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여행
볼리비아는 스페인에서 독립한 이후 정치적 혼란과 전쟁으로 주변 나라에 국토의 많은 부분을 빼앗겼고 남미에서 가난한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대중교통, 인터넷 등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여행하기 불편한 나라이다. 그러나 환상적이고 멋진 자연환경은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우리는 한국에서 볼리비아 비자를 받기 위해 황열병 예방주사부터 필요한 각종 서류를 챙기고도 볼리비아 대사관에서 인지가 부족하다며 업무를 하지 않아 서류 접수조차 못 하고 하염없이 기다렸다. 유효기간이 지난 서류를 다시 챙겨 대사관 업무가 재개되기를 기다려 겨우 비자를 발급받았다.
4,000m 이상 높은 지대에 있는 볼리비아 라파스 공항에 도착하니 대다수 사람에게 고산 증세가 다시 나타났다. 어쩌다 입국 심사를 빨리 마친 남편과 나는 일행을 기다리는 동안 환전하고 한국에서 준비해 온 고산증 약이 부족해 약국에서 고산증 약도 샀다.
타고 갈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사람 대신 트렁크로 줄을 세우고, 다른 사람들도 환전 등 볼일을 보았다. 입국 심사가 오래 걸려 늦게 나온 일행 중 몇 명은 자기 가방을 줄 뒤쪽이 아니라 맨 앞에 세웠다. 이런 모습이 내 눈에만 거슬리는지 아무도 아무 말 없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었다.
라파스
라파스는 볼리비아 행정 수도로 해발 3,600m 높이지만 깊이 파인 모양으로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 고도 차이가 700m나 된다. 아래 낮은 지역에는 부자들이 살고 높이 올라갈수록 가난한 사람들이 산다. 거리에는 전통복을 입은 사람이 많이 보이고 이동하는 사람도 많아 복잡하지만, 활기 넘쳐 보였다.
이른 새벽 호텔에 도착했지만, 객실에 들어가 샤워하고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뷔페가 아니고 개인마다 주문하고 서빙받는데 직원은 두 명뿐이라 빵, 잼, 버터, 바나나, 차를 먹기 위해 인내심을 발휘하고 무한한 시간을 기다렸다.
일행 중 한 명이 호텔 앞에서 몇 걸음 걷는 동안 소매치기를 당했다. 패딩 커버를 패딩 주머니에 넣었는데 지갑이라 생각했는지 가져갔다. 웃음이 나오면서도 긴장되었다. 남편과 나는 호텔 옆 시장에서 과일과 만두를 사며 돌아다녔는데 별일 없어서 다행이었다.
돌이켜 보면 볼리비아 호텔, 그릇과 숟가락까지 모든 용품은 노후되고 낡고 불편했지만, 그런 점들을 감수하고도 볼리비아 여행이 최고였다고 생각할 만큼 자연은 신비하고 멋졌다.
미 텔레페리코 (케이블카)
현지 가이드를 따라 케이블카를 타고 라파스 시내를 구경했다. 과거에는 교통 체증이 아주 심각했고 공기도 매우 안 좋았는데 케이블카를 건설한 이후 많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케이블카 탑승장은 깨끗하고 현대적이며 노선도 다양했다.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라파즈는 가파른 언덕 위에 낡은 집과 건물들이 빽빽하게 자리하고 있어 과거 1970~80년대 서울 달동네나 부산 감천 마을과 겹쳐 보였다.
달의 계곡
라파즈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달의 계곡으로 갔다. 달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이 이곳 지형이 달 표면과 비슷하다고 해서 달의 계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바싹 마른 진흙땅은 풍화작용으로 기이한 모양이고 마른땅에서 선인장은 꽃까지 피우고 있다. 뜨거운 해, 파란 하늘, 하얀 구름과 함께 어우러진 달의 계곡은 이국적이고 멋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