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고통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어요.
내 인생을 허비하는 게 아닌가 싶은...
-심진화, 아빠본색 중-
평소 유튜브는 나에게 ASMR 재생 외 큰 도움이 되지 않는 플랫폼이었지만, 아이를 기다리며 이용 빈도가 늘었다.
난임 전문 의사가 알려주는 난임에 관련된 정보는 시험관을 진행하는 내내 큰 위안이 되었고, 간호사나 일반인들의 주사를 아프게 놓지 않는 팁 등도 도움이 됐다.
난임 관련 영상을 보다 보면 난임으로 고생하다 임신을 하게 된 연예인이나, 아직도 아이를 갖지 못해 힘들어하는 연예인들이 출연했던 예능이 추천 동영상으로 뜨는데도 일부러 보지 않았었다.
힘들게 아기를 가졌다는 연예인의 임신 소식을 들으면 ‘정말 힘들게 생긴 게 맞나?’ 질투가 생겼고, 아직도 임신을 위해 노력한다는 부부를 보면 저게 내 모습이 될까 두려워서 보지 못했다. 의도적으로 피했다.
그랬었는데… 시험관을 시작하면서는 보게 됐다. 주변에 시험관을 진행한 사람이 없어서 외로웠거나, 동지애를 느낄 대상이 필요했던 걸지도.
금슬이 너무 좋아 임신이 안 되는 것이냐는 말까지 들었던 심진화 님의 시험관 실패 영상을 보며 눈물이 났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시험관 진행 과정은 극히 일부분이다.
병원에 가서 채취하는 모습, 피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모습 등 간단하게만 나오지만 시험관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일정 시간마다 약을 복용하고, 자가주사를 놓아야 한다. 일주일에 몇 번씩 병원에 방문해야 하고, 채취 날은 전신마취까지 한다. 채취 후에도 며칠간은 제대로 걷지도 못할 만큼 아프지만, 복수가 차지 않게 하기 위해 꾸역꾸역 이온음료를 마시며 버틴다. 몇 개가 수정이 됐을지, 그중 또 몇 개가 동결에 성공할지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지고 생리를 기다린다. 이식 후에는 또다시 기다림의 연속이다.
진행하는 과정에서 힘들었을 그녀의 마음을 다독이고 싶었다. 그리고 유독 아프게 공감 가는 말이 있었다.
“내 인생을 허비하는 게 아닌가 싶다.”
임신을 준비하는 여자의 시간은 ‘자궁’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다른 곳을 볼 여유는 없다.
새로운 사이클이 시작되면 걷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조심스러운 행동거지 사이에는 아이의 태명도 껴있고, 아이가 태어날 계절에 대한 상상도 껴있다.
하지만 비임신으로 종결되면, 모든 과정은 나쁜 기억으로 덧칠된다. 분명 좋았던 기억이 많은데, 결국 남은 것은 내 손에 쥐어진 ‘한 줄’ 짜리 임신테스트기뿐이다.
임신이 안 되는 것이 나의 문제일까 싶어 나 스스로 할퀴고 상처 낸 마음은 주변의 임신 소식에 순수히 기뻐하지 못했다. 축하를 하면서도 100%의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하는 내 마음에 자괴감을 느꼈다. 길가에서 부모님 손을 잡고 다니는 작은 아이들을 보면 괜히 마음이 쿵 내려앉기도 한다.
이게 인생을 허비하는 것이 아닐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며 새롭게 보이는 것이 있을 것이고, 더 깊게 느낄 수 있는 감정도 많을 텐데 내 하루의 축은 오직 ‘임신’뿐이니까 남은 건 피폐해진 마음뿐이다.
아직도 방송은 ‘자연 임신’이 더 성스럽고 대단한 일인 것처럼 보여준다.
하지만 시험관 하는 것은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 위로를 받아야 하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렵고 힘든 길임을 알면서도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그저 응원을 해주면 되는 일이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팍팍한 세상에 아이를 낳겠다고 노력하는 것은 박수받아 마땅한 일이지 않은가.
사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내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는 시험관이 떳떳하지 못해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몇 개월간 놓은 주사로 엉망이 되어버려 주사를 놓을 곳이 없는 배를 보면서도…
‘아기가 찾아와 주기만 한다면 이런 과정쯤은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위안하는 나에게 응원과 위로를 보내기 위해,
어딘가에서 나와 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을 누군가들을 위해 시험관 과정을 기록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