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크리스마스 마켓 구경의 끝은 집에서 밥 해 먹기

비엔나에서 드로잉 배우며 두 달 살기

by 여백

보티프 성당과 시청 앞 크리스마켓을 구경하러 거리로 나섰다. 먼저 시청을 향했다.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마켓이라더니 소문대로 규모도 크고 사람도 많았다. 화려하고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였다.

나라별 특징을 살린 아기 예수의 탄생 구유와 여러 가지 볼거리들이 전시되어 있다. 나무마다 화려한 장식도 많고, 빙빙 도는 회전목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크리스마스 마켓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상점에서 파는 물건도 다른 크리스마스 마켓보다 다양했다. 꽤 긴 길이의 스케이트 장에서는 어른과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 신이 나고 즐거웠다. 사람에 이리저리 떠밀려 다니며 사진도 몇 장 찍었다. 특히 길 건너편에서 찍은 크리스마스 마켓 사진은 멋지게 나왔다.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온도가 그렇게 낮은 것은 아닌데 무척 추웠다. 손이 곱고 볼도 시렸다. 비엔나 사람들이 하나같이 털모자를 쓰고 다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근처에 있는 1800년대에 지어졌다고 하는 보티프 성당으로 향했다. 섬세한 장식의 뾰족한 탑 두 개가 있는 흰색 건물은 아름다웠다. 크리스마스 마켓에 비해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 여유롭게 돌아보았다. 잠시 해가 나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보티프 성당 사진을 찍었다. 잠깐 나왔는가 싶던 해가 사라지더니 바람이 세차게 불며 기온도 급격히 낮아졌다. 오후 세시밖에 안 됐는데 사방은 갑자기 어두워졌다. 바람은 점점 세졌다.

너무 추워 빠르게 트램 정류장으로 향하는데 멀지 않은 곳에 맥 카페가 보여 무조건 들어갔다. 매장 안에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테이블 하나가 비어 있어 얼른 자리를 잡았다.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며 따뜻한 실내에서 몸을 녹이니 살 것 같았다. 추위와 바람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어왔다. 해가 져서인지 하루가 금방 가는 느낌이 들었다. 비엔나의 겨울 날씨는 종잡기 어렵다.


집으로 오는 길에 슈퍼에 들러 감자를 샀다. 남편은 감자 몇 개를 삶고 또 몇 개는 전으로 부쳤다. 부엌도 좁고 조리 도구도 시워치 않은데 감자전은 생각보다 잘 부쳐졌고 맛도 있었다. 남편의 음식 만드는 실력은 나날이 늘었다. 비엔나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집에서 밥을 해 먹었다. 사 먹는 것과 비용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집에서 해 먹는 오래된 습관은 나라가 바뀌어도 쉽게 변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의 식재료는 가격도 저렴하고 품질도 좋다. 빵은 맛있고 채소는 싱싱하다. 과일 코너에는 사과가 많은데 크지는 않지만 아삭하고 달콤했다. 블루베리가 25%나 할인을 해서 샀는데 맛도 좋고 싱싱했다. 특히 오스트리아에서 재배하는 포도로 만드는 오스트리아산 포도주는 가격도 저렴하고 맛있다. 우리는 거의 매일 한두 잔씩 포도주를 마셨다.

다음 날도 비가 내리고 바람까지 불었다. 음산하고 우중충한 하루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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