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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릅 Oct 03. 2022

[마구잡이 낙서 일기] 22/10/03

조릅이의 낙서 일기_30 나의 존재급 올리기

요상한 돈에 관련된 책을 읽었다.


평생 돈에 구애받지 않는 법. 제목이 직관적이여서 골랐다. 항상 돈을 모아야만 하는 생각으로만 가득 찼었는데 책에서 말하기를 돈을 모으면 모을수록 가난해진단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나는 이해가 안 갔다. 돈을 순환시켜야 돈이 들어온다? 생각해보니 난 순환시키기보다는 고립시키는데 유능했다. 돈을 정말로 써야 할 때는 조금 더 저렴하거나 가성비에 맞는 거 위주로 샀다. 나도 취향이라는 게 있는데 말이다. 나는 내가 취향이 없는 줄 알았다. 근데 나는 굉장히 확고한 취향이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돈을 대하는 엄마의 태도를 보면서 가치관이 확립됐다. 난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항상 절약했던 것 같다. 엄마가 그랬다. 엄마의 조금이라도 더 아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그래서인지 나도 돈은 언제나 아껴야 하고 모아야 하는 절약 정신이 자연스레 고착된 것 같다. 돈이 없으면 급한일이 생길 때나 정말 필요할 때 문제가 생긴다고. 근데 왜 난 항상 돈을 모으면서 돈이 없다고 말하고 다녔을까? 나는 돈이 있는데. 내가 원하는 만큼 있는 건 아니지만 나는 돈이 있다.


이 책에서 당신은 이미 돈이 있고 풍족하고 돈을 사용함으로써 돈이 들어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니, 돈을 쓰는데 어떻게 돈이 들어오는 걸까? 사람들은 주로 성과급에 따른 대가를 ‘돈’이라고 한다. 그래서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열심히 돈을 벌어서 모아야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돈은 나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들어온다고 한다. 내 존재만으로도 돈이 들어온다고? 그리고 자력으로만 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타력을 이용하란다. 아직까지 사실 정확히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인식을 바꾸는 연습부터 해보려 한다. 여태 나는 내 여건에 맞게만 돈을 썼는데 이제는 내 여건의 기준을 바꿔보려 한다. 난 돈이 없지 않다. 내가 쓸 수 있는 돈은 충분히 있다.


내일 또 작업실을 보러 간다. 계속 허탕을 쳤는데 이번엔 느낌이 좋다. 기대해보려 한다. 월세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조금 더 들지만 나는 나를 위해 돈을 쓰기로 했다. 나를 위한 투자이고, 돈을 쓸 테니 돈은 또 언제든 들어올 거다. 나는 그 이상하게 말도 안 되는 ‘비상식’을 믿어보기로 했다. 이전과 같은 돈에 대한 가난한 인식을 버리고 싶어서다. 돈은 모으면 모을수록 모이지 않는다. 어차피 모이지도 않는데 나는 얼마든지 나를 위해 돈을 쓰기로 결심했다. 하고 싶었던 공부와 내가 머물고 싶은 작업실에 대한 비용과 내가 갖고 싶은 것들에 돈을 쓸 거다. 나는 나로서 성과급이 아닌 존재급을 올릴 거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믿는 걸 보니 분명히 나의 무의식은 변화를 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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