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맛 참맛 휘파람 소리
할머니는 금곡 작은집에 가셨나? 안 보여.
아버지는 어디 출타하셨나? 안 보여.
나는 나는 예닐곱 살? 아마 그쯤.
먹고 돌아서면 배 고프던 겨울방학.
오늘 점심 뭐야 뭐야? 실쭉한 배가 자꾸 보채.
정지간 살강 밑 항아리에 담아둔 노란 단무지를 꺼내 다다다다다다 다닥 도도도도도도 도독 채를 썰어.
사랑방 구들목에 두툼한 솜이불 덮여 묻어둔 밥양푼을 살포시 꺼내.
단무지채 한 대접 쏟아붓고, 고추장 한 숟갈 푹 떠 넣고 참기름 한 방울 비잉 둘려 쓱쓱 비벼.
오빠 한 그릇 뽈쑥
언니 한 그릇 뽈쑥, 뽈쑥, 뽈쑥
동생 한 그릇 뽈쑥
나 한 그릇 뽈쑥
엄마 한 숟갈 뽈쑥
꿀맛 참맛 휘파람 소리가 솔솔.
양푼 안고 있던 엄마
오빠 빈 대접에 한 주걱 듬뿍
언니 빈 대접에 한 주걱 듬뿍, 듬뿍, 듬뿍
동생 빈 대접에 한 주걱 듬뿍
"한 번은 정 없단다, 한 주걱씩 더 받거라"
내 차례 올 새도 없이 끝나버린 노란 맛 비빔밥
엄마는 안 먹어도 배 부르데, 참말?
달강달강 그렁그렁 휘파람 소리가 똑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