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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는 왜 부자가 아니야?

by 별하맘

나는 어릴 때부터 부자가 되고 싶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부자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부자의 딸이 되고싶었다. TV 드라마 속 부잣집 아이들은 언제나 반짝이는 옷을 입고, 넓은 집에서 생활하며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누릴 수 있는 모습이었지. 그런 모습을 보며 나도 언젠가 부잣집의 외동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그래서 가끔씩 문득 이렇게 생각하곤 했다.


왜 우리 엄마는 부자가 아닌 걸까?


어린 시절 그 생각은 한때 내 마음 한구석에 머물다가, 세월이 흐르고 내가 커서도 잊지 못한 채 때때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정에 들러 엄마와 따뜻한 차 한 잔을 나누며 조심스레 그 궁금증을 꺼내보기로 했다.


“엄마, 엄마는 왜 부자가 아니야?”


내 말투는 마치 장난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 속에는 오랜 시간 감춰왔던 진심 어린 물음이 담겨 있었다.


엄마는 한참 동안 내 말을 잠시 생각하시더니, 잔잔한 미소를 지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럼 너는 왜 효녀가 아니야?”


순간, 내 머릿속은 멍해졌다. 효녀라니, 내가? 평소 나는 엄마를 잘 챙기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지만, 정작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 적은 몇 번이나 있었을까? 엄마가 나를 위해 얼마나 애쓰셨는지, 또 그 사랑을 얼마나 깊이 느끼게 해주셨는지를 곰곰이 떠올리게 되었다.


엄마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을 이으셨다.

“나는 네가 어릴 때부터 너 혼자만 키우느라 정말 바빴어. 돈이 많았으면 좋았겠지만, 네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게 나한테는 그 어떤 것보다 소중했단다.”


엄마의 말에, 나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한 겹씩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른 아침, 아직 어둠이 가시기 전에 부엌을 준비하시는 엄마의 분주한 모습, 하루의 끝에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도 웃으며 나의 하루를 물어보시던 따뜻한 저녁 식탁, 그리고 학교 운동회나 발표회 때 한시라도 빠짐없이 응원해주셨던 그 모습들. 엄마는 비록 큰 부자는 아니었지만, 매 순간 내게 넘치는 사랑과 정성을 아낌없이 주셨다.


내가 부잣집 아이들을 동경했던 이유는 단순히 눈에보이는 물질적 풍요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집안이 마치 행복의 보물창고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진정한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 간의 따뜻한 정과 서로를 아끼는 마음, 그리고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이 만들어내는 것임을. 엄마는 그 소중한 진리를 늘 몸소 보여주셨고, 덕분에 나는 매일 그 사랑을 느끼며 자랄 수 있었다.

출처ㅣpixabay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친정집 창고 한 구석에 놓인 낡은 자전거가 눈에 들어왔다. 어린 시절, 엄마가 퇴근길에 들러 사다 주셨던 그 자전거는 나에게 단순한 놀이기구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 날,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였고, 엄마의 사랑이 담긴 그 선물은 내게 세상의 어떤 값비싼 보석보다 귀중한 것이었다. 왜 그때의 행복을 잊고 살았을까? 문득 스스로에게 물었다.


며칠 후, 나는 작은 케이크와 한 잔의 커피를 들고 다시 엄마를 찾아갔다.

“엄마, 제가 효녀가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엄마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부드럽게 웃으시다가,

“그냥 한 마디 해본 거야. 네가 잘 사는 모습만 보여줘도 그게 엄마한테는 최고의 효도란다.”

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에 내 마음은 뭉클해졌다. 평소 때로는 엄격해 보이시던 엄마가 이렇게 다정하게 말씀하시니, 눈시울이 뜨거워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엄마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덧붙이셨다.

“그리고 용돈 좀 올려줄 거지? 내가 부자도 아니라서.”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효녀로 살아볼게요. 용돈도 꼭 올려드릴게요!”


그날 이후, 나는 엄마에게 더 자주 안부의 전화를 걸고, 작은 선물과 따뜻한 마음으로 감사를 표현하며 나만의 방식으로 효녀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가지 굳게 다짐했다. 나도 부자가 될 거야. 돈이 많지 않아도, 사랑과 감사로 마음이 가득 찬 진정한 부자가 되리라.


엄마는 여전히 큰 부자는 아니었지만,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이 넘치는 엄마였다. 그 따뜻한 사랑 덕분에, 나는 언제나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외동딸로 살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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