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라스칼리 Oct 31. 2024

마법의 아파트

3. 고양이 티티 

따뜻한 물에 샤워를 마친 릴리가 몸에서 김이 피어오르는 채로 화장실을 나섰다. 한참 동안 라라를 공중에 띄워 놀아주던 존은 그녀가 나오자마자 라라를 건네주고 다시 비둘기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릴리, 라라 좀 부탁해. 점심시간이 끝나서 얼른 돌아가야 해," 존이 미안한 듯 말하며 날개를 퍼덕였다.  

릴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라라를 거실 중앙, 티티 옆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티티, 머리 좀 말리고 올게요. 라라 좀 부탁해요!"


티티는 릴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듯하더니, 꼬리를 흔들며 라라 앞에 자리 잡았다. 라라는 손을 뻗어 티티의 꼬리를 잡으려 했다.  

"애가 보고 싶어서 점심시간마다 날아오는 존도 참 문제야," 티티가 존을 생각하며 투덜거렸다. 그때, 라라의 손이 티티의 꼬리를 꽉 움켜잡았다.  

“캬아앙!” 티티가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고, 놀란 라라가 울기 시작했다. “애앵, 애앵!”


릴리는 라라가 우는 소리를 듣고 달려나와 라라를 안아 들고 등을 토닥이며 진정시켰다. 티티는 서둘러 소파 위로 올라가 몸을 말았다.  

“티티, 요즘은 아빠들도 육아휴직을 쓰는 시대에요. 옛날하고 다르다고요. 아빠 역할도 중요한 거예요,” 

릴리가 티티에게 따뜻하게 말하자, 티티는 조용히 눈을 감고 낮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사실 티티는 라라와 존이 결혼하기 전부터 함께 살던 고양이였다. 말 못하는 평범한 검은 고양이였는데, 라라가 태어나면서부터 티티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더 놀라운 건, 티티가 자신을 릴리의 할머니라 주장한 일이었다.  깜짝 놀란 릴리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이 이상한 이야기를 전했다. 릴리의 어머니는 조용히 듣더니, “오 맘소사, 마녀들이 키우는 고양이에는 가끔 어떤 이유 때문에 돌아가신 조상님의 영혼이 들어갈 때도 있단다,” 라며 설명해 주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달려온 엄마는 티티를 안고 오래된 그리움에 눈물을 흘렸다. 엄마는 티티를 데려가려 했지만, 티티는 “아기가 클 때까지 곁에서 지켜주는 게 내가 여기 있는 이유다,” 하고 말했다. 그렇게 티티는 라라 곁에 남기로 했다.


처음에는 말하는 고양이, 게다가 할머니의 영혼이 들어있는 고양이와 사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옷을 갈아입을 때도, 존과 있을 때도 조심스러웠다. 마치 할머니와 한집에 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라라는 티티를 좋아했고, 티티도 라라를 아끼며 자주 놀아주었다. 티티의 따뜻한 눈빛 속에는 할머니의 사랑이 담겨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릴리도 티티가 곁에 있는 게 편안해졌다.

언제까지 할머니의 영혼이 고양이 티티 속에 머무를지는 알 수 없지만, 릴리와 존은 그날이 올 때까지 잘 지내보기로 마음 먹었다.

작가의 이전글 마법의 아파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