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운세

06

by 나머지새벽

다음 방으로 넘어갔을 때, 민준은 이곳을 어디서 봤었는지 잠시 생각해야 했다.

”아까 사진에 있던 곳이네요 “

여자가 민준을 바라보며 말했을 때야 민준은 아까 들고 있던 사진 속 배경을 떠올렸다. 온통 책장으로 둘러싸여 있던. 천진한 미소와 함께 부모의 손을 잡고 있던 아이가 서 있던 곳. 마지막으로 부모의 손을 잡고 있던 곳이었다. 방 가운데에는 사진 속 아이가 밟고 서 있던 원형 체크무늬 장판이 있었고 벽면은 온통 책들로 가득 찬 책장이 둘러싸고 있었다. 민준은 방 입구에 서서 내부를 둘러보며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민준은 책장에 가까이 다가가 책을 펼쳐봤다. 책은 텅 비어 있었다. 체크무늬 장판도 사진 속 장판과 약간 다른 것 같았다.

”이거 누가 그냥 사진 속 장소 따라서 만든 것 같은데요 “

여자가 텅 빈 책 한 권을 살펴보며 말했다. 민준은 방 안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방 안을 채우고 있는 광경을 떠올렸다. 사진 속 장소를 따라 하기 위해 누군가가 부단히 애쓰는 모습을. 그 모습을 생각할수록 방 안이 무척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잃어버린 것을 잃어버리지 않은 것으로 돌려놓기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알 것 같다고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현재의 자신이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며 안쓰럽지만 충분히 그럴만했다고 스스로를 토닥이는 사람처럼. 그런 것쯤은 괜찮다고. 누구나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덜컥 소리가 들려왔다

”아... “

짧게 숨을 내뱉은 여자의 손에 책 두 권에 들려 있었고, 원래 책이 있었던 자리 뒤에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하나 있었다. 여자는 한발 물러서 그곳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러고는 이내 구멍으로 가까이 다가가 손을 무작정 집어넣었다. 민준은 저건 용기라고 해야 되나 객기라고 해야 되나 싶었지만, 여자가 손을 뺐을 때 자신도 모르게 안도했다.

”아무것도 없어요 “

여자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민준은 여자의 손을 잠깐 바라보다가 천천히 책장 쪽으로 다가갔다. 여자가 꺼낸 책 두 권을 바라봤다. 책에는 어떠한 표시도 없었다. 무언가 특별할 것은 없었다. 아무 말 않고 다시 빈 공간을 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암흑 속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를 꺼낸 자리라기보다도 애초에 비워놓은 자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까지 텅 비어있는 것으로 채워놓은 자리. 그 공간을 바라보며 민준은 무언가 잃어버린 것 같았다. 평생 가득 채워놓고 다녔던 가방이 사실은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것을 알았을 때의 느낌. 지나가는 장면으로 기억하고 싶지만 지나칠 수 없었던 장면을 돌아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툭 하는 아주 작은 소리가 났다. 여자와 민준은 동시에 아래를 봤다. 책장 아래, 바닥과 맞닿는 틈 사이로 얇은 무언가가 조금 삐져나와 있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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