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바이럴? 바이럴!

제품 협찬으로 브랜드 커뮤니티 그려보기

by 이드 쉐이퍼

'제품 바이럴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줄 수 있는 건 제품뿐이지만!'

디자이너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직무가 확장되고 처음 주어진 과제는 '무가 협찬만으로 제품 바이럴하기'였습니다. 물론 예산은 제한적이고, 당연히 인하우스 자원만으로 해결해야 했어요. 협찬이라는 업무를 그저 제품을 나누는 일이라고 생각하던 탓에 팀 내부에서도 동기부여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어차피 해야 하는 거면 생각만 조금 바꾸어보면 어떨까?'
주어진 업무를 그저 내가 해왔던 그대로, 제품을 보내고 콘텐츠를 받아오는 단순한 협찬으로 생각하지 말고, 브랜드에 호감을 품을 수 있는 접점으로 만들어, 우리 제품의 가치를 경험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말하게 만드는 구조로 만들어보고자 했습니다. 다행히 정신승리로만 끝나지 않았던 이 과정을 차근히 소개해볼게요.



2Q. 실험의 시작 - 가능성을 확인하다

첫 목표는 단순했다. '베스트 제품 한 개만 지독하게 노출시켜 보자.' 별도 광고비를 제공할 수 없는 무가 협찬이기에, 타깃 키워드를 중심으로, 팔로워 1천~1만 명 사이의 나노 인플루언서를 서치 하고, 4차례에 걸쳐 평균 50명씩 선별해 제품을 협찬했다. 평균 30% 정도의 협찬 수락률에 대상자를 모으는 것이 쉽지는 않았으나, 결과는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콘텐츠 수는 목표보다 초과된 112%의 달성율을 달성하였고, 협찬을 시작한 후로 브랜드 모니터링을 통해 매주 조금씩 오가닉 후기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효과 중 하나로, 자발적인 협찬 문의와 이벤트 제안이 꾸준히 이어지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내 노출이 점차 늘어나며, 협찬 제품 관련 콘텐츠 비중이 75%에 육박하게 되었고, 브랜드의 대표 제품이라는 인지를 강화하기 위해 공식 인스타 하이라이트와 자사몰 메인 배너, 브랜드 검색 광고에도 해당 제품을 노출하였다. 오가닉 후기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브랜드에 대해 아예 몰랐던 사용자’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제품 기반의 첫 퍼널이 열리기 시작한 시기였다.


2분기 핵심 요약

나노 인플루언서와의 무가 협찬 시작

목표 대비 콘텐츠 수 초과 달성(112%) 및 오가닉 후기 증가

브랜드 대표 제품의 자연 노출 증가 및 인지도 강화

But, 평균 인게이지먼트 낮음 -> 콘텐츠 질 및 메시지 일관성 부족


3Q. 구조화의 시도 - 효율적으로, 지속가능하게

2분기 결과를 통해 협찬이 정말 우리의 무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제대로, 즉 전략적으로 협찬을 사용해 본 적은 없구나'라는 인식이 생겼다. 더 파급력 있는 성과를 만들기 위해, 3분기에는 확장성을 고려한 효율적인 업무 구조를 세팅해야 했다.

우선, 패션·일상·인스타툰 등 다양한 분야의 인플루언서를 포함시키며, 똑같은 제품이라도 다양한 상황과 입장, 환경에서 먹는 모습을 보여주어 ‘샐러드는 여성이 먹는 다이어트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했다. 선정 후 한 번에 몇 주씩 협찬받는 장기 협찬 모델을 기획하고, 바이럴에 핏한 릴스 콘텐츠를 업로드할 수 있도록 하였다. 2분기 협찬 중간부터 시작되었던 단체 협찬 요청도 더 많아졌다. 러닝 크루, 테니스 모임, 요가 모임 등의 다인원 운동 커뮤니티 협찬을 진행하며 협찬 풀을 확장하였는데, 특히 단체 협찬의 경우,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생성하는 2차, 3차 콘텐츠도 다수 발생했다.

