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운세

04

by 나머지새벽

방탈출카페는 입구부터 어딘가 스산했다. 누리끼리한 조명이 입구부터 비추고 있었고, 사원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부적들이 벽을 가득 채워 붙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미션을 모두 완수하고 나온 후의 기념사진들이 걸려있었다. 사진 속의 사람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한 손을 겨우 들며 브이를 하고 있었다. 입꼬리도 대부분 부자연스럽게 올라가 있었다. 민준은 이것을 하는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방탈출은 민준의 선택이었다. 소개팅이 잡히자마자 민준은 인터넷에 소개팅 코스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블로그에서 가장 많이 추천받은 게 방탈출카페였다.

‘둘이 가까워지기에 딱 좋을 거예요!’

‘어색한 사이 가까워지게 하는 데에 방탈출만 한 게 없을걸요’

소개팅자리에서 어디를 가는 게 좋을지에 대한 질문을 올린 민준의 게시물에 달린 댓글들이었다. 민준은 곧장 방탈출카페를 검색해 예약했다. 1시간과 2시간 코스가 있었고, 잠시 고민하다가 ‘2시간’을 선택했다. 1시간으로는 코스에 있는 모든 장애물들을 간파하고 피하지 못할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였기 때문이었다. 민준은 본인정보를 옮겨적으며 상대방이 방탈출을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런 생각이 왜 들었는지는 본인도 알지 못했다.


”여기 좀 어려운 코스인가 본데요? “

입구에서 주위를 둘러보던 여자가 민준에게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

여자는 민준을 한 번 쳐다본 뒤, 코스 입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냥요. 그냥 느낌이 그래요 “

민준은 고개를 천천히 한 번 끄덕인 뒤 여자가 바라보는 입구를 바라봤다. 입구와 동시에 출구인 곳이었다. 가장자리에 있는 선반에 ‘분실물’ 팻말이 붙어져 있는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무선이어폰부터 팔찌까지 사람이 잃어버릴 수 있는 각종 물건들이 있었다. 민준은 분실물을 찾으러 오지 않는 주인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들이 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잃어버린 것을 잊어버린 것일까. 어떤 사정이 있는 것일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생각이 이어질수록 자신도 무엇인가 놓고 온 것 같았다. 그러나 무엇을, 어디에 놓고 온 것인지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마 오랫동안 까먹고 있었던 것이라 이제는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떠올라도 찾으려고 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무엇을 잃어버린 지가 중요한 것이 아닌, 어쩌다가 잃어버린 것인지가 더 중요한 것들에 대해. 생각할수록 선반에 놓인 분실물들이 꽉 차게 되는 장면이 자꾸만 떠올랐다.


”개띠 남자요 “

본인확인을 위한 닉네임을 들은 직원은 입술을 살짝 내밀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키보드를 두들겼다.

”두 시간 코스 맞으시죠? “

”네 “

민준이 본인확인을 하는 동안 여자는 벽에 장식되어 있는 뿔이 길게 달린 사슴머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민준이 옆으로 왔을 때, 여자가 민준에게 사슴뿔이 어떤 것을 상징하는지 아냐고 물었다. 그런 건 잘 모르겠다고 답하자 여자는 사슴뿔의 샤머니즘적 기능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신의 길을 찾는 사슴의 뿔에 대해. 길을 잃은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사슴의 뿔이 있는 거라는 이야기를. 설명은 꽤나 구체적이고 사실적이었다. 어쩌면 그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그러면 저희도 탈출 못하겠으면 사슴한테 물어보죠 “

민준이 여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고, 여자의 오른쪽 입술이 잠시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그런 얼굴을 보며 민준은 입술왼쪽이 내려간 것인지 오른쪽이 올라간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으로 사슴의 뿔이 도움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었다.

금요일 연재
이전 03화오늘의 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