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미경 Mar 04. 2024

최고의 선물

사랑둥이들이 쏘는 달빛 소나타

You are my sunshine 

아드님, 월광 소나타 2악장을 들려주며

"엄마, 이것이 엄마가 듣고 싶은 소나타야?"


   아니옵니다.

   제가 듣고 싶은 소나타는 그것이 아니옵니다.


 You are my sunshine 

아드님, 월광 소나타 3악장을 보여주며

"엄마, 이것이 엄마가 보고 싶은 소나타야?"


   아니옵니다.

   제가 보고 싶은 소나타는 그것이 아니옵니다.


 You are my sunshine 

아드님, 마지막 남은 월광 소나타를 안겨주며

"엄마, 이것이 엄마가 원하는 소나타야?"


   네, 그러하옵니다.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옵니다.



기념일마다 무조건 선물을 주고받아야만 되는 건 아니지만

줄 수 있을 때 주자

나눌 수 있을 때 나누자

주고 나누는 것은 받고 독차지하는 것보다 기쁨이 훨씬 크지 아니한가. 


주려거든 아낌없이 주어라

주려거든 기꺼이 주어라 

주려거든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 좋지 아니한가.


그리고 제 손을 떠났으면 즉각 잊어버려라

이것이 주는 것에 대한 소인의 미천한 생각입니다.

 

가진 것이 없어서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요?

그건 다 핑계입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괜찮습니다.

놀고 있는 손이라면 생색내지 말고 보태주세요.

쉬고 있는 발이라면 무이자로 빌려주세요.

마음을 나누면 행복은 저절로 따라오니까요.

줄 수 있음에 감사하고, 받음에 고마울 따름이지요.


단, 마음의 눈치를 봐야 합니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마음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안 그러면 병 생깁니다.



초등학생 아들이 '생일 선물로 무엇을 해 줘야 할지 모르겠다' 고민하길래

월광 소나타를 감상하고프다 하였습니다.

피아노를 시작한 지 아마도 두 번째 아니면 세 번째 겨울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들은 바로 인터넷을 검색하였습니다.

내가 원하는 곡이 맞는지 확인하고는 연습에 들어갔습니다.

빠르기는 어떠한지, 분위기가 그럴싸한지 틈틈이 물어보며 세심한 체크를 하였습니다.



생일날 아침에

아들이

오직 한 명의 관객을 위해

베토벤의 달빛 소나타 1악장을 연주하였습니다.

눈물이 피아노 건반 선율을 타고 춤추듯 하였습니다.


옆에 섰던 딸은 바이올린으로 화음을 넣었습니다.

줄을 튕기는 가느다란 손가락에 달무리가 나폴거리고

활이 달빛을 가로지르자 꿈속을 걷는 듯하였습니다.


최고의 생일 선물이었습니다.

나의 자랑이자

나의 기쁨

나의 행복인

나의 멋진 따님과 아드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함께라서 행복합니다!!!



* 오늘은 저의 따님이 이 땅의 부름을 받고 온 날입니다.

   3월에 귀한 함박눈과 같이 제 품에 안겼습니다.

   신기하게도 첫째의 생일날에는 줄곧 느닷없이 눈이 내리곤 하였습니다.

   눈이 못 오시는 날이면 비가 찾아와 문을 두드렸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 아침에도, 갑자기 함박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여 입학식이 연기되었습니다.

   따님의 생일날이 다가오면 

   자정을 넘겨 오신다는 기별에 목욕재계 하고, 

   첫째를 맞이하러 함박눈 속을 우왕좌왕 전력 질주하던 그때로 돌아가 추억에 잠깁니다.

   

You are my sunshine                      You are my sunshine                     You are my sunshine 

       My only sunshine                            My only sunshine                          My only sunshine

You make me happy                        You make me happy                      You make me happy

       When skies are gray                        When skies are gray                      When skies are gray

You'll never know, dear                  You'll never know, dear                You'll never know, dear

       How much I love you                      How much I love you                    How much I love you






작가의 이전글 망각의 강을 건너고 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