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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몰러 나간다

집으로 가는 길

by 이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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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소에서 자맥질하는 오리

하양오리 노랑오리 첨벙첨벙 참방참방

새봇담으로 넘실넘실 남실남실 물살을 탄다


내일은 비가 온데

해거름 때가 되어 모처럼 집으로 돌아가는 오리

엄마오리 아기오리 뒤뚱뒤뚱 되똥되똥


방천 넘어 골목길에 선 오리

우왕좌왕할 것 같지, 아니 아니 안 그래

이쪽저쪽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골목으로 쑤욱 쏘옥


똑똑한 오리 누굴 닮았나? 엄마 닮았지!

근데 말이지, 꽈악 꽈악 수다 삼매경에 빠진 오리 꼭 한 마리씩 있다

야야 어딜 가노 꽥꽥? 오잉? 헤헤 호호! 내 집 네 집 포로롱 푸로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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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아저씨가 내일부터 비 온다고 해서 언니랑 오리 몰러 나갔다.

멀쩡한 집을 두고 강변에서 사는 오리, 물새알을 낳았다.

닭알보다는 크고 하얀 오리알,

억새풀 우거진 얕은 물에 달걀맛이 나는 오리알이 자랐다.

아침에 새봇담에 가서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강물에서 오리알을 건져 올렸다.

투명한 강물이 손가락 사이로 차르르 빠져나가고 손에 남은 오리알은 따뜻했다.


진지소에서 새봇담으로 둥둥 동동,

오늘은 두 집 오리들이 한데 어울려 논다.

하양 오리 노랑 오리, 누가 누가 우리 집 오리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봤지만 모르겠다.

아무리 보아도 고개만 갸우뚱 기우뚱 몰라 몰라,

몇 마리인지만 세어보았다.


해가 벼락더미로 넘어간다.

"이제 오리 몰아 집에 가자"

"너는 거서 나는 여서"

언니들이 대나무 장대를 펼쳐 유유히 물놀이하는 오리들을 몰았다.

나는 앞으로 달려 나가 길을 잡았다.

"얘들아, 나 따라와"

퍼더덕 푸더덕 뒤뚱뒤뚱 꽈악 꽈악

휴우! 굽이 굽이 먼 길을 덩실덩실 걸어왔다.

골목길에 들어가 대문 앞에 섰다.

한 둘셋........

여덟!

한번 더 한 둘셋........ 여덟!

"맞아?"

"맞아!"

"언니야, 다 들어왔어"


근데 말이지,

오리는 어쩜 이리도 집을 잘 찾는 거지?

띄엄띄엄 오는데도 말이야,

알쏭달쏭 무지개가 떴다.


집으로 가는 길

오리처럼

느리지만 덩실 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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