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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백 Feb 01. 2024

2. 하루 늦게 온 배낭을 찾고 (4월 6일 목)

40일간 산티아고 순례길 그림일기

아침에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났다. 파리에서 사흘을 머물 예정이라 배낭만 찾는다면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지만, 배낭을 못 찾을까 걱정했다. 

  일찌감치 공항으로 갔다. 설명 들은 대로 인터폰을 누르고 루프트한자 직원을 호출했지만, 기다리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한참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때 마침 출근하던 높은 직급인 듯한 드골 공항 직원의 도움으로 공항 출입구를 통과해서 사무실로 갔다. 

  또 하염없이 기다린 후 프랑크푸르트에서 들어온 비행기의 짐 중에서 우리 배낭을 찾았다. 사무실에 가서 습득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접수 완료했다.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지만, 다리는 힘이 풀려 휘청거렸다. 큰 산 하나를 넘은 기분이다.     


  원래 예약했던 호텔에서 다시 체크인하고 객실로 들어가자마자 배낭을 벗고 침대에 몸을 눕혔다. 창밖으로는 비행기와 관제탑이 보였다. 마음이 진정되고 나서야 파리 날씨가 눈에 들어왔다. 4월이지만 겨울처럼 춥고 비도 부슬부슬 내려서 음산했다. 몹시 피곤했던 우리는 파리 시내 구경은 포기하고 호텔에서 쉬었다.  

   

  내일 비아리츠로 이동할 계획이다. 우리가 탈 이지젯 항공이 출발하는 공항 터미널 2를 답사하고 밥도 사 먹으려고 오후 느지막이 호텔을 나섰다. 

  무료 공항 셔틀(CDG VAL)을 타고 터미널 2에서 내려 공항을 둘러보았다. 햄버거 가게가 눈에 띄어서 햄버거를 먹기로 했다. 햄버거를 무인주문기로 주문해야 하는데 불어로 쓰여 있다. 한글로 된 무인주문기 앞에서도 버벅거리는데 불어라니, 남편과 나는 머리를 맞대고 추측과 유추하며 주문에 성공했다. 그런데 주문하고 보니 언어를 영어로 바꿀 수 있었다. 이런.

  주문할 때 입력한 번호판을 들고 앉아서 기다리니 직원이 햄버거를 갖다 준다. 오랜만에 먹어 보는 햄버거다. 잃었던 배낭을 찾고 먹는 프랑스 파리의 따뜻한 햄버거는 맛도 있지만, 간장하고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녹여주었다.      

                                                     

따뜻한 햄버거는 긴장했던 마음을 녹이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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