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와 숲 모험

미로씨와 캠핑 -요끼

by 라라스칼리

라라와 요끼는 주워 온 도토리에 조심스럽게 구멍을 뚫었어요.
그리고 그 구멍에 실을 꿰어 목걸이를 만들기 시작했지요.
요끼도 작은 손으로 애쓰며 실을 구멍에 끼웠어요.
라라는 마지막 도토리에 실을 꿰고, 손끝에 온 신경을 집중해 실 끝을 묶었어요.
드디어 도토리 목걸이가 완성되었어요.

라라가 목걸이를 들어 올리던 그때,
멀리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미로 아저씨의 모습이 보였어요.
라라와 요끼는 그 모습을 궁금해하며 조심스럽게 다가갔어요.

미로 아저씨는 무척 진지한 얼굴로 그림을 완성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 그림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쉽게 알 수는 없었어요.
그때 요끼가 먼저 말을 꺼냈어요.
“아저씨, 왜 빨간 물감만 칠하고 있어요?”

미로 아저씨는 뒤를 돌아보며 살짝 웃었어요.
“이건 그냥 빨간 물감이 아니란다. 이건 바로 ‘해’야.”

라라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 그림을 다시 바라보았어요.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림이 해처럼 보이진 않았어요.

요끼는 두 눈을 찡그리더니, 다시 크게 뜨며 말했어요.
“이건 해가 아닌데요! 해는 이렇게 그려야 해요!”

요끼는 막대기를 들어 바닥에 둥근 해를 그리고
그 주위로 뻗어나가는 선들을 그렸어요.
햇살이 퍼지는 모습처럼 말이에요.

그 모습을 본 라라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러자 미로 아저씨가 천천히 말을 이었어요.

“그래, 요끼 말이 맞아.
하지만 이건 내가 꿈속에서 본 해란다.
나는 꿈속에서 해를 올려다보고 있었어.
그 속에서 나는 아주 작은 잠자리가 되었지.”

요끼는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어요.
“잠자리가 어디 있는데요?”

미로 아저씨는 붓을 들어 그림 한가운데 작은 동그라미와 희미한 선을 가리켰어요.
“여기 있단다. 아주 작아서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어.”

라라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 그림을 들여다보았어요.
그리고 조용히 말했어요.

“꿈속에서 커다란 해 옆에 있는 잠자리는
조금 두렵고 무서울 수도 있었겠어요.”

미로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어요.
“맞아. 그 기묘한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단다.”

요끼는 아저씨와 라라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말했어요.
“그래서 잠자리가 어디 있다고요?”

라라는 요끼의 손을 잡고 그림 위의 작은 자리를 가리켜 주었어요.
“여기야. 꼭 잠자리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미로 아저씨의 꿈속에서는 이렇게 보였대.”

요끼는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풀숲에 앉았어요.
그리고 혼잣말처럼 말했어요.

“나도 꿈을 꿨어요.
꿈속에서 괴물이 나왔는데 이빨이 뾰족했고,
한 손을 들고 있었고, 손톱도 아주 날카로웠어요.”

요끼는 바닥 위에 막대기로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자신이 본 괴물의 모습을 그리려던 것이었지요.
하지만 생각처럼 잘 그려지지 않자 금세 그림을 손으로 지워버렸어요.

그 모습을 본 라라가 말했어요.
“꿈속에서 본 건 모양이 흐릿할 수 있어요.
그럼 먼저 간단하게 동그라미, 세모, 네모처럼 간단한 모양으로 한번 표현해 볼까요?”

라라는 바닥에 네모를 그리고,
그 위에 세모로 눈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뾰족한 발톱도 세모로 표현했지요.

그러자 요끼가 막대기를 가져가며 말했어요.
“이제 제가 그려볼래요!”

요끼는 바닥에 앉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 사이, 해가 천천히 지고 저녁 시간이 다가왔어요.
계곡 주변이 붉게 물들고, 그림자도 길어졌지요.

