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가 제일 좋아!

오레, 오래, 뭐래?

by 이미경


길을 걷다 땅바닥 그림과 눈이 딱 마주쳤어요.

아니, 이것은?

'오레 던지기 할 사람, 요 요 붙어라'

생각과 동시에 풀쩍 뛰어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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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놀이판이 좀 이상했어요.

익숙한데 어딘가가 낯설단 말이지요.

땅따먹기 하다 밀렸을까요?

하늘이, 하늘이 음~?

그리다 만 것 같은 하늘, 저 머나먼 우주만큼 광활하게 키우고 싶어 지더라고요.


혹시 '오레'가 뭐래 하셨어요?

우리 동네에선 놀이할 때 쓰는 손바닥만 한 납작한 돌을 '오레'라고 했어요.

노는 게 제일 좋았던 라떼 시절, 강에서 오레를 하나 주워 주머니에 쏙 넣고 다녔어요.

언제 어디서든 뛸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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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사, 비석, 망, 오레...?

사방치기, 땅따먹기, 망 줍기, 망 던지기...?

네~ 네, 그 놀이, 그 돌입니다.



"오늘은 뭐 할래?"

산 넘고 물 건너오면서 다들 학교는 얼마나 일찍 오던지.

책가방 벗어놓기 바쁘게 하루를 불 태울 놀이를 정하곤 했어요.


"오레 놀이할 사람, 요요 붙어라"

여기저기서, 나도 나도 나도 너도...

엄지 척 주먹 위에 엄지 척 주먹 또 그 위에 엄지 척 주먹, 주먹 탑이 높이높이 올라갔어요.

우와! 우리 반 여학생들 다 모였어요.

"누가 빨리 나가 자리 맡아"

신발 앞축만 걸치고 운동장으로 총알같이 튀어나갔어요.

좋은 자리 누가 다 채가기 전에 먼저 찜해야 되니깐요.


비 오고, 바람 심하게 부는 날 제외하곤

운동장은 항상 아이들 함성 소리로 미어터졌어요.

한복판은 벌써 남학생들이 공을 굴리고 있어요.

변두리 놀이 기구엔 저학년들이

올라가면 푸른 하늘, 시소

이 보다 더한 하늘 구경, 그네

앞으로 돌고 뒤로 돌아 제자리에, 오래 매달려 흔들흔들 철봉

살금살금 구름다리 건너 정글짐으로 오르락내리락.

재잘재잘 까르르까르르 신났어요.

떨어지고 부딪혀도 벌떡 일어나 흙먼지 툭 툭 털어내고 다시 놀이기구에 오르는 것 있죠.

기특해요!


운 좋게 우리 반 교실 앞 명당을 차지했어요.

주머니에 넣어 둔 오레를 꺼내 각을 세워 놀이판을 대따 크게 그리고요.

하늘땅 손바닥으로 편을 가르고

"누가 먼저 할래" 안 내면 술래 가위 바위 보,

이리 빼고 저리 빼고 할 것도 없이 속닥속닥 일사천리로 순번을 정했어요.


6학년 때 우리 반은 여학생이 13명이었어요.

술래잡기, 오자미 차기, 고무줄놀이,... 뭐든지 모두가 함께 하였답니다.

짝이 안 맞다고요.

하필, 다리를 다쳤다네요.

열혈 경찰, 도둑 잡다 그만 발목이 접질리고 말았다고.

그리고 뛰고 싶지 않은 날, 뭐 그런 날 있잖아요.

꼭 한 명씩은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친구는 옆에서 '모두 모두 잘해라'며 응원했어요.


자, 그럼 진짜로 시작해 볼게요.

아, 이 놀이는 먼저 하는 쪽이 유리해요.

보면 아실 거예요.


첫 주자, 1번 칸에 오레를 던져요.

깨금발로 2번 3번 칸을 콩 콩 뛰어서 4, 5번 칸에선 양발 동시에 딛기 착.

다시 깨금발로 6번 콩 뛰어 7, 8번 칸에서 양발 동시에 딛기 착.

그대로 뒤돌아서 6번 깨금발 4, 5번 칸 양발 착.

3번 칸 깨금발 콩, 2번 칸에 서서 1번 칸에 던져둔 오레를 잡아서 밖으로 나오면 성공.

이렇게 1단부터 8단까지 진행한답니다.


8단까지 성공하면 하늘 칸에 들어갔다 돌아 나와서 등을 돌린 채로 뒤쪽 놀이판으로 오레를 던지는데

오레가 떨어진 칸은 그 팀(사람)의 땅이 됩니다.

어느 한 팀(사람)의 땅이 되면 그 땅의 주인들은 자기가 할 차례에서는 두 발로 편안하게 다녀요.

반면 상대팀은 그 땅을 디디지 못해요. 발을 대지 않고 뛰어 넘어가야 합니다.


어느 땅이든 일단 많이 차지하고 볼 일이지요.

헌데 승패를 좌우하는 땅은 따로 있어요.

4, 5번 칸, 일명 날개칸을 앞다투어 먼저 공략했어요.

여기가 말이지요, 역세권이거든요.

보세요. 풀 쩍 풀 쩍 뛰어넘기만 하면 사통팔달 다 통하는 곳이잖아요.


한 사람이 8단까지 단번에 성공하는 것은 드물었어요.

오레를 던져야 할 칸에 잘못 던지거나, 뛰면서 금을 밟거나, 오레를 줍지 못하거나 하면 실패.

그러면 상대편으로 넘어가요.

놀이 주도권이 왔다 갔다, 땅 한 평 갖기가 얼마나 힘들던지

하루 온종일 씨름했어요.


오레 잡으려다 가랑이 찢겨.

뛰어넘다 주르륵 미끄러져.

손바닥 많이 까였죠.

무릎에 피가 찔끔찔끔 나와도 전혀 개의치 않았어요.

"땡 땡 땡" 수업 종 치면 쫓아 들어갔다,

"땡 땡" 수업 끝나기가 무섭게 우르르 몰려나와 쉬는 시간 10분을 뻘겋게 달구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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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람들이 쳐다본단 말이야"

"보려면 보라 그래. 저 사람들도 하고 싶어 걸"


딸아이가 주위 시선에 몸을 붉히며 속삭였어요.

제가 점잔 빼다 좋은 세월 많이 놓쳤거던요.

이제 그러지 않으려고요.

그래서 요즈음은

'할 수 있을 때 하자, 지금 당장'을 외칩니다.


7, 8번 칸에서 발을 '착' 동시에 딛고, 딸아이에게 좁은 하늘을 가리키며

아이에, 아이에 의한, 아이를 위한 놀이를 만들어야 한다며 열변을 토하고 있을 때,

마침, 한 젊은 이가 우리 동네에선 본 적 없는 놀이판에서 깨금발로 오레 차기를 하더라고요.

그러자, 벤치에 앉아있던 구경꾼들 하나둘씩 일어나 몸을 푸는 것 있죠.

서로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며 눈치를 보고 있어나 봐요.


"봐, 저기도 하잖아"

"오호, 그러네. 저기 할머니는 손주들이랑 같이 해"

"사람 마음 같다니깐. 라떼 사람들 대부분은 이것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할 걸"

"집에 가서 책상 치며 후회 말고"

"봄을 즐기는 방법은 말이야"


"일단 해 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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