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여행
여행 초기에는 일정에 대한 안내조차 없었지만, 일행들의 건의로 이즈음에는 다음날 일정이 단톡방에 고지되었다. 이날 늦은 시각 단톡방에 올라온 다음 날 일정 안내 문자에 남편과 나는 또 당황했다.
다음 날 후츄이 산을 등반할 예정인데 점심 도시락(여기서는 행동식이라고 부른다)을 준비하라는 내용이다. 그 시각에 도시락 준비를 어떻게 하나 싶어, 남편은 내일 가는 길에 슈퍼마켓이라도 들를 수 있냐고 질문했다. 그럴 수 없으니 먹을 것이 없으면 호텔 조식에서 알아서 챙기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 말을 듣고 남편과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어글리 코리안’이 되어 다음날 호텔 조식에 나온 빵 몇 개와 차 티백을 점심때 먹기 위해 몇 개 챙겼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러고 보니 우리 팀 중 다수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었다. 식사가 시작되기 무섭게 과일 바구니와 음식 접시가 텅 비었던 이유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음식이 부족해서만은 아니었다. 또 몇 명이 간식으로 늘 먹고 있던 사과의 출처도 알게 되었다.
1990년대부터 패키지여행도 여러 차례 다녀보았지만 이런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해야 했던 적은 없었다. 모든 여행 카페의 여행이 이렇지는 않겠지만 문화적 충격이었다. 여행 카페의 여행에 대한 기본 정보 없이 선택한 여행이 후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