크루 중심 운영을 통해 업무 리소스 대비, 콘텐츠 수는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피드 콘텐츠는 오히려 증가했고, 운동 커뮤니티나 남성 인플루언서 등 새로운 타깃에 대한 실험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하지만 좋아요 수와 릴스 평균 조회수는 하락했고, 일부 콘텐츠는 충분한 임팩트를 만들지 못했다. 양은 유지했지만 질적인 측면에서의 고민이 필요했던 시점이었다.


3분기 핵심 요약

장기 협찬 모델 운영

협찬 대상 다양화

But, 평균 인게이지먼트 감소 -> 임팩트 있는 콘텐츠 부족


4Q. 전략의 전환 - 더 많이 보단, 더 깊게

3분기까지는 콘텐츠 양을 확보하며 브랜드 인지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면, 4분기부터는 전략을 전환했다. 콘텐츠의 질과 일관성, 그리고 브랜드 메시지 전달력에 집중하며 노출되는 제품의 다양성을 줄이되 임팩트 있는 콘텐츠 제작을 지향했다.

최대한 다양한 제품을 보여주는데 주력했던 이전 분기와는 달리, 베스트 제품 2종을 집중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단건 협찬을 별도로 진행하였다. 크루원은 2분기 대비 6배 규모로 확대하였는데, 특히 크루원들의 브랜드 경험을 개선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더하였다. 콘텐츠 제작 의무가 없는 단순 제공 제품을 추가하면 좋겠다는 담당자의 아이디어에 더하여, 현재 브랜드가 제공할 수 있는 선에서 다양한 베네핏과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굿즈 제공, 출시 전 신제품 제공, 만족도 조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브랜드와 연결되기 시작했다.

운영 역시 안정적으로 이뤄졌다. 오픈채팅방을 통해 주간 미션과 일정을 공유하고,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며 크루의 만족도를 높였다. 실제로 ‘담당자가 친절해서 다시 참여하고 싶다’, ‘미션 안내가 명확해서 부담 없이 활동할 수 있었다’는 피드백도 다수 받았다.

콘텐츠 수를 전 분기 대비 절반으로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인게이지먼트 수는 약 20% 대가 증가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었다. ‘많이 보이기보다 오래 기억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전환점이었다.


4분기 핵심 요약

콘텐츠 질 중심 전략으로 전환

베스트셀러 중심 협찬 + 크루원 확대

협찬 수 축소에도 평균 인게이지먼트 20% 대 상승

콘텐츠 품질 및 피드백 루프 강화

But, 전체 콘텐츠 수 감소로 노출량 축소 가능성 있음


첫 미션이 남긴 브랜드 운영의 감각

협찬도 제품 제공을 넘어서, 콘텐츠 설계와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고객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하나의 브랜드 채널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경험할 수 있던 업무였다. 전략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얻어진 성과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담당자의 태도가 브랜드의 인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정말 크게 체감할 수 있었다. 협찬 인원을 단순한 콘텐츠 제작자가 아니라, 우리 브랜드를 가장 가까이서 경험하고 있는 고객으로 대하는 담당자의 태도에, "담당자님이 정말 친절하다", "이런 따뜻함은 처음"같은 코멘트를 담은 스토리를 올리는 크루원들도 있었다. 타고난 상냥함으로 크루원들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 낸 이 담당자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시리즈로 한번 풀어보려고 한다.


첫 미션이었던 이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실행을 설계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브랜드는 더 이상 내가 그림만 그려주는 대상이 아니라, 컨디션에 맞게 밥도 먹이고 때로는 처방도 해주어야 하는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좋은 태도로 예상치 못했던 반응까지 이끌어 내는 것을 보며, 브랜드가 성장하는 방식은 ‘운영’이 아니라 ‘대화’라는 확신도 얻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라는 사실이 이전보다 더 크고 묵직하게 느껴진다. 이 분들과 함께 대형 브랜드만 하는 브랜드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날이 오지는 않을까? 설레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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