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첫 번째 방은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 원래 자리로 되돌려놓는 미션을 해야 하는 방이었다. 얼핏보면 진짜 나무로 벽을 지은 것 같은 벽지로 도배된 방 안에는 사방에 액자들이 놓여있었다. 어린아이가 부모와 함께 여러 장소에서 찍은 사진들이 끼워져 있는. 여자는 침착하게 주변을 살폈다. 그 옆에서 민준은 혼자 중얼거렸다.
”남동쪽... 남동쪽... “
휴대폰을 보며 중얼거리던 민준은 방의 입구를 기준으로 서서 남동쪽을 바라봤다. 액자가 놓여 있었다. 어린 여자아이가 혼자 서있는 사진이 끼워져 있는. 민준은 액자를 손에 들고 이리저리 둘러봤다. 징표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액자 뒤에는 조그마하게 숫자들이 적혀 있었다. 분명 이걸로 뭔가 하라는 것 같은데... 생각하고 있는 민준 옆으로 여자가 휙 하고 지나갔다. 여자는 처음 보는 사진들을 비어있는 액자에 끼워 넣고 있었다. 핸드폰을 확인하지 않고 방구조와 상황만을 파악하고 능수능란하게 방 안의 문제들을 풀어나갔다. 마치 처음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여자는 마지막 남은 액자 하나를 들어 올렸다. 액자 뒤에는 작은 자석이 붙어있어서 벽 한쪽에 붙어있던 철판에 갖다 대자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서랍이 하나 튀어나왔다.
”여기요 “
여자가 손으로 서랍을 가리켰다. 민준은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액자를 아직도 어디에 둘지 모른 채 손에 들고 있었다. 결국 그는 액자를 내려놓고 서랍을 열었다. 안에는 작은 열쇠 하나가 들어 있었다.
”이건 어디에 쓰는 거죠? “
민준이 묻자 여자는 방 한쪽에 있는 나무상자로 시선을 옮겼다.
”아마 저기일 것 같아요 “
여자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상자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열쇠를 꽂아 돌리자 금속이 마찰하는 소리가 짧게 났다. 상자가 열리고 안에는 종이 한 장이 놓여있었다. 어느새 민준의 옆으로 다가온 여자가 종이를 집어 들며 말했다.
”힌트네요. “
종이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잃어버린 것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민준은 몇 초 동안 종이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방 안을 둘러봤다. 사방에 걸려있는 사진들을 봤다. 여행지에서 찍은 것들. 아이가 점점 자라는 사진들.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요? “
민준이 말을 꺼내자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뭐 가요? “
”사진이요. “
민준은 벽에 걸린 사진 하나에 가까이 다가가서 손으로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아이 계속 같은 옷 입고 있어요. “
여자가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살폈다. 눈이 잠깐 가늘어진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 속 아이는 각기 다른 장소에서 똑같은 파란색 후드를 입고 있었다. 여자가 액자를 들어 올려 뒤를 살폈다. 그곳에는 작은 숫자가 적혀 있었다.
‘3’
여자가 다른 액자들도 뒤집어 숫자를 살폈다.
”1,5,4,2... 순서 맞추라는 건가 보네요. “
민준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휴대폰을 꺼내기 위해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행운의 숫자를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얼른 와서 도우라는 여자의 채근에 휴대폰을 꺼내지 못하고 액자 앞으로 다가갔다.
”이것 좀 잡아줄래요? “
여자의 요청에 민준은 주머니에서 손을 빼 반사적으로 액자를 받아 들었다. 손에 액자의 무게가 느껴졌다. 생각보다 묵직한 탓에 잠시 주춤한 민준은 사진 속 아이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봤다. 아이 옆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처음엔 아빠, 다음에는 엄마, 그다음에는 둘 다. 그리고 마지막 사진 속에 아이는 혼자 남겨져 있었다. 민준의 손이 잠깐 멈추자 여자가 말했다.
”거기 아니고 세 번째요. “
마지막 액자를 자리에 놓자, 벽 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다.
”열렸네요 “
여자가 짧게 숨을 고르고 민준을 바라봤다.
”아까 계속 중얼거리던데 남동쪽인가 뭔가 “
민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 말한 거예요? “
여자가 문을 등지고 민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 오늘 운세요. “
여자는 아무 말 없이 민준을 올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별다른 표정 없이 문 쪽으로 걸어갔다. 손잡이가 없는 짙은 우드색 문을 밀며 고개만 뒤로 돌려 여자가 말했다.
”방탈출은 그런 거 안 봐도 풀려요 “
문이 천천히 열리고 다음 방으로 넘어가는 여자를 바라보며 민준은 주머니 속 휴대폰을 만졌다. 휴대폰이 미세하게 달궈져 있었다. 민준은 휴대폰을 주머니 속에서 꺼내는 대신, 여자가 들어가는 문 안쪽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