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여행
해외여행
대부분 나라에서 외국인이 단체로 여행하려면 반드시 현지 가이드를 동반해야 한다. 멕시코 여행 시작할 때부터 우리 여행 팀 인솔자는 현지 가이드에게 여행지에 관한 설명을 하지 말라고 했다. 현지 가이드들은 당황하면서도 그 말을 따랐다.
나는 그런 인솔자가 의아했고 이해가 안 되었지만, 우리 팀 대다수는 현지 가이드의 설명 없는 여행에 환호했다.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자신 모습을 사진 찍는 거였다.
일부 사람들은 버스만 도착하면 기껏 서 있던 줄을 무시하고 버스 문 앞으로 우르르 몰렸다. 버스 앞자리에 앉으려는 경쟁이 치열해 조별로 앉는 순서를 정하고 날마다 앉는 자리를 바꿔도 먼저 타려는 다툼은 여전했다. 나는 이런 팀 분위기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마추픽추
스페인이 지배하는 동안 잉카 제국 문명 대부분은 파괴되었지만, 우르밤바 계곡 깊숙한 곳에 있던 마추픽추는 다행히 보존되었다. 그러나 이곳 역시 남아 있는 문자 기록이 없어, 돌로 된 거대한 건축물들이 왜 높은 산에 건설되었는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신기한 건축물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쿠스코에서 오얀따이땀보로 이동해 잉카 레일을 타고 마추픽추 거점 도시인 아구아스칼리엔테스에 도착하니 어두운 밤이다. 다음 날 새벽 셔틀버스를 타고 마추픽추 앞에서 내렸다. 하늘은 구름이 잔뜩 껴서 비가 쏟아질 듯했다. 먼저 마추픽추에서 보이는 높은 봉우리인 와이나픽추를 올랐다. 안개가 걷히지 않아 사방이 뿌옇고 구름은 내 옆으로 스쳤다. 구름 사이로 얼핏 얼핏 보이는 발아래 풍경은 이 세상이 아닌 듯 신비로웠다. 마추픽추와 주변 산과 강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모습을 표현할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하늘은 구름이 잔뜩 껴서 비가 쏟아질 듯했다. 와이나픽추 정상에 올라 사방을 내려다보았다. 구름이 서서히 개며 한눈에 들어오는 마추픽추를 보니 왠지 가슴이 뭉클했다. 잠시 머물다가 와이나픽추에서 내려와 마추픽추 건축물들 사이를 걸으며 구경했다.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을 마추픽추는 잉카인들의 찬란했던 문화와 삶의 덧없음을 동시에 이야기하는 듯했다.
마추픽추 돌아본 후 셔틀버스를 타고 내려왔다. 날씨가 점점 맑아지고 파란 하늘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졌다. 얼른 비옷을 꺼내 입고 가까이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로컬 맥주와 식당 주인이 추천한 페루 전통 음식을 먹었는데 쌀과 고기가 있는 푸짐한 음식이 나왔다. 맥주 맛은 좋았지만, 음식 맛은 그냥 먹을만했다.
잉카 레일을 타고 오얀따이땀보로 이동 후 버스로 갈아타고 우리가 묵는 호텔을 향해 달렸다. 버스에서 잠이 들었다가 깨우는 소리에 헐레벌떡 내리니 사방은 어둡고 비가 쏟아졌다.
당연히 호텔 앞이려니 했는데 조별로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라고 해서 당황하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인솔자 가까이 있던 몇 사람은 호텔 지도를 사진으로 찍었고 그 사진에 의지해 얼떨결에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도착한 사람들은 각자 나온 택시비를 비교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내가 생각했던 단체 여행과는 너무 달랐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스페인어 한마디 못 하면서도 급박한 상황에 대처해 내는 일행들 모습에서 살아온 삶의 내공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