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팀원이 나의 스승이었다

[리더십 에세이] 여섯 명의 스승과, 한 명의 학생

by 이드 쉐이퍼

"그러고 보면 팀장님 인상이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저와 가장 오랜 시간 동안 함께했던 F님이 작년쯤 저에게 했던 말입니다.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리더로서 무엇보다 인간으로서의 변화를 기록해 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말이기도 하죠.

팀원들과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기록하는 과정은, 내 기억보다 훨씬 더 많은 대화와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서로 성장해 왔다는 것을 새삼스레 확인하게 되는 과정이었습니다. 관계란 절대 일방적이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깨달았달까요.

함께했던 시간이 짧아 미처 기록하지 못한 분들이 있습니다. 결코 성공담만 있지 않았던 모든 시간을 정리하며, 이 에세이를 마무리해보려 합니다.


그들의 성장

먼저, 시리즈를 통해 함께 나눈 여섯 명의 이야기를 다시 돌아본다. 각자가 나에게 다른 리더십을 가르쳐주었다.


A님에게서 배운 것: 성취동기를 먼저 물어라 '뿌듯함'이라는 한 단어가 모든 것을 바꿨다. 사람마다 일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성과나 인정이 아닌, 그 사람만의 성취동기를 찾는 것이 먼저였다.


B님에게서 배운 것: 상처의 맥락을 읽어라

'서브 캐릭터'라고 자칭하던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는 상처가 있었다. 행동을 바꾸려 하기 전에, 그 행동이 나온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C님에게서 배운 것: 빈 캔버스를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는 단계적 확장을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막막함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자유로운 환경보다는 점진적으로 확장되는 무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D님에게서 배운 것: 기다림도 리더십이 된다

눈을 마주치는 데 1년, 스몰톡까지 2년. 사람마다 필요한 시간이 다르다. 기다림을 포기가 아닌 전략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E님에게서 배운 것: 먼저 나서지 않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러운 판을 제공하라

번득이는 재능을 숨기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강요가 아닌 환경과 기회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F님에게서 배운 것: 가장 오래 걸리는 변화가 가장 깊은 변화다

6년이라는 긴 시간이 만든 변화는 그 어떤 단기간의 성과보다 견고했다. 진정한 성장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 시간 동안 함께했던 사람들이 이 여섯 명만은 아니었다.

K님은 어떤 콘텐츠든 기획자 못지않게 깊이 고민하고 나서서 더 나은 디자인을 제안하는 사람이었다. K님과 함께하며 깨달은 것은, 때로는 개입하지 않는 것도 리더십이라는 점이었다.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큰 틀의 방향성을 공유하며 실무적 자율성을 주는 것이 최고의 지원이었다.

H님은 언제나 성실하게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할 일을 다 해내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귀찮아할 법한 일을 자발적으로 도맡으며, ‘장인’이라고 부를 만큼 비주얼 밀도를 올리고 그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H님 덕에 팀의 기반이 되어주는 사람들의 가치를 알아보는 눈을 기를 수 있었다.

S님과는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리더로서 아무리 성장해도, 모든 외적 상황을 통제할 수는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성장의 과정이었다.


그렇게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 오래 전의 한 사람이 떠올랐다. 나의 첫 후배였던 R님이다. 선임으로 일하던 시절 인턴으로 입사한 R님은 적극적이고 싹싹한 태도로 일을 배우고자 했다. 하지만 그 시절 나는 늘 불안했고, 날이 서 있었다. 결과에 대한 조급함과 스스로에 대한 불확신이 신경질적인 태도를 만들었다. 아마 R님에게 나는 배울 것 하나 없는, 형편없는 선배였을 것이다. 지금의 나라면 다른 관계를 만들 수 있었겠지만, 그때의 나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리더가 될 수는 없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미숙함을 인정하고, 때로는 나를 둘러싼 상황에 저항하기를 멈추며, 다만 내일 조금 더 나아지려 노력하는 것뿐이다. R님을 포함하여 나와 인연을 맺었던 모든 사람들을 통해, 그로부터 배운 것들을 앞으로 만날 사람들에게 더 나은 모습으로 전하고 싶다. 그리고 R님이 나와의 관계 속에서 상처받았었다면 언젠가 기회가 될 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그리고 나의 성장

돌이켜보면, 나는 세 번의 큰 변화를 겪었다.


1년 차: 답을 주려고 했던 시기

무엇이든 내가 해결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질문을 받으면 즉시 답을 주려 했고, 문제가 생기면 내가 나서서 해결하려 했다.


2~3년 차: 구조를 설계하기 시작한 시기

사람을 바꾸려 하지 말고, 그 사람이 빛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4~5년 차: 사람마다 다른 시간이 필요함을 깨달은 시기

똑같은 처방은 없다는 것, 그리고 변화에는 각자의 속도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지금, 6년 차에 접어들며 다짐하는 것은, 사람을 읽는 리더가 되자는 것이다.


여섯 가지의 시간을 살았던 나에게

이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앞으로의 나에게 몇 가지 다짐을 전하고 싶다.


첫째, 실수할 권리와 성장할 의무를 동시에 인정하자. 완벽하지 않은 것은 괜찮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말자.

둘째, 모든 사람이 나에게 다른 리더십을 가르쳐준다는 것을 잊지 말자. 나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는 겸손함을 유지하자.

셋째, 다음 팀원들에게는 더 나은 리더가 되고 싶다. R님에게 미안했던 마음처럼, 지난 관계에서의 실수를 더 좋은 관계로 승화시키자.


여섯 가지 시간을 통해 나눈 이야기들은 맹목적인 성공담이 아니다. 한 사람이 리더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만난 다양한 인간관계의 기록이다. 성공도 있었고, 실패도 있었고, 아직 진행 중인 이야기도 있다. 이 모든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리더십은 사람을 바꾸는 게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를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결국 가장 많이 변하는 건 나 자신이었다.

리더십이란 어떤 프로젝트처럼 데드라인 이후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지속되는 것 같다. 나의 여섯 가지 시간은 끝났지만, 앞으로도 새로운 시간을 만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시간들이 만들어낼 새로운 이야기들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리더들에게 전하고 싶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사람을 받아들이려는 마음이다. 함께 일하는 사람 모두가 우리에게 저마다의 리더십을 가르쳐주고 있다는 것, 그 어떤 판단 없이 활짝 열린 마음으로 다양함을 받아들이고 그로써 더 깊고 풍부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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