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은 오후 내내 지루함을 견디느라 진이 빠졌다. 매출을 높이기 위한 회의라며 부장님이 2시간 넘게 혼자 떠들더니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긴 것이다. 존은 집에 갈 수 없다는 생각에 화가 나기 시작했고, 끝날 기미가 없는 이 회의가 대체 왜 계속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미안해, 릴리. 오늘은 정말 참을 수가 없어. 딱 한번만 마법을 쓸게.'
존은 손가락을 의자 아래로 가져가 두 번 돌리며 부장님의 텀블러를 향해 조용히 주문을 외웠다. "아브라카다브라! 마법이여, 근원의 물을 변형해 다오!" 순간 텀블러가 미세하게 빛났지만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부장님이 물을 한 모금 들이켜자마자 "뿡" 하고 큰 소리가 났다. 깜빡 졸고 있던 직원들까지 놀라 눈을 떴다.
"뿡... 뿡 뿡... 뿌우우우웅..."
부장님의 방귀는 멈출 줄 몰랐다. 얼굴이 새빨개진 부장님은 황급히 다음 회의까지 해결책을 준비하라고 말을 남긴 채 화장실로 달려 나갔다.
존은 재빨리 노트와 서류를 챙겼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다른 직원들도 우르르 따라 나왔다.
"존, 오늘도 일찍 들어가는 거야? 우리 마케팅팀이랑 치킨집에서 한잔하기로 했는데!"
순간 시원한 맥주와 바삭한 치킨이 떠올랐지만, 존은 술을 마시고 집에 가 할머니 티티와 릴리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미안, 토미. 오늘은 집에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 다음에 만나자!"
존은 다른 직원들이 모두 나가기를 기다리며 천천히 가방을 챙겼다. 꽉 찬 지하철에 끼어 탈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마지막으로 화장실에 들어간 부장님이 괴로운 표정으로 배를 만지며 나오는 게 보였다.
"존, 아직 안 갔구나! 지난달 매출이 아주 좋았어! 고객들도 우리 화장품을 바르고 나서 좋은 결과가 보인다고 리뷰를 남겼더라고. 그런데 이번 달은 별로..."
존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네, 부장님. 그런데 몸이 안 좋으신 것 같은데요? 근처 병원이 곧 문 닫을 시간이라 서두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는 재빨리 문을 가리켰다.
"그래, 그래! 내일 이야기하자고." 부장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급히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존은 부장님이 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무실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했다. 그는 조용히 구석으로 걸어가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아브라카다브라! 마법이여, 나를 비둘기로 변신시켜 다오!"
존의 몸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팔과 다리가 가늘어지고, 몸통이 작아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몸은 완전히 비둘기로 변했다. 존은 날개를 펼쳐 창문으로 날아올랐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병원으로 뛰어가는 부장님과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존은 날개에 힘을 주어 더 높이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