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여행
거친 사막을 달리다 도착한 허름한 건물에서 점심을 먹었다. 닭다리와 쌀밥을 제외한 과일과 채소, 소스 등은 자유롭게 가져다 먹는 방식인데 일행들은 줄도 없이 앞다퉈 음식에 달려들었다. 배려도 질서도 없고 안전사고가 염려될 정도였다. 한바탕 법석 후 뒤늦게 온 사람들 먹을 음식은 하나도 안 남았다. 그런데 식사가 끝난 다음 보니 욕심껏 담아갔던 사람들 접시에는 못 먹고 남긴 음식이 잔뜩 남았다. 일행 대부분은 이런 상황이 아무렇지 않고 익숙한 듯했다.
이국적인 풍경을 찍으려고 핸드폰 카메라를 켜면 화면 가득 누군가의 뒷모습이 담겼다. 처음에는 같은 방향 사진을 찍는 사람의 실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행 중 몇 명은 사진 찍고 싶은 장면이 있으면 누가 사진 찍고 있건 상관없이 다른 사람 핸드폰 앞으로 몸이든 머리든 디밀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상황에 스트레스가 쌓였다. 내가 지나치게 예민한가?
투어 삼 일째, 전날과 같은 지프에 올라 광활한 땅을 다시 달렸다. 화산지대를 달리며 땅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수증기를 구경하고 노천 온천도 갔다. 외국인 중에는 아예 옷을 벗고 몸을 담그는 사람도 있지만 시간이 빠듯한 우리 일행은 발만 담갔다. 그래도 피곤이 풀리며 기분 좋았다. 온천에 몸 전체를 담그는 외국 사람들의 마음과 시간 여유가 부러웠다.
마을도 들르고 시장도 구경했다. 점심으로 한국식 라면이 나왔다. 한국에서는 라면을 거의 안 먹지만 지구 반대편 볼리비아에서 한국 라면을 보니 반가웠다. 라면이 부족하지도 않은데 먼저 먹으려고 기싸움이 치열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80년대로 간 것 같은 모습에 어지러웠다.
점심을 먹은 식당 화장실도 사용료를 내야 했다. 일행 중 몇 사람은 그 돈을 안 내겠다고 출입구가 아닌 곳으로 들어가 화장실을 이용하고 무용담처럼 이야기하며 으스댔다. 다 떨어진 옷과 신발을 신고 화장실 입구에서 돈을 받는 사람을 보며 내 얼굴은 또 화끈 달아올랐다.
지프가 칠레와의 국경선에 이르렀고 우유니에서의 사흘간 투어는 끝났다. 투어 비용에 팁이 포함되어 있다지만 사흘 동안 함께 했던 운전기사에게 남은 볼리비아 돈을 털어 팁으로 주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며 우리도 기분 좋게 볼리비아와 작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