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지옥에 도전하게 된 마린이 (5)
'그냥 웃겨요 ㅎㅎ'
라는 피드백을 넘겨놓고 계속 작업 중이었는데 갑자기 사수의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5시였다. 뭐 때문에 5시에 알람을 맞춰놨는지는 몰랐다.
'심미씨 인스타 업로드했어요?' 사수는 갑자기 큰소리로 물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는 전혀 들은 바가 없는 업무를 갑자기 나한테 찾는 이유를 몰랐다.
'5시에 인스타 업로드인 거 모르세요?'
'네? 저는 처음 듣는데요? 그게 제 업무였나요?'
'아! 업로드하셔야죠!'
'다음부턴 제가 할게요 그럼, 제대로 전달해주세요.'
분명히 인스타 업로드 관련해서 들은 바는 아무것도 없다. 어떤 콘텐츠가 올라가는지 어떤 브랜딩이 되어있는지 아무것도 안 알려줬는데 5시에 업로드를 했어야 했다니 억울한 일이었다. 일부러 사람 많은 곳에서 큰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이제는 안다.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니 까내리고 싶었을 것이다. 근데 그 공격은 굉장히 유효했다.
스튜디오 분위기는 굉장히 살벌해졌고 일적으로 무시당하는 것을 굉장히 불쾌해하는 성격인지라 화가 잔뜩 났다. 그래 네가 대리고 내 사수니까 지켜볼게 얼마나 잘하고 존경해야 할 사람인지. 불쾌한 기분 그대로 작업을 진행하고 퇴근하면서 다른 회사에 지원서를 미친 듯이 넣기 시작했다.
분명 이 회사를 선택할 때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대행사라는 곳이 마케터들이 굉장히 힘들어하는 곳이며 연봉적으로도 어마어마하게 깎아서 연락이 왔다. 하지만 선택했던 이유는 인턴, 계약직 경력이 있지만 신입이라고 생각하고 연봉이 떨어져도 이해했다. 또 처음으로 가서 많은 프로젝트를 해보면서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있다. 근데 결국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았다. 또한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하고 행동하는 것들에 대해 참을 수가 없었다.
다른 셀의 사람들이랑은 너무 많이 친해졌다. 이런 고민이 쌓이고 쌓인 첫 촬영 날 퇴근길이 겹쳐 집에 같이 가게 된 분이 있었는데, ' 요즘 어때요? 괜찮아요? '라고 하는데 진짜 갑자기 울컥했다. '괜찮아요?'라는 말이 왜 그렇게 울컥하게 했을까 10분 남짓 같이 이동하는 동안 오늘 있던 일 얘기하며 사수랑 너무 안 맞는 거 같다까지 이야기를 했다. 후련함도 느꼈지만 동시에 후회가 밀려왔다. 너무 내 상황을 잘 알만한 사람인 회사 동료이지만 또 공적인 사람에게 내가 이런 말을 해버렸구나 이런 이야기는 또 흘러 흘러갈 텐데 내가 너무 경솔했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버텨봐요.' 한참을 들어주던 그분은 이런 말을 남기고 지하철을 내렸고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