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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백 Feb 01. 2024

1. 인천에서 파리 드골 공항(CDG)까지(4월 5일)

40일간 산티아고 순례길 그림일기

드디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먼저 파리까지 가기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는 루프트한자 비행기를 탔다. 

  며칠 전, 비행기 출발이 지연된다는 메일이 와서 항공사에 문의하니, 비행경로가 바뀌는 것이라서 도착 시간은 같거나 오히려 빠를 수 있다고 해서 안심했다.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동안 기내식 한 번, 간식, 샌드위치 등을 받았고 푹 자려고 포도주도 요청해서 마셨지만, 긴장 때문인지 잠들기 어려웠다. 그 이외는 비행하는 내내 만족스러웠다.       

       

출발 준비하는 비행기를 보니 마음이 설렜다.

  항공사 말과는 다르게 막상 비행기가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을 때 환승 시간은 한 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아 당황했다. 우리는 뛰었다. 그런데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넓어도 너무 넓었다. 

  뛰다가 지칠 즈음 긴 줄이 보였고 드디어 보안 검색대에 이르렀다. 인천 공항의 일사천리 검사와는 다르게 한 곳뿐인 보안검사대에서 검사는 세세하고 느리게 진행되었다. 

  줄은 천천히 줄어들고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가슴은 뛰었다. 그대로 줄에 서 있다가는 비행기를 놓치겠다 싶어서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제일 앞쪽으로 갔다. 흔쾌히 순서를 양보해 준 사람들이 고마웠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고 입국심사 할 때, 이것저것 묻는 통에 마음은 더 초조했다. 다시 환승 게이트를 향해 또 뛰었다.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했고 바로 비행기에 탑승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파리까지는 한 시간 정도 거리다. 파리에서는 아무런 검사도 없고 가방만 찾으면 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우리 배낭은 나오지 않았다. 우리 것뿐만 아니라 많은 가방이 도착하지 않았다. 

  사무실로 찾아가니 종이 한 장씩을 나눠주며 불어로 뭐라 하는데 알아듣지는 못하겠고 가슴만 쿵쾅거렸다. 남편이 종이에 적혀 있는 분실 신고 사이트에 접속하여 분실 정보를 입력하는데 자꾸 에러 메시지가 떴다. 진땀을 흘리며 한참을 끙끙거리다가 항공사 직원의 도움으로 겨우 접수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분실된 짐들이 파리 드골 공항(CDG)에 도착하면 분실 신고 사이트에 입력된 주소로 하루에서 이틀 사이에 배달해 준다고 했다. 

  우리는 파리에 도착하는 시각이 늦어 드골 공항(CDG) 근처 호텔(holiday inn express)에서 숙박할 예정이었다. 접수한 직원이 우리 호텔 주소를 보더니, 거리가 가까우니 직접 공항으로 와서 배낭을 찾아도 된다고 했다. 

  내일 아침 8시까지 공항 30번 출입구에서 인터폰으로 루프트한자 직원을 호출하고, 분실 접수한 사무실로 오면 배낭을 찾을 수 있단다. 배낭을 빨리 찾고 싶은 마음에 배달받는 대신 그렇게 하기로 했다. 

  배낭도 없이 빈 몸으로 공항을 빠져나오며 보니, 분실되는 가방들이 많은지 주인을 찾지 못한 트렁크들이 공항 구석에 줄지어 널브러져 있었다. 마음이 심란했다.      

                  

공항 구석에 있는 가방의 주인도 나처럼 애가 탈 거다.

  배낭 분실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나니 밤 11시가 넘었다. 다행히 공항 셔틀(CDG VAL)을 타고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라 별 어려움 없이 호텔에 도착했다.

  너무 기진맥진해서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쓰러질 생각이었는데, 호텔이 초과예약을 받아 방이 없었다. 우리는 다른 호텔 방 열쇠를 받고 그 호텔로 기어가다시피 걸었다. 

  신경이 곤두서있는데도 종일 먹은 게 별로 없어 허기가 몰려왔다. 호텔 자판기에서 샐러드를 사 먹고, 치약 칫솔도 없이 이를 닦고, 샤워 후 입던 옷을 다시 입고 침대에 누웠다. 몸은 피곤한데 잠은 안 들고 비몽사몽 밤을 보냈다.    

          

호텔 창문에서 바라본 거대한 드골 공항은 어둠 속에 무심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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