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고호 모험

키르기스스탄에서

by 방수미

안중근 의사에게 무기와 자금을 지원한 독립운동가는 최재형 지사이다. 「영웅」 영화나 뮤지컬에서도 그분의 역할은 묵직하게 그려졌다. 최근에 “독립지사 최재형기념사업회”에서 최재형 지사의 러시아인 부인의 유해를 현충원에 안장하자는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분은 키르기스스탄의 비슈케크의 공동묘지에 묻혀 계신단다. 비슈케크 이름을 들으니 오래전에 다녀온 여행이 생각난다. 식구들 각자 이름으로 모금운동에 참가하고 잠시 키르기스스탄을 회상해 본다.

키르기스스탄 여행은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신기한 모험 여행이었다. 당시 그리스 고전을 배우고 있었다. 배우던 책은 『아르고호 이야기』였다. 원래는 아이들 짐까지 많아서 책은 안 가지고 가는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아르고호 이야기』를 가지고 갔다. 내가 아르고호 이야기 책을 말한 이유는 우리의 여행이 신기하게 아르고호 이야기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아르고호 이야기』는 이울코스에 사는 이아손이 왕의 명령으로 영웅들과 함께 아르고호를 타고 동방 흑해 동쪽 끝에 있는 콜키스라는 나라에 가서 황금 양털을 구해서 돌아오는 이야기이다. 콜키스까지 가는 도중에 여러 섬을 지나치며 모험하고 또 콜키스에 가서 이아손과 콜키스 공주 메데이아의 사랑 이야기도 있고, 다시 이울코스로 돌아오는 길에 여러 가지 모험이 있다.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카자흐스탄 알마티 공항에 도착했다. 알마티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 날 버스를 타고 4시간 거리의 키르기스스탄의 비슈케크로 이동했다. 우리나라와 다른 산들과 들판 덕분에 3~4시간이 지루하지 않은 차창관광을 하며 드디어 3시간 만에 국경 도착했다.

짐을 내려서 검사를 하고 국경을 통과한 다음 다시 차에 짐을 실어야 한다. 유료 짐꾼들이 막무가내로 짐을 실어 국경을 넘게 해 준다. 어느 한 곳에 우리 보고 기다리고 하고 짐꾼은 사라졌다.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는 안 오고…. 한참을 기다리자 버스 기사가 와서 우리 가족 4명과 외국인 청년 2명을 어느 큰 택시에 태우더니 비슈케크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라며 차비를 주고 사라졌다. 얼떨결에 택시를 타고 비슈케크로 이동. 가는 길에 외국인 청년을 통해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택시 기사와 우리의 최종목적지 카라콜(6시간 거리)까지 차비 흥정을 했다. 이동 6시간 + 중간에 관광 2시간, 총 8시간에 100달러. 다시 연락하기로 하고 전화번호만 받고 헤어졌다. 비슈케크에서 택시를 알아보니 150달러는 줘야 한다고 해서 국경의 택시 기사와 연락해서 120달러에 카라콜까지 가기로 했다. 비슈케크 다마스 호텔에서 바라본 천산산맥은 마치 올림포스처럼 천공에 떠 있는 느낌이다.

비슈케크 택시 기사는 여유 있게 우리가 모르는 곳 세 군데까지 더 데리고 가주고, 심지어는 이식쿨호수에서 파는 훈제 생선도 사주었다. 이식쿨호수에서 점심도 먹고 한바탕 사진도 찍고 물에 빠지기도 하고 신나게 놀다가 이제 카라콜까지 2시간만 더 가면 된다.

비슈케크의 택시 기사는 갑자기 우리에게 못 알아듣는 말을 뭐라 뭐라 하더니 다른 택시 기사에게 우리를 카라콜까지 태워다 주라고 넘기고는 본인은 비슈케크로 떠나버렸다. 물론, 비용은 비슈케크 택시기사가 주고 갔다. 우린 다시 다른 택시로 옮겨 타서 카라콜까지 갔다. 이 택시 기사는 영어가 가능해서 일정을 논의했다. 지도를 보며 세운 계획은 카라콜에서 일정을 마친 후 산을 넘어 알마티로 가려고 했는데, 차로 산을 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다시 비슈케크를 거쳐서 알마티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또, 이식쿨호수 남부의 관광지 세 군데와 비슈케크까지의 이동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카라콜에서 우리가 일정을 마친 후에 만나기로 했다.