미로 아저씨는 여전히 그림에 집중하고 있었어요.
라라는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어요.

“아저씨, 저녁을 먹으려면 장작이 필요할 것 같아요.
창고에서 장작을 가져오면 될까요?”


라라는 나무 요정 왕자님과 함께 창고로 향했어요.
저녁을 준비하려면 장작이 필요했거든요.

창고 안은 어두웠고, 먼지 냄새가 났어요.
라라는 요리용 장작과 캠프파이어용 장작을 나누어 끈으로 묶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왕자님은 창고 한쪽 어두운 구석에 서 있었어요.

“왕자님, 혹시 끈 묶을 줄 아세요?”
라라는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대답은 들리지 않았어요.

“그럼 제가 끈을 묶을 테니, 왕자님이 중간을 가위로 잘라줄 수 있을까요?”
이번에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요.

라라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스스로 끈을 묶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가위를 찾으려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순간—

‘싹둑!’
바로 옆에서 가위 소리가 났어요.

깜짝 놀란 라라는 고개를 돌렸어요.
나무 요정 왕자님이 조용히 가위를 들고 서 있었어요.
라라가 무언가 말을 하려는 찰나, 왕자님은 아무 말 없이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어요.

라라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우선 저녁 준비를 서둘렀어요.
냇가에서 야채를 씻고, 손질을 시작했지요.
손질한 야채들은 테이블 한쪽에 가지런히 올려두었어요.

그런데 물을 다시 뜨러 갔다가 돌아와 보니,
그릇에 담아둔 야채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어요.
라라는 조심스럽게 다시 씻어 그릇에 담아두었어요.

하지만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야채는 또다시 바닥에 떨어져 있었어요.
라라는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창고 쪽을 바라보았어요.

“왕자님, 혹시… 왜 야채들이 계속 떨어져 있는지 아세요?”
라라가 물었지만, 왕자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어요.
다만 테이블 옆에 조용히 서 있을 뿐이었어요.

라라는 말없이 야채를 다른 곳으로 옮겼어요.
그리고 가방에서 마시멜로를 가지러 갔지요.

이번에는 큼지막한 그릇에 마시멜로를 가득 담아왔어요.
그리고 라라는 요끼와 미로 아저씨를 부르기 위해 계곡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라라가 요끼의 손을 잡고
미로 아저씨와 함께 테이블로 돌아왔을 때였어요.

그릇 위에 올려두었던 야채들은 모두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마시멜로는 사라지고 꼬치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어요.

라라는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하지만 테이블 끝에는 종이 가면을 쓴 나무 요정 왕자님만 조용히 앉아 있었어요.

그때 라라는 왕자님의 종이 가면에
하얀 끈적한 자국이 묻어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왕자님, 배가 많이 고팠군요!”

왕자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어요.
라라는 왕자님 앞에 놓인 꼬치를 바라보았어요.

“혹시... 야채를 꼬치에 꽂지 않아서 자꾸 떨어뜨렸던 거예요?”

왕자님은 여전히 말이 없었어요.

라라는 다시 말했어요.
“마시멜로처럼 야채도 꼬치에 꽂아볼까요?”

그러자 왕자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대답했어요.

“네.”

그 말에 라라는 미소를 지었어요.

이번에는 미로 아저씨와 요끼도 함께 저녁 준비를 도왔어요.
야채를 꼬치에 잘 꽂고, 장작불에 살짝 구워 따뜻하게 만들었지요.

모두가 함께 만든 음식을 먹으니
기분도 한결 좋아졌어요.

하늘도 깨끗하고 맑아서
반짝이는 별들과 초승달 모양의 달이 또렷이 보였어요.

그때 미로 아저씨가 말했어요.
“오늘은 맛있는 저녁을 먹고 하늘도 깨끗하니 기분이 좋군요…
그럼 이번엔 친구들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줄까요?”

