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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호 남학생

by 조릅


내가 사는 층에는 나포함 3 가구가 산다.


내가 이 집을 계약한 이유 중 하나가 한 층에 세대수가 적다는 점이었다.


최소 2년 간 나를 거슬리게 할 일이 적다는 것.





302호 세입자
00 대학교 학생으로 추정



나는 우리 집 맞은편에 사는 세입자를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지만 그는 여기서 도보 20분 정도 거리의 00 대학교 남학생으로 추정된다.



배달음식을 주 5회 이상시켜 먹고 (어쩔 땐 일 2회) 한 달에 한두 번 친구들을 데리고 와 새벽 3-4시까지 시끄럽게 술을 먹고 고성방가를 즐긴다. 요즘엔 돈이 떨어졌는지 복도를 구석구석 활보하는 배달기사님 발소리가 잘 안 들린다.



반년 전인가 이 세입자가 이사 온 날이었다. 302호의 현관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아마 자잘한 내부 공사가 진행 중이었던 것 같다.



마침 나도 그때 나갈 채비를 하고 현관문을 열었는데 302호는 우리 집 바로 맞은편이라 집 내부가 약간 보였다. 그때 난 집 구조가 호수마다 다르다는 걸 처음 알았다. 302호는 남향이라 북향인 우리 집보다 해가 잘 들었다.



아무튼 새로운 세입자의 존재를 3초 정도 인지하고 복도를 걸어 나갔다. 세입자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복도로 걸어 나가는 순간 맞은편에서 검은 형체의 몸짓이 휘-익 느껴졌다. 아마 그는 내가 그를 발견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고 문뒤에 서서 나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뜨거운 시선은 내 등을 뚫을 정도로 강렬했고 그는 그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




그때 그가 남자인 걸 알 수 있었던 이유는 요즘 20대 남자들이 많이 입고 다니는 (무신사스러운) 펄럭거리는 바지를 입은 걸로 기억한다. 현관문에 몸을 반쯤 가린 채 수줍게 숨어서 복도로 걸어가는 나를 지켜보는 그의 시선은 내가 그의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나는 계단을 걸어 내려가며 왜인지 그는 체구가 작고 깍쟁이스러을 것 같으며, 다수보다는 소수와 있을 때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일 것 같았다. 그리고 부모님의 서포트를 부담 없이 받는 막내아들 일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내가 느낀 그의 첫인상이었다.



얼굴을 보지 않아도 나는 그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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