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민준이 몸을 숙여 그걸 잡았다. 얇은 종이였다. 조금 힘을 주자 종이 긁히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빠져나왔다. 두 장의 사진이었다. 민준은 사진을 한참 들고만 있었다.
“뭐예요?”
여자가 물었지만 민준은 곧장 보여주지 않았다. 사진을 한 번 더 내려다봤다. 사진 속에는 민준 본인과 여자가 서 있었다. 카페 문을 엶과 동시에 찍힌 사진인 듯했다. 나란히 서서 카페 내부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민준은 잡고 있던 또 한 장의 사진을 앞으로 꺼내 살펴봤다. 이번에는 아이가 서 있었다. 같은 장소였다. 카페입구. 민준과 여자가 나란히 밟고 있던 그 자리. 아이는 혼자였다. 사진을 넘겨 뒷면을 확인했지만 이번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한 번 더 사진을 보고 아까 봤던 사진을 떠올렸다. 해변가에서 부모와 함께 서 있던 장면. 손을 잡고 있던 모습. 그러나 그 장면이 정확히 어떻게 생겼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아까 사진이랑 비슷하네요”
여자가 말하자 민준이 고개를 들었다.
“비슷해요?”
“네, 그냥.... 뭐 같은 장소라서 그런 건가”
민준은 다시 사진을 봤다. 같은 장소. 같은 아이. 그는 그 말을 속으로 몇 번 반복했다. 아이와 본인을 차례대로 바라봤다. 그리고 문득 아이와 자신이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듯한 얼굴. 그 사실을 아직 사실로 믿지 못할 때의 얼굴이라고. 민준은 사진을 쥔 채 그대로 서 있었다. 가만히 서서 여자의 얼굴을 바라봤다. 무엇을 잃어버린 것인지 여자가 대답해 줄 것 같았다. 잃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러나 여자는 말 대신 책장 쪽으로 고개를 까딱였다. 비어 있던 자리. 손에 들고 있던 사진 한 장을 그 위에 올려놓았다.
“거기에 놓는 거 맞아요?”
여자가 물었다.
“모르겠어요”
민준은 손을 사진 위에 올린 채 잠깐 멈췄다가 이내 천천히 손을 뗐다. 사진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사진 속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민준은 그 얼굴을 알고 있었다. 그것이 어떤 것을 마주했을 때 나오는 표정인지. 어떤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때 지을 수 있는 표정인지를. 그건 지금까지 차마 마주하지 않고 있던 표정이었으니까. 민준의 얼굴을 여자가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민준의 표정을 정면에서 마주하고 있었다. 별 일 아니라는 표정으로. 민준이 고개를 들자 두 사람은 이내 서로의 표정을 마주했다. 여자가 잠시동안 민준의 눈을 마주치더니 이내 피식하고 웃음을 먼저 보였다. 민준은 여자의 웃음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런 자연스러운 웃음은 오랜만에, 아니 어쩌면 처음 보는 것 같기도 하다고. 잠시 동안의 적막이 이어지고 여자의 등 뒤에 있던 책장이 스르르 옆으로 밀려났다. 문 위로 ‘출구’가 적힌 조명이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