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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포트킨 Jan 31. 2024

나의 첫 서유럽여행기

2023년 7월 서유럽서 느낀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들의 수집기(네번째)

로마에 도착할 수 있는 날!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한 번도 그 땅을 밟지 않은 채 로마를 얼마나 듣고 읽고 봤는지 모른다. 아마.. 로마는 나의 자아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런 로마를 직접 보러 가는 거다. 이건 나에게 있어서는 대단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로마를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는 것! 이게 바로 여행이고 껍데기를 벗는 것이지!! 내 인생에 있어서 다양한 삶의 경험! 이게 바로 내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가 아닐까 싶다.      


지금 여긴 늦은 저녁, 로마 우리 집! 침대에 편안하게 누워 오늘 하루를 돌아본다.       

저녁식사는 집 근처 제법 로마의 분위기가 나는(이건 순전히 내 주관적인 느낌) 어느 식당에서 먹었는데 마르게리타 피자, 채소가 곁들여진 스테이크, 맥주를 곁들인 조합이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풍미와 함께 감격적인 로마의 첫 번째 밤을 누리고 있었다. 

스테이크와 밋밋한 채소, 로마에서의 첫째날 저녁메뉴
마르게리타 피자,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는 이탈리아의 맛
맛깔스러운 맥주

맥주를 두 잔째 마시며 오늘 하루의 여정을 돌이켜본다. 


밀라노에서의 아침은 발코니에서의 커피, 내 노트북(수기로 기록하는), 담배로 시작했다. 

이른 아침이라 열기는 없지만 약간의 습기와 후텁지근함이 슬슬 느껴졌다. 

난 여유롭게 한 잔의 커피를 홀짝이며 노트북에 지난 여정을 정리했다. 

난, 지금 기계공학기술자 월급 노동자로서 일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나의 길은 글을 쓰는 것이라는 것을 희구하며 지속적으로 나와 내 주위에 각인을 시키고 있다.

난 특히 조지 오웰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를 주의 깊게 읽었다. 

그가 쓴 내용 중 글을 쓰는 동기 네 가지는 글을 쓸 때마다 기억해내려고 노력하는데 이 것들이다.

“순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 그리고 그는 솔직하게 “나의 우선적인 글쓰기 관심사는 남들이 들어주는 것”이라고 하는데 절절히 공감할 수 밖에 없었던 부분이었다. 여기 밀라노 발코니에서 조지 오웰을 추억하면서 뿜어내는 한 모금의 담배 맛이란... 허세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런 재미로 산다.

밀라노 숙소 거실에서 바라본 풍경
밀라노 숙소 발코니 탁자, 커피 그리고 ....

곧 밀라노를 떠나야 하는데 맘으로는 바쁘지만 여기저기 밀라노의 디테일을 눈에 담으며 사진도 틈틈이 찍어봤다. 밀라노다운 모습, 풍경, 자태들. 보기 좋았다.

밀라노 시내를 빠져나와 로마로 가는 고속도로는 복잡하진 않았다. 구글에서 알려주는 길을 따라가면 될 뿐.. 운전을 하다보니 가는 방향 왼쪽 앞 아주 멋진 건축 구조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Stazione Reggio Emilia!      

이 건물은 밀라노-볼로냐 고속철도의 유일한 중간정차역이라고 한다.(위키피디아)

이건 얇은 종이를 길이 방향으로 차곡차곡 배열해 놓은 것 같은 구조물이었다. 멀리서 보면 곡선의 형태를 띠는 것 같지만 나중에 관찰해보니 띠 모양의 부재를 각각 다른 크기와 일정 간격으로 배치하여 유려한 곡선의 형태를 구현한 것이었다. 유럽에 온지 몇 일 되지 않았지만 그간 보았던 건축물 중 가장 기억에 남았다. 

그렇지! 건축학이란 이렇게 주변과 어울리는 한 폭의 그림을 창조하는 예술행위지..

