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운세

2026-02-27

by 나머지새벽

방탈출카페까지 가는 동안에 민준은 한참을 휴대폰에 떠 있는 ’솔직함‘을 바라보고 있었다. 민준은 여자가 초록과 파랑은 다른 것이라고 단정 지은 것에 대해 생각했다.

”초록색이 어떻게 파란색이랑 같은 거예요? “

여자의 의문을 가장한 부정에 대해 초록과 파랑이 비슷한 이유를 늘어놓고 싶었지만, 그러는 대신에 민준은 본인의 이야기를 여자에게 하기 시작했다.

”사실 저희 어머니께서 어렸을 때부터 사주를 자주 보러 다니셨습니다. 저보고 자꾸 조심해야 할 것이 많다고 하셨어요. 아, 어머니는 지금 돌아가시긴 하셨는데요. 유방암으로요. 몇 년 됐죠. 아버지는 진작에 가셨고요. 어머니 뒤로 남겨진 빚이 좀 있어서 천천히 갚는 중입니다. 아... 첫 만남에 이런 것까지 말하게 될 줄 몰랐네요... “

민준은 여자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여자가 자신을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민준의 어머니는 민준이 말한 대로 사주를 보러 다녔다. ’ 자주‘라는 표현보다 더 자주 보러 다녔다. 뭔가 잃어버린 사람처럼 사주를 보러 다녔다.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무엇을 잃어버린 것부터 찾아야 하는 사람처럼. 어머니가 사주를 보고 오시는 날마다 민준은 아버지 발인날에 어머니가 했던 말을 자주 떠올렸다.

”내가 바다에서 평생 얻고만 살아서 바다가 내가 가진 것들만 자꾸 가져가는 것 같다 “

그건 아버지와 남편을 바다로부터 잃은, 과부가 돼버린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본인에 대해 한 말이었다. 그 뒤로 그녀는 ’ 민준의 조심리스트‘에 대해서만 말했다.

”민준아, 이번 태풍에는 집에만 있어라. 무당님이 집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 “

”민준아, 화장실에서는 슬리퍼를 꼭 신고 다녀야 화를 안 당한다더라 “

그녀는 자신의 마지막에도 본인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민준아, 걱정 말아라 민준아... “


나중에 이모에게 듣게 된 사실이지만, 그녀는 무당을 찾아가지 않았다. 누구에게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러나 민준은 그 이유에 대해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그 대신 민준은 사주앱을 까ᆞ갈았다. 하루에도 ’ 100만 명‘이나 들어와서 ’ 오늘의 운세‘를 확인한다는 앱을. 무엇을 조심해야 할지, 오늘은 어떤 것을 하면 안 되는지 알려주는 앱을. 민준은 매일아침 휴대폰을 켜서 ’ 오늘의 운세를 확인하고 문을 나서는 버릇이 생겼다. 원래부터 그렇게 살아온 사람처럼. 하루도 빠짐없이.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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