그 말을 들은 요끼는 벌떡 일어나
미로 아저씨에게 다가갔어요.

“아저씨! 저는 별 그려주세요!”

요끼의 눈은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어요.


미로 아저씨는 잠깐동안 별을 바라보다가 잠시 눈을 감았어요.
그리고 노란색 물감에 흰색을 살짝 섞어, 별을 그리기 시작했지요.

붓끝으로 요끼의 주먹만 한 별 하나를 섬세하게 완성한 뒤,
검은색 선으로 마지막 테두리를 그려 넣었어요.

요끼는 아저씨의 그림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요.
“아니야, 아니야. 이건 별이 아니에요.
제가 말한 별은 이것보다 훨씬 작아요.”

미로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얀 물감으로 별의 외곽선부터 반 정도 줄였어요.

하지만 요끼는 다시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어요.
“아니에요. 저 별이에요. 하늘에 있는 저거요.”

요끼는 손가락으로 밤하늘의 작은 별 하나를 가리켰어요.
아저씨는 다시 한번 붓을 들어, 별의 크기를 더 줄였어요.
이번엔 정말 조그마한 점처럼 작게요.

미로 아저씨는 미세한 붓으로
별을 조심스럽게 마무리했어요.
하지만 그림을 바라보던 요끼의 눈에
반짝이는 눈물방울이 맺혔어요.

“아니야, 아니야. 이 별은 너무 작아요...”

미로 아저씨는 조용히 붓을 건네며 말했어요.
“요끼야, 그럼 네가 직접 그려보는 건 어때?”

요끼는 얼굴이 붉어지더니
눈물이 뚝하고 땅에 떨어졌어요.

“아니야, 아니야. 요끼는 그림 못 그려요...”

미로 아저씨는 자신이 그린 별 그림을
조심스럽게 캔버스에서 떼어 건넸어요.

“요끼가 바라보는 별은 이 안에 없는 것 같구나.
이 그림을 집에 가져가서
엄마, 아빠랑 같이 별을 그려보면 어떨까?
요끼네 집에서 보이는 별을 보면서 말이야.”

하지만 요끼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발을 쿵쿵 구르더니, 그림을 구겨서 던져 버렸어요.

“아니야! 요끼 엄마는 구름일 하느라 집에 없어요!
아빠도 구름일 도와주느라 맨날 바빠요!
요끼는 별을 그릴 수 없어요!”

요끼는 그대로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어요.

라라는 구겨진 별 그림을 주워
조심히 펼쳤어요.
그리고 울고 있는 요끼 옆에 조용히 앉았어요.

요끼는 고개를 무릎 사이에 파묻고
말이 없었어요.

라라는 별 그림을 펼쳐 하늘에 대고 말했어요.
“요끼, 이 별 그림은 좀... 특별한 것 같아요.
이렇게 손을 뻗어 하늘 위로 가져다 대면
별이 작아지고, 눈 가까이 가져오면 커져요.”

요끼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라라를 바라보았어요.

라라는 별 그림을 요끼 앞에 가져왔다가
멀리 보냈다가, 다시 눈앞으로 가져갔어요.

“요끼가 원하는 별의 크기를
이렇게 조절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요끼가 한번 해볼래요?”

요끼는 조심스레 그림을 건네받았어요.
그리고 팔을 쭉 뻗었다가,
팔꿈치를 구부려 눈앞으로 가져왔어요.

“라라, 이 정도가 딱 좋은 것 같아요.”

요끼는 팔꿈치를 ‘ㄱ’ 자 모양으로 구부린 채 말했어요.

“요끼의 별 그림은…
팔꿈치를 ‘기억자’로 구부려서 봐야 하는 그림이에요.”

라라는 웃으며 그림 뒷면에 적어주었어요.

‘팔꿈치를 구부려야 하는 그림’

요끼의 얼굴에
처음으로 환한 미소가 떠올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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