나로 말하자면 저기 어디 바닷가 컨테이너선이 들어오는 곳이면 언제나 보이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꺽다리 학을 연상시키는 크레인들과 관련된 그런 강구조물들과 씨름하며 월급을 받고 있으니... 반면에 그런 크레인들도 때로는 멀리서 지는 해를 뒤에 안고 있을 때는 예쁘게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최적화된 구조로 구현된 크레인과 같은 기계구조물들이 이런 건축물들에 비하여 예쁘지 않은건 사실이다.   

Stagione Reggio Emilia, 소름끼치도록 아름답다. 난 다리오 아르젠토 명작 "서스페리아"가 생각났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이탈리아에서 첫 번째 휴게소를 들르게 된다. 

휴게소는 우리나라의 그것과 크게 다르진 않다. 이용하는데 전혀 이질감이 없이 편안했다. 세계의 어느 곳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자애들 몇 명이서 먹고 싶은 것들을 고르느라 휴게소 내부가 요란해진다. 주위의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는 인상을 쓴다... 뭐, 사람 사는 모습들.. 그리고 이런 것들의 총합이 인생이고 세상사 아니겠나..

밀라노에서 로마로 가는 고속도로의 어느 휴게소
휴게소 내부, 우리네와 다를 것도 없는..

잠깐 쉰 후 다시 쏟아지는 햇살에 대하여 내 두 눈과 피부가 분투를 벌이며 운전이라는 것을 하다 보니 아침 출발때 너무나 멀어보였던 로마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6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아직도 해는 하늘 위로 총총하고 나도 장시간 운전으로 나른해질 무렵 우리 차는 어느새 로마 시내로 접어들고 있었다. 

고도답게 도로상태가 매끈하진 않았다. 마치 고대 로마제국을 연상케하는 우둘투둘한 길들 그리고 트램레일이 길 곳곳에 촘촘하게 깔려있다. 

우리 목적지인 어느 유료 주차장으로 가는 중 나는 Guns N' Roses의 공연안내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너무 반가워 운전 중에도 멀리서 폰의 줌을 사용해 사진을 찍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며.. 흐흐 넌 로마라는 곳을 네 인생 처음으로 운전하고 있다구... 타박을 주지만 내가 좋아하는 락밴드의 흔적을 로마에서 본다는 건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로마에 입성! 왔노라, 보았노라... 아래 Guns N' Roses를...
Guns N' Roses의 흔적을 여기 로마에서 보게 될 줄이야...

유료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로마 우리숙소에 체크인을 하고는 처음 침실에 들어갔을 때 침대 위 장미꽃송이와 함께 “Welcome to Rome"라는 푯말을 예쁘게 세워놓은 이 집 주인의 센스는 세련되고 다정해보여 이내 우리 가족 모두 흐뭇해졌다. 

밀라노에서 여기 로마까지 620km의 운전으로 쌓인 노독이 사르르 녹아내린다고나 할까? 

자! 이젠 3일 동안 이 집을 아지트로 삼아 난 로마를 뽀갤거라구.. 내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이 로마 전체를 다 흡수 해버릴거라구..  

친절하고 따뜻했던 로마 우리 집 주인의 배려
로마 우리 집 앞 도로, 트램 레일 한 가운데 서서 로마를 느끼다!

솔직히 어떤 나라나 도시를 처음 방문할 때 혹자들은 관련된 책, 영상, 가이드북들을 보면서 열심히 미리 그 곳에 대해 공부한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런 ‘빠꼼이 정신“은 불필요해 보인다. 

최소한의 정보만을 취한 채로 가는 것이 내 여행에 있어서의 작은 지침이다. 

그럴 거면 뭐하러 가느냐는 핀잔을 그런 혹자들에게 줄 수도 있겠지만 뭐 여행의 길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 길들은 수억, 수십억 개의 스펙트럼으로 각자에게 펼쳐질테니.. 암튼 내 생에 처음 맞는 로마의 밤을 경건하게 그리고 약간은 들뜨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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