카라콜에 도착했지만, 아직 우리의 진짜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았다. 우린 천산산맥의 계곡에 있는 알틴 아라샨에 갈 것이다. 돌길 왕복 4시간에 만 솜. 우리 돈으로 17만 원인데, 깎아서 8천 솜에 군용 지프차를 타고 알틴 아라샨에 갔다. 처음에 비싸다고 생각한 8천 솜이 2시간 내내 엉덩이가 들썩이는 돌길을 가다 보니 그 정도 값어치가 있음을 인정하고 드디어 알틴 아라샨에 도착했다.

알틴 아라샨. 몽골어로 ‘알틴’은 황금이고, ‘아라샨’은 온천이다. 우리는 모험 끝에 드디어 황금온천에 도착했다. 마치 이아손이 황금 양털을 가지러 콜키스에 도착한 것처럼…. 우린 유르트에서 제공하는 유황온천에 그동안 밀린 피로를 풀고 2박 3일을 알틴 아라샨에 머물렀다.

남편이 초원에서 인생사진 찍어야 한다고 흰 드레스까지 준비해서 갔는데, 찍을 때는 부끄럽고 발이 시려 고생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마치 동방에서 온 공주 같아 보여 기분이 좋다.

알틴 아라샨에서 카라콜의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보니 그 게스트하우스의 이름이 "아르고"였다.

우리가 『아르고호 이야기』 책의 지도를 보여주자 주인 내외가 바로 알아보고 기뻐했다. 우린 러시아어로 주인의 사인을 받았다. 마치 그들이 이아손 일행을 환대해 준 파이아케스인의 나라의 알키노오스와 아레테처럼 느껴졌다.

다음날 약속했던 택시 기사가 오고, 우린 동화 같은 곳 세 군데를 더 구경하고 비슈케크로 돌아갔다. 이 택시 기사도 아주 친절하고 심지어는 (얼마 안 되지만) 입장료도 내줬으며 과속으로 딱지를 끊었는데도 우울해하거나 기분 나빠하지 않은 얼굴로 친절하게 우리를 비슈케크까지 데려다주었다. 우리에게 아주 좋은 인상을 주어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남편이 이 기사에게 전화했을 정도였다.

<스카스카>는 동화협곡이라는 뜻의 키르기스어이다. 정말 이곳이 현실일까 동화일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제티오구스>는 일곱 마리의 황소라는 뜻인데, 붉은 절벽의 위용이 엄청나다.

이식쿨호수의 남쪽 부분에 있는 <탐가해변>에는 소가족이 물을 마시러 내려왔다.

비슈케크에 도착하여 편안하게 하룻밤을 잘 보내고, 이제 한국으로 출발하는 날이다. 다시 비슈케크에서 알마티로 국경을 넘어야 했다. 게스트하우스 직원에게 짐이 무거워 택시를 불러달라고 했다. 택시표시가 없는 승용차가 데리러 왔는데 버스 정류소 안까지 들어가서 짐을 내려주었다. 우리가 택시비를 내려고 하니까 자기는 게스트하우스 사장이라며 괜찮고 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알마티까지 잘 못 갈까 봐 차도 알아보고 차비도 알아봐 주고 버스 기사에게 우리를 잘 부탁하며 떠났다.


우린 버스를 타고 다시 국경을 넘어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왔다. 이번엔 그 버스가 그대로 우리를 알마티 터미널까지 데려다주었다. 우린 비행시간까지 남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알마티 택시 기사와 흥정했다. 5시간 동안 알마티 큰 호수도 보고, 기념품도 사고, 저녁도 먹었다.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깜깜한 밤에 갑자기 알마티 택시 기사가 돈을 두 배로 더 달라며 우리를 협박했다. 다행히 남편의 배짱으로 공항에 도착하여 '폴리스'를 외치자 택시 기사는 도망가 버렸다. 내 인생의 가장 긴장되는 시간이었지만, 다행히 비행기까지 잘 타고 인천으로 돌아왔다.


기사들을 통해 우리가 이 택시 저택이 옮겨 타고,

황금온천을 가고, 동화 같은 협곡도 가고,

현지의 친절한 원주민들의 환대도 받고,

심지어는 마지막 풍랑으로 아프리카로 밀려나

귀향을 꿈이 깨질 뻔한 영웅들처럼

우리도 알마티 택시 기사로 인해

비행기를 타지 못하면 어쩌나 싶은 상황까지….

우린 지금도 키르기스스탄 여행이

마치 아르고호를 타고 떠난

영웅들의 이야기처럼,

모험이 가득한 여행이라며

소시지와 훈제연어를

안주 삼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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