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에서 드로잉 배우며 두 달 살기
몇 년 전 비엔나를 여행했을 때 관람했던 알베르티나 미술관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 이번에도 알베르티나를 먼저 찾았다. 관광객을 태우고 근처를 돌아다니는 말이 끄는 마차도, 알베르타나 미술관 앞에서 보이는 오페라 하우스의 웅장하고 멋진 모습도 여전했다. 끊임없이 바뀌는 서울과 다르게 비엔나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먼저 샤갈 기획전부터 보았다. 다른 곳보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 샤갈에 대한 높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샤갈이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보았던 샤갈 그림은 아주 단편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샤갈은 내가 알던 화가가 아니었고, 그림의 주제도 전쟁, 죽음, 종교, 결혼 등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전시 마지막 부분 벽에 쓰여있는 샤갈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은 나를 흔히 환상가라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현실주의자다.’ 이 말에 공감이 갔다.
아드리안 게니 (Adrian ghenie)와 짐 다인(Jim dine)의 전시는 휘리릭 보고 지나쳤다. 특히 아드리안 게니의 그림은 무엇을 말하는지도 모르겠고 거부감마저 일었다. 유명 작가니까 알베르티나 미술관의 방 하나를 메우고 있겠지만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곤혹스러웠다.
집에 돌아와 검색하고서야 아드리안 게니가 루마니아 출신 유명한 화가이고 짐 다인도 살아있는 미국의 유명한 미술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하에는 로버트 롱고의 흑백 드로잉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사진처럼 보이는 극사실적 대형 그림 앞에서 벌어진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흑백 대비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작가의 재주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사진과 똑같은 그림에 대해 무엇을 느껴야 하지?', '그림은 뭘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알베르티나 미술관에서도 단체로 온 어린 학생들이 그림 앞에서 수업했다. 선생님의 설명과 질문에 답하는 아이들의 몰입과 집중력이 놀라웠다.
중고등학교 시절 유명 화가의 전시회가 열리면 단체로 관람했다. 물론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런 기회가 아니고 개인적으로 미술 전시회를 찾은 기억은 없다. 어릴 때부터 미술관을 자주 다니며 감상법을 배웠다면 삶이 더 풍요로워졌을까? 은퇴하고 뒤늦게 그림을 시작했어도 그림에 대한 안목이 있다면 그림에 대한 주관과 방향성을 세울 수 있었을까?
요즘 우리나라 미술 전시 환경은 다양해졌지만 학교에서 미술 수업으로 전시관을 찾는 일은 흔하지 않은 것 같다. 국영수에 밀린 예능은 인터넷 세상에만 있는 것 같다.
미술관에서 자극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서 바로 그림을 그렸다. 작은 종이에 시청 앞 크리스마스 마켓을
그렸다. 펜으로 그리고 고체 잉크를 물에 풀어 색을 칠했다. 고체 물감인 줄 알고 여행 갈 때 가지고 다녔던 물감이 고체 잉크라는 사실을 비엔나에 와서 알게 되었다. 그림 그리는 재료들은 무궁무진하다. 다양한 재료들을 이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어떻게 그릴 지 구상하는 과정이 더 어렵다. 완성한 그림은 무언가 흡족하지 않았다. 천재 화가들의 그림을 보고 와서 그림에 대한 기준이 높아졌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