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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직업을 꿈꾸는 아이에게》

by 별하맘


《세상에 없던 직업을 꿈꾸는 아이에게》

“엄마, 내가 좋아하는 걸로 직업을 만들 수 있어?”


“꿈이 뭐야?”

아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물었던 질문에, “유튜버나 웹툰 작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언젠가부터 ‘의사, 판사, 선생님’이라는 익숙한 목록은 아이들 입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대신 생소한 단어들이 등장한다. 게임 개발자, 크리에이터, 메타버스 디자이너, 심지어 나노 로봇 수리공까지.


이런 말을 들으면, 불안한 마음이 먼저 앞서는 게 부모다.

‘그게 직업이 되긴 할까?’

‘너무 불확실한 건 아닐까?’

‘그런 걸 하려면 공부는 안 해도 되는 건가?’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질문은 결국 내 기준에서 나온 불안의 언어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우리가 경험한 세상과는 전혀 다르다.

우리는 이미 존재하던 직업을 선택했지만, 아이들은 앞으로 ‘직업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1.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직업이 더 많아요


나는 글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 전공을 바꾼 대학생, 다시 길을 찾는 40대, 전직을 꿈꾸는 50대까지.

이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제가 뭘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직업도 잘 몰라요.”

“그냥 안정적인 걸 하고 싶어요.”


어쩌면 우리가 지금껏 아이들에게 ‘직업’에 대해 너무 좁은 그림만 보여준 건 아닐까.

실제로 『한국직업사전』에는 12,000개가 넘는 직업이 수록되어 있지만, 아이들이 떠올릴 수 있는 직업은 고작 몇십 개.

우리는 직업의 바다를 앞에 두고 고작 모래사장만 보여준 셈이다.


그러니 아이가 낯선 직업을 말하더라도 무시하거나 웃어넘기기보다는,

“그건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일까?”

“그걸 하려면 무엇을 더 알면 좋을까?”

같이 검색하고, 이야기 나누는 연습이 필요하다.



2. 직업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좋은 대학’에 가면 좋은 직업이 따라온다고 믿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기술의 변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사라지는 직업도, 새로 생기는 직업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필름을 자르던 편집자는 ‘콘텐츠 디자이너’가 되었고,

수기로 문서를 작성하던 타자수는 ‘사무 자동화 관리자’로 바뀌었다.


한 중학생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메타버스에서 옷을 디자인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요즘은 진짜보다 가짜가 더 멋있대요.”

아이의 말이 낯설게 들렸지만, 그 말에 미래가 담겨 있었다.


우리는 변화하는 직업 세계에 대해 아이와 함께 공부해야 한다.

뉴스를 보며 “AI가 택시 운전사 일을 대신할 수도 있다는데, 그럼 어떤 직업이 생길 수 있을까?”

게임을 하며 “이 게임은 누가 만들었을까? 기획자는 무슨 일을 할까?”

이런 질문을 나누는 것, 그게 곧 ‘진로 교육’이다.



3. 직업은, 만들어가는 거예요


아이에게 가장 자주 해주는 말이 있다.

“너는 너만의 직업을 만들 수 있어.”


이 말은 막연한 칭찬이 아니다.

실제로 세상에는 누군가의 흥미와 강점이 만나서 새롭게 생긴 직업이 너무 많다.

‘AI 아티스트’, ‘디지털 장례플래너’, ‘반려동물 행동 분석가’처럼.


이런 말도 해준다.

“미술을 좋아하면 꼭 화가가 되지 않아도 돼. 게임 그래픽, 이모티콘 디자이너, 전시 큐레이터도 있어.”

“책을 좋아하면 꼭 작가가 아니어도 돼. 북튜버, 독서치료사, 출판 기획자도 있지.”


진로의 답은 ‘직업 리스트’에 있는 게 아니라, 아이의 삶 안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지를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연습부터 시작해야 한다.



진로는 결국,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의 질문이에요


아이의 진로는 ‘어떤 직업을 가질까’보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더 가까운 질문이다.


직업을 선택하는 일은

자신의 삶을 그려나가는 방식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빠르게 바뀌더라도

자기만의 방향을 찾는 아이는 흔들리지 않는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그 방향을 찾는 여정을 옆에서 함께 걸어주는 것이다.

질문하고, 경청하고, 격려하면서.


“이 직업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너는 어떤 일에서 행복할까?”

“너만의 일을 만든다면, 어떤 모습일까?”


아이는 그 질문 안에서

자기만의 길을 발견하고,

그 길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갈 것이다.



본 글은 김봉환 교수님의 칼럼 [교육칼럼] 「꿈이 직업이 되는 시대, 아이에게 ‘직업세계를 여는 눈’을 길러주세요」의 내용을 바탕으로, 필자의 시선과 문체로 재해석한 글입니다. 원문에서 받은 인사이트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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