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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백 Feb 01. 2024

3. 파리에서 비아리츠로, 다시 생장으로(4월 7일)

40일간 산티아고 순례길 그림일기

  원래는 파리 도착 다음 날 이지젯 항공을 타고 비아리츠로 이동할 계획이었는데 항공사 사정으로 출발 날짜가 하루 미뤄졌다. 그 바람에 우리는 파리에서 사흘을 머물기로 했었다. 덕분에 어제는 분실했던 배낭을 찾았고, 오늘은 비아리츠행 비행기를 탔다.     


  드골 공항에서 한국어 안내판을 보니 높아진 우리나라 위상이 느껴졌다. 우리가 이용한 이지젯 항공은 저가 항공이라 음료 서비스는 없었다. 짧은 비행 후 비아리츠에 도착했고 불안한 마음과는 다르게 배낭은 바로 나왔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예약한 택시 기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대형 택시에는 이미 다양한 국적 사람들이 타 있었다. 택시 요금은 탄 사람들 숫자에 따라 1/n로 내는 방식인데 승객이 꽉 차서 우리는 편하고 저렴하게 생장에 도착했다.      


  생장에 도착하자마자 순례자 사무실로 갔다. 순례자 사무실 봉사자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았는데 아주 친절했다. 우리를 담당했던 분은 제주도에 가본 적이 있다며 반겨주셨다. 신원을 확인하고, 간단한 주의 사항을 듣고, 크리덴셜(순례자 여권)에 첫 번째 도장을 받았더니 모든 절차가 끝났다. 

  4월은 날씨에 따라, 첫날 걷는 피레네산맥 나폴레옹 길이 폐쇄될 수 있는데 내일은 걸을 수 있단다. 사무실 한쪽에 있는, 순례자를 상징한다는 조개를 배낭에 매달고 동전을 기부했다.

순례자의 상징이라는 조개껍데기를 배낭에 매달았다.

  생장은 작고 예쁜 도시다. 단단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마을 중심에는 성당이 있고 한편으로 강이 흐른다. 성벽은 스페인과 접경 지역임을 말하는 듯했다. 중심 거리에 길게 늘어선 상점들은 관광지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비장한 얼굴을 한 순례자들과 편안한 웃음을 띠고 있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로 거리는 북적였다.

  남편이 예약한 호스텔(La Villa Esponda)은 직원이 상주하지 않고 전화해서 불러야 했는데 우리는 데이터만 쓸 수 있는 e-심이다. 한 투숙객이 대신 통화해 준 덕분에 체크인할 수 있었다. 마주치는 사람들이 친절하다. 

  우리는 가게에서 샐러드, 오렌지, 바나나 등을 샀다. 과일과 채소를 좋아하는 나는 실컷 먹고 나니 몸과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피레네산맥을 넘는 내일이 가장 어려운 순례길 구간이라고 해서, 마을을 간단히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와 쉬었다. 설레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낯선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니 이곳에 도착하기까지 과정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저녁 8시 30분이 지나도록 해는 떠 있고, 환하게 밝은 저녁거리는 늦도록 활기 넘친다.                    

강이 흐르는 작고 예쁜 도시 생장, 저녁 늦도록 활기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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