 고독사를 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든 나이 든 세대든 미래가 불안하고 걱정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병석에서 많은 고생을 하신 어머니께서 결국 돌아가시고 10년이 넘는 긴 간병은 끝나게 되었지만 간병이라는 것이 끝이라는 개념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시기도 하고 제가 병으로 간병을 받아야 할 상황도 생겼습니다. 간병이라는 것이 삶과 함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개인에게 전부 부담을 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정부도 알기 때문에 제도가 있습니다. 아직 더 개선하고 발전해야 될 것 같지만 나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어머니 간병을 할 때 나이 제한이 있어 요양원에 들어가기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의 제도를 보니 65세 미만이어도 노인성질환이시면 가능하도록 개선된 것 같습니다. 제도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노인 돌봄 서비스는 4가지가 있습니다. 요양병원, 요양원, 주야간보호센터, 재가복지서비스입니다. 요양병원은 환자가 원하면 입원 가능하고 병원이기 때문에 치료도 가능합니다. 건강보험료로 운영되고 보호자 비용 부담이 큽니다. 그 외 요양원, 주야간보호센터, 재가복지서비스는 장기요양보험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보호자 비용이 적어집니다. 장기요양보험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1등급~5등급을 받아야 가능하고 등급에 따라 받을 수 있서비스, 비용, 시간이 달라집니다. 저의 어머니도 직원분이 오셔서 어머니의 신체상태를 확인하시고 1등급을 받은 기억이 납니다. 등급판정 뒤에 요양원에 입원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복잡한 부분이 많아서 국민건강보험, 보건복지부에 문의하거나 방문하셔서 알아보셔야 수밖에 없는 같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실 때는 주저하시지 마시고 동사무소에 찾아가셔서 여쭤보셔도 되고 꼭 주변에 도움을 청하셔서 상황에 맞는 복지를 적용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간병 관련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 전국적으로는 적용이 안되어도 신청할 수 있는 조건이시라면 꼭 시도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본인의 삶을 살 수 없는 청년, 청소년 간병인에게.. 또 제 자신에게..

"지금까지 너무 잘 해냈고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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