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
햇살이 너무 눈부셔서 잠시 멈춰 섰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나는 왜 이렇게 공허할까.
누구도 아프지 않았고, 별일 없던 하루였는데도
가슴 한 켠이 허전하고 묵직했다.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누구에게 말해도 "그럴 수 있지"라는 말로 툭 던져질 것 같아,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우울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순간,
누군가는 '그럴 여유가 있는 거네'라고 생각할까 봐.
아이의 웃음 뒤에 숨어 있는 나의 한숨.
아침마다 웃으며 등원시키고 돌아서서 눈을 감는 이유.
다 괜찮은 척하지만, 사실 나도 지쳐 있다.
누가 날 꼭 안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
요즘 자주 한다.
가끔은 정말,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
누구의 엄마도, 아내도, 딸도 아닌
그냥 ‘나’로서 하루를 살아보고 싶다.
"그래도 아이가 있잖아."
"지금이 제일 예쁠 때야."
그 말, 안다.
정말이지 안다.
그래서 더 미안한 마음도 든다.
이렇게 힘들다고 느끼는 내가
이기적인 건 아닐까 자책하면서.
하지만 이런 마음이 들었다고 해서
내가 아이를 덜 사랑하는 건 아니다.
사랑해서 더 힘든 거고,
소중하니까 더 버거운 거다.
누군가는 나의 하루를
‘부럽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도 모른다.
그 하루가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지.
육아는 팀플이라지만,
정작 내 마음을 나눌 팀원이 없는 날이 더 많다는 걸.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혹시 오늘 같은 마음이라면
나와 같은 자리에 서 있다면
조용히 말해주고 싶다.
"당신만 그런 거 아니에요."
"사라지고 싶은 날이 있어도 괜찮아요."
"우울한 마음도 당신의 일부니까요."
"오늘 하루,
아이를 돌보느라
당신을 돌보지 못했더라도 괜찮아요.
당신의 우울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요."
"당신은 언제 가장 힘들다고 느끼시나요?"
"사라지고 싶었던 하루, 어떻게 지나오셨나요?"
"나를 돌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