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 세 끼라는 숙제 앞에서 작아지는 엄마들에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정갈한 덮밥, 예쁜 종지에 담긴 밑반찬. SNS 속 누군가의 식탁은 늘 평온한 이상향 같다. 나 역시 10년째 가족의 끼니를 책임져온 ‘집밥의 베테랑’ 임을 자처하지만, 현실의 주방은 이상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아이들의 겨울방학이 시작되면 주방은 24시간 풀가동되는 전쟁터로 변한다.
분명 냉장고 문을 열 때는 근사한 요리를 상상한다. 하지만 현실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두부 한 모와 어중간하게 남은 자투리 채소들뿐.
'냉장고를 부탁해'의 셰프들처럼 15분 만에 마법 같은 요리를 내놓고 싶지만, 현실의 엄마는 아이들의 "배고파요!" 소리에 쫓겨 결국 익숙한 볶음밥이나 국 한 그릇으로 타협하고 만다.
왜 10년을 해도 집밥은 늘 숙제 같을까?
그건 아마도 우리가 차려내는 것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가족의 하루'이기 때문일 것이다. 방학이라 집에만 있어 답답해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영양을 고민하고, 그러면서도 내 안의 지쳐가는 에너지를 붙잡아야 하는 삼시 세 끼의 무게.
정갈한 요리 화보 같은 식탁은 아닐지라도, 냉장고 속 남은 재료들을 조합해 어떻게든 따뜻한 한 끼를 먹여 보내는 그 마음.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매일 써 내려가는 가장 위대한 '라이프 에디팅'이 아닐까.
비록 오늘 내 주방이 엉망진창일지라도, 아이들이 밥 한 그릇 뚝딱 비워내는 그 소리에 다시 힘을 낸다. 완벽한 요리는 아닐지 몰라도, 우리의 정성은 이미 충분히 빛나고 있으니까.
전국의 모든 '방학 맞이 엄마들'에게,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다는 응원을 건네고 싶다.
*일상의 어수선함을 단단한 서사로 바꾸는 법을 연구합니다. 서강대 출간작가 양성과정 3기에서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