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뛰노네
봄볕 따스한 날
봄에는 논두렁에 쪼그리고 앉아
살랑살랑 대소쿠리 옆에 끼고
뾰족 뾰족, 파릇파릇 여린 쑥 뜯었네
여름밤 짙은 날
여름에는 겉 푸른 강에 몸을 담그고 앉아
찰랑찰랑 금은양푼 물 위에 띄워 놓고
동글동글, 잴쭉잴쭉 속 푸른 고동 끌어올렸네
가을 노을 여문 날
가을에는 보도랑에 뻘물을 묻히고 앉아
잘팍잘팍 고무양동이 옆에 두고
요리조리, 미끌미끌 재미난 미꾸라지 퍼 담았네
겨울밤 깊은 날
겨울에는 구들목에 둘러앉아
옹기종기 박바가지 가운데 두고
도란도란, 호록 호록 고요한 밤 이야기꽃 피웠네
봄 여름 가을 겨울
쑥국 먹고 올챙이처럼 뛰노네
봄 여름 가을 겨울
감꽃 먹고 뻐꾹새처럼 뛰노네
봄 여름 가을 겨울
줄딸기 먹고 매미처럼 뛰노네
봄 여름 가을 겨울
고동국 먹고 물고기처럼 뛰노네
봄 여름 가을 겨울
머루 먹고 잠자리처럼 뛰노네
봄 여름 가을 겨울
추어탕 먹고 메뚜기처럼 뛰노네
봄 여름 가을 겨울
홍시 먹고 고양이처럼 뛰노네
봄 여름 가을 겨울
칡뿌리 먹고 부엉새처럼 뛰노네
* 봄볕 가득한 양지바른 곳의 쑥을 찾아다니며 손톱 밑에 쑥물을 까맣게 들이고도 재미나게 쑥을 뜯었어요.
쑥국, 쑥털털이(쑥버무리), 쑥떡 해먹을 생각에 온 들을 들쑤시며 뜯었어요.
여름에는 저 강에서 멱을 감고, 고동을 잡고, 물고기를 잡고, 염소 먹이고, 소꿉놀이 등 별이별 놀이했네요.
가을에는 징검다리 건너가서 밤을 줍고, 대추를 따고 손에 단내가 나도록 동글동글 가을을 주워 담았네요.
겨울에는 엄마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고 홍시, 고구마와 살얼음 동치미를 들이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