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영어, 일상의 수다에서 배운 이야기
피아노 콩쿨에서 대상 받았어요
"지난 주말에 정말 기쁜 일이 있었어요. 우리 아들이 피아노 콩쿨에서 대상을 받았거든요."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거예요. 자식 자랑이 이렇게나 신날 줄이야. 저는 이 기쁜 소식을 옆집 미국 엄마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부리나케 그녀의 집을 찾았어요.
커피를 내리며 웃고 있는 그녀에게 신나게 말했죠.
“My son got great prize.”
그런데 그녀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Oh, he won 1st place!”
그 순간, 저는 잠시 얼어붙었습니다. ‘대상 받았어요’라는 말을 영어로 옮기고 싶었던 건데, 이게 맞지 않았던 거죠. 미국 엄마의 표현은 짧지만 완벽했습니다.
"Won"이라는 동사는 뭔가를 이겼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고, "1st place"는 ‘대상’과 ‘1등’을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단어였어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영어는 그 상황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언어라는 걸요. 한국식 표현처럼 ‘크게 상을 받았어요’를 말하는 대신, 원어민들은 결과 자체를 강조하더라고요.
그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웃음이 났어요. 이제 우리 아들의 성취를 자랑할 때는 이렇게 말해야겠다고 다짐했죠.
“He won 1st place!”
차 사고를 목격한 날
며칠 후, 마트에 가던 길이었어요. 멀리서 번쩍이는 불빛과 구급차가 보였죠. 가까이 다가가 보니 심각한 차 사고였습니다. 그 장면이 마음에 남아 옆집 미국 엄마에게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I saw an accident."
하지만 그녀는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며 이렇게 말했어요.
“Oh, you saw a car wreck?”
‘Wreck?’ 순간 당황스러웠어요. "accident"도 맞는 표현인데, 왜 굳이 "wreck"일까? 미국 엄마의 설명은 이랬습니다.
"Wreck"은 단순한 사고를 넘어 차가 크게 망가진 상황을 묘사하는 단어였어요. 그 단어 하나에 사고의 심각성과 충격이 고스란히 담겨 있더라고요.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또 다른 이야기.
“We even use ‘wreck’ in other ways. Like, a home wrecker.”
‘Home wrecker?’ 그녀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Home wrecker’는 가정을 망가뜨리는 사람을 의미한대요.
한 단어 속에 이렇게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니!
그날 저는 영어 단어 하나를 통해 상황을 더 생생하게 그려내는 힘을 배웠습니다.
시어머니를 MIL이라고 부른다고요?
그날의 마지막 수다는 ‘시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누군가에게는 친근하고 누군가에게는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그 단어.
"시어머니를 영어로 뭐라고 하더라…? 아, ‘mother-in-law’!"
하지만 미국 엄마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어요.
“We just say MIL.”
‘MIL?’ 처음엔 무슨 소린가 싶었어요. 하지만 그녀는 문자 메시지나 친구들과 대화에서 긴 단어를 줄여 쓰는 문화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Mother-in-law’를 짧게 줄인 MIL, 얼마나 간단하고 편리한 표현인가요.
그 뒤로는 시어머니 이야기를 할 때 저도 자연스럽게 이렇게 말하곤 해요.
“My MIL is coming over today.”
이렇게 단어 하나를 바꿔 쓰는 것만으로도 제 영어가 한층 더 원어민 같아진 느낌이었어요.
작은 수다에서 배운 큰 깨달음
그날의 수다는 제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어요. 영어는 단순히 문법과 단어를 외우는 게 아니었어요. 상황을 더 생생하게, 더 정확하게 표현하는 언어였죠.
“He won 1st place!”: 성취를 강조하는 표현
“I saw a car wreck.”: 상황의 강도를 담아낸 단어
“MIL”: 간결함을 추구하는 원어민들의 문화
작은 차이 같아 보이지만 이런 표현들이 모여 영어를 더 살아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영어는 이제 더 이상 두려운 언어가 아니에요.
옆집 미국 엄마와의 수다를 통해 배운 단어 하나, 표현 하나가 제 영어를 조금씩 바꿔 주고 있으니까요.
이제 저는 ‘영어 공부’를 한다는 생각 대신, 수다를 떨며 배우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