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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백 Feb 02. 2024

​26. 여행자의 마음으로 레온을 향해(4월 30일)

40일간 산티아고 순례길 그림일기 

레리에고스 Reliegos ~ 레온 Leon      

  어제 묵은 알베르게(Albergue de Peregrinos La Parada)에는 특히 우리나라 순례자가 많았다. 아침 일찍 연예인 이무송 씨를 비롯해 우리나라 사람 5명이 함께 출발했다. 우리 속도대로 걷다 보니 일행과 떨어졌지만, 목적지는 모두 레온이라서 또 만나려니 생각했다. 

  보통 아침을 먹고 출발하는데 어제 묵었던 사립 알베르게는 식사할 공간이 없어서 그냥 출발했다. 한참 걷다가 문을 연 바(bar)가 보여 카페 콘 레체와 빵을 주문했다. 그런데 주인아저씨는 주문하지도 않은 오렌지 주스를 자기 마음이라며 주셨다. 커피도 맛있고 빵과 오렌지 주스 맛도 최고였다. 다 먹고 바(bar)를 나오는데, 주인아저씨는 순례길 방향을 알려주며 부엔 까미노~~를 외쳤다. 감사하고, 힘도 났다.    

 

  레온은 큰 도시이고, 많은 순례자가 이틀 이상 머물며 쉬어가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순례길은 들떠 보였다. 우리도 레온에서 이틀 머물 예정이라 내 발걸음도 가볍고 마음은 설레었다.

  순례길 표시가 잘 돼 있어 편하게 걸었다. 소들이 풀을 뜯는 목장을 지나고, 오솔길도 지나, 작은 언덕에 올라서니 저 멀리 레온이 보였다. 그동안 머물렀던 마을과 비교도 안 될 만큼 큰 도시가 갑자기 눈앞에 펼쳐져 마치 영화 한 장면 같았다. 

  레온에 들어섰는데 어느 성당 종탑에 둥지를 튼 새가 커다란 날개로 날갯짓했다. 레온의 이미지와 잘 어울렸다. 레온 다리를 건너고 여러 성당을 지났다. 레온 성벽, 레온(사자) 조형물을 보며 계속 걸었다. 광장과 거리에는 많은 사람이 북적였다. 단체 관광객이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설명을 듣는 모습을 보니 레온이 관광 도시뿐만 아니라 역사 도시이자 문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스텔(PALACIO REAL HOSTEL) 체크인 후 거리로 나왔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광장에 있는 식당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레온 입성을 축하하는 건배를 하며 점심을 먹었다.                                                                                

우리는 포도주잔을 부딪치며 레온 입성을 축하했다.

  

레온은 활기차고 구경거리도 많았다. 많은 사람 중 눈에 익은 순례자와 마주치면 웃으며 서로 의미 있는 눈인사나 손짓을 보냈다.

  가우디가 초기에 설계한 주택이라는 보티네스 저택을 구경하러 갔다. 언뜻 볼 때는 가우디가 설계한 느낌이 나지 않았는데 자세히 보니 창문 곡선, 입구의 조형물, 둥근기둥 등 가우디 건축 느낌을 엿볼 수 있다.    

  내부에는 건물이 지어졌을 당시 사무실, 치과, 가정집, 양복점 등을 재현해 놓았고, 그림들도 전시되어 있다. 해설사의 설명도 있지만, 스페인어를 모르는 우리는 개인적으로 돌아다니며 눈으로만 보았다. 

  지붕에 뚫린 유리 창문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삼 층부터 일 층까지 통으로 뚫린 공간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화사하면서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빛과 어울린 실내 공간이 아주 인상적이다. 가우디가 설계한 바르셀로나에 있는 성가족성당, 구엘 공원 등을 과거에 보았던 우리는 그것들과 비교하며 흥미 있게 관람했다.     

가우디가 설계한 보티네스 저택은 햇볕이 잘 들어 실내가 아늑하면서도 화사했다.

  레온 대성당으로 갔다. 입장하려는 줄이 너무 길어 외관만 둘러보았다. 그동안 여러 성당을 보았고, 특히 부르고스 성당을 본 후 내 눈이 너무 높아졌는지, 레온 대성당이 멋있기는 하지만 큰 감동이 일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 광장을 꽉 메운 움직이는 물결 같은 사람들 행렬이 압도적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호스텔에서 묵었는데 배낭 택배도 가능했다. 다인실 이층 침대이긴 하지만, 일회용이 아닌 깨끗하고 하얀 면 침대 시트에 우리 침낭 대신 이불을 덮고 누우니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루 이용료도 저렴하고 넓은 주방도 있어 가성비 있는 숙소를 찾는 일반 여행자들이 이용해도 좋을 듯한 숙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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