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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경 Mar 05. 2024

어린 농부의 사계

봄 여름 가을 겨울 뛰노네

봄볕 따스한 날

봄에는 논두렁에 쪼그리고 앉아 

살랑살랑 대소쿠리 옆에 끼고 

뾰족 뾰족, 파릇파릇 여린 쑥 뜯었네


여름밤 짙은 날

여름에는 겉 푸른 강에 몸을 담그고 앉아

찰랑찰랑 금은양푼 물 위에 띄워 놓고 

동글동글, 잴쭉잴쭉 속 푸른 고동 끌어올렸네


가을 노을 여문 날

가을에는 보도랑에 뻘물을 묻히고 앉아

잘팍잘팍 고무양동이 옆에 두고

요리조리, 미끌미끌 재미난 미꾸라지 퍼 담았네


겨울밤 깊은 날

겨울에는 구들목에 둘러앉아

옹기종기 박바가지 가운데 두고

도란도란, 호록 호록 고요한 밤 이야기꽃 피웠네



봄 여름 가을 겨울 

쑥국 먹고 올챙이처럼 뛰노네 

봄 여름 가을 겨울

감꽃 먹고 뻐꾹새처럼 뛰노네 


봄 여름 가을 겨울

줄딸기 먹고  매미처럼 뛰노네 

봄 여름 가을 겨울

고동국 먹고 물고기처럼 뛰노네 


봄 여름 가을 겨울

머루 먹고  잠자리처럼 뛰노네 

봄 여름 가을 겨울

추어탕 먹고 메뚜기처럼 뛰노네 


봄 여름 가을 겨울

홍시 먹고 고양이처럼 뛰노네 

봄 여름 가을 겨울

칡뿌리 먹고 부엉새처럼 뛰노네 

* 봄볕 가득한 양지바른 곳의 쑥을 찾아다니며 손톱 밑에 쑥물을 까맣게 들이고도 재미나게 쑥을 뜯었어요. 

  쑥국, 쑥털털이(쑥버무리), 쑥떡 해먹을 생각에 온 들을 들쑤시며 뜯었어요.

  여름에는 저 강에서 멱을 감고, 고동을 잡고, 물고기를 잡고, 염소 먹이고, 소꿉놀이 등 별이별 놀이했네요.

  가을에는 징검다리 건너가서 밤을 줍고, 대추를 따고 손에 단내가 나도록 동글동글 가을을 주워 담았네요.

  겨울에는 엄마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고 홍시, 고구마와 살얼음 동치미를 